<차민기의 디카시로 여는 아침>
나무 안엔 수많은 바퀴가 있다.
아침이면 달려서 나무가 밤에 이른 것도 이 바퀴 덕분
새해 첫날에 출발하여 섣달그믐에 이른 것도 이 바퀴 덕분
아니라면
저 구름을, 바람을 누가 실어 날랐단 말인가.
그걸 모르는 사람만이 나무를 쓰러트려 놓고야 확인한다.
-복효근 <나이테>
근대 이성은 과학문명의 바탕이 되었지만 동시에 사람들은 그때부터 합리성이라는 이름으로 인과관계를 밝히는 일에 몰두했다. 눈으로 볼 수 있는 것들만 믿게 되었고, 이성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것들만이 진리가 되는 세상이었다. 그리하여 볼 수 없고, 전혀 논리적이지도 않은 사람의 마음들은 비합리적이고 믿을 수 없는 무형의 자리에 유폐되었다. 그렇게 유폐된 자리에서 우리는 주어진 틀 안을 맴도는 다람쥐마냥 제도와 질서의 틀에 알맞게 몸을 굴리며 하루하루를 착하게 살 뿐이다. 보아야만 직성이 풀리는 이 몹쓸 근대적 증후군을 떨칠 수 있는 방법은? 유폐된 마음들을 풀어헤치는 일. 이성의 시대일수록 시를 읽고, 시를 쓰고, 또 시적으로 생활해야 하는 이유는 이 때문이다.
/창신대학교 외래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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