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자유구역의 과거, 현재 그리고 미래
경제자유구역의 과거, 현재 그리고 미래
  • 경남일보
  • 승인 2014.01.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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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부용 (경남발전연구원 선임연구위원·산업부 FEZ기획단 자문위원)
경제자유구역(FEZ)이 설치된 지 어언 10년이 되어 간다. 하지만 경제적 성과를 내기보다는 ‘지금도 개발 중’이라는 표현이 맞을 성싶다. 2003년 3월에 야심차게 출범한 인천, 광양만 및 부산·진해 FEZ는 현재도 기반을 조성하는 경우가 많아 이름에 걸맞은 자유로운 경제활동이 아직은 보장되지 못하고 있다.

이런 와중에 정부는 2008년에 황해권 등 세 개를 추가로 지정했고 지난해에는 동해권과 충북 등 두 곳을 더 지정함으로써 모두 8개의 경제자유구역을 보유하는 나라가 됐다. 선발주자인 세 곳이 ‘개발 중’이라면 후발인 나머지 다섯 곳 상황은 짐작이 가능하다.

경제자유구역 설치근원은 지난 97년 말 외환위기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나라의 곳간에 달러가 부족했고 투자유치를 통해 외환을 보충하고 기업활동을 촉진함으로써 위기를 극복하고자 했던 것이다. 환란 극복이 국정 최고의 목표였던 99년부터 두 해 동안 당시 재경부는 ‘경제자유구역 지정을 위한 예비타당성 검토’를 실시했다. 결과는 가능성을 나타냈고 2001년부터 다시 두 해에 걸쳐 ‘본 타당성과 지정을 위한 기본계획’을 실시하게 된다. 그리하여 2002년 하반기에 전국에 세 곳이 확정됐고 우리 경남은 진해와 하동의 각 일부가 포함돼 이듬해 2003년 봄에 정식으로 출범하기에 이른다.

예비 타당성과 본 타당성에 직·간접적으로 참여하고 출범 후 한동안 경제자유구역 조합위원으로 활동해 온 필자로서는 연구 당시의 염원 대신 회환이 많다. FEZ 지정과 조성의 큰 뜻과 달리 정부의 예산지원이 없다 보니 개발이 매우 늦다. 지정된 지역 대부분이 구릉지, 해수면의 매립예정지, 산지 등이어서 개발기간이 길게 소요된다. 외자유치 업종에 대한 제한도 많다. 특히 외국의 의료시설이나 학교의 허용은 상당기간 흐른 후에야 조건부 가능했다.

2003년을 전후한 일정기간은 많은 제조업 분야에서 중국 특수가 기대됐고, 이를 위해 다국적 기업들도 우리나라 여기저기에 제법 큰 규모의 입지를 물색하던 때여서 그와 같은 개발상 제약은 미련으로 남는다.

초기에 세 곳이 지정됐으나 단지개발에 대한 정부지원 없이 진입과 접속도로와 같은 인프라건설에 국비 50%가 전부였다. 일반 산단에 지원하는 80%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구역청의 인건비도 해당 지자체의 몫이었다. 정부가 지정하는 FEZ를 당시 국회 등 정치권에서 부산, 인천, 경남, 전남의 지역사업으로 치부해버린 결과였다. ‘특정용도의 무슨 지구’라 지정했지만 바닷물로 가득한 부지조성도 안된 도면을 들고 해외 투자유치 활동을 가야만 했다.

기업하기에 자유롭도록 빠른 인·허가와 인프라 조성에 국비를 투입했더라면 대부분의 부지가 이미 조성·완료돼 외자유치나 기업입주가 활발하게 진행됐을 것이다. 과거에 대한 가정은 금물이지만 지정 초기에 개발이 원활했더라면 하는 마음이 여전하다.

진해와 하동의 경제자유구역은 상당한 경쟁력을 갖는다. 특히 규모의 경제측면에서 보면 그렇다. 주변부에 도시와 인프라, 교육과 주거환경이 비교적 우수하며 항만과 공항에 연접해 있다. 중국 지향의 다국적 기업 입지수요는 출범 초기에 비해 현저하게 줄었지만 동북아 경제성장과 일본 수요를 기대하는 기업들의 입지수요는 가시적으로 늘고 있다. 물론 우리의 경제적 신장에 기인, 내수를 기대하는 외국기업의 부지 찾기도 더러 있다. 이들을 끌어들이는 전략이 FEZ 성공의 관건이다.

기업입지로 도로, 공항, 항만을 우선시하던 시대는 지났다. 탄탄한 기술경쟁력과 연구개발, 일정한 내수나 국내기업과의 협력 정도, 그리고 숙련근로자와 첨단연구개발 인력의 확보가 핵으로 대두되고 있다. 우리 경제자유구역은 이러한 핵심요소들을 어떻게 연계하고 준비하고 있는가. 무방비 상태다. 조속한 부지조성과 함께 이를 해결하지 못하면 기업도, 외국계 병원이나 학교도 유치가 힘들 것임을 명심해야 한다.

하나의 도에 두 개의 FEZ가 있는 유일한 곳, 동과 서에 걸쳐 경남미래를 책임질 진해와 하동 경제자유구역의 알찬 발전을 기대해 본다.
송부용 (경남발전연구원 선임연구위원·산업부 FEZ기획단 자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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