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낙주 교수의 식품이야기
성낙주 교수의 식품이야기
  • 경남일보
  • 승인 2014.01.23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복어가 숙취해소에 진짜 좋을까?
복어는 전 세계적으로 130여종이 알려져 있는데, 중국이나 일본 근해에 40여종, 우리나라 근해에 20여종이 서식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식용하고 있는 복어는 황복, 자주복, 참복, 까치복, 검복, 졸복 등이다. 복어는 돈어(魚+屯 魚), 복전어(服全魚) 혹은 하돈(河豚) 등 다양한 이름을 갖고 있다.

복어는 맛이 좋은 식품이긴 하나 독소가 있기 때문에 잘못 먹고 죽은 사람이 방송이나 신문에 가끔 등장하기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식가나 술 먹고 난 후 해장국으로 즐겨먹고 있다. 중국 송나라의 소동파라는 시인은 ‘죽음과도 바꿀만한 가치가 있는 맛’이라고 복어의 맛을 극찬하였다는 기록이 있다. 중국에서는 특히 복어의 생식소인 정소(精巢)를 최고로 맛있는 부위로 꼽고 있으며, 이름도 서시유(西施乳)라는 별명을 갖고 있다. 그 유래가 참 재미있다. 춘추시대(BC 770-403) 때 월(越)나라와 오(吳)나라간의 치열한 전쟁에서 월나라가 패하자 월나라 왕 구천(勾踐)이 오나라 왕 부차(夫差)에게 자기의 애첩 서시를 넘겨주었는데, 서시가 얼마나 아름다웠는지 오나라 왕이 서시에게 반해 매일 주지육림(酒池肉林)속에 빠져 결국에는 범소백의 침입을 받아 망하고 만다. 그런데 서시의 미색 중 풍만한 유방이 유독 아름다워 그 모양이 복어의 정소를 닮았다 하여 비유적으로 서시유라고 붙여진 이름이다.

복어는 맛도 좋지만 술꾼들 사이에는 숙취해소에 좋다고들 하는데 과연 과학적인 근거가 있을까? 숙취는 술 마신 후 찾아오는 불청객으로 다시는 술을 마시지 않겠다고 다짐할 정도로 괴롭다. 그래서 숙취에 좋다는 음식을 찾게 되는데 복어 역시 그 중 하나다. 숙취는 왜 생길까? 술을 먹게 되면 술의 주성분인 에탄올이 위장에 존재하는 알코올 분해효소(alcohol dehydrogenase)에 의해 남자는 20~30%, 여자는 10%정도 대사되고, 나머지는 간에서 분해된다. 이 때 에탄올의 산화과정에서 생성된 아세트알데히드(acetaldehyde)라는 고약한 놈이 간 손상을 유발시키고 동시에 숙취를 일으킨다.

필자가 쥐를 대상으로 실험한 바에 의하면 복어가 숙취 해소에 효과가 있는 이유로는 숙취의 주범인 아세트알데히드라는 물질을 산화시키는 효소의 활성을 크게 증가시키고, 또 알코올이 대사될 때 생성되는 활성 산소를 제거하는 효소의 활성 역시 크게 증가시키기 때문에 숙취에 효과적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위험이 뒤따르는 데도 복어를 즐겨 먹는 또 다른 이유는 맛이 좋기 때문이다. 복어가 맛이 좋다는 과학적인 자료를 정리해 보면, 맛을 내는 성분인 이노신산이라는 핵산관련 물질과 글루탐산, 여기에 감미성 아미노산인 글리신, 알라닌 등이 많이 들어 있고, 단백질의 함량은 많고 지방의 함량은 낮아서 담백한 맛이 조화를 이루고, 또 복국은 내장을 시원하게 해주는 내피감각형 음식인 바, 복국을 먹게 되면 ‘아, 시원하다’라는 말이 절로 나오게 된다.

복어가 문제 되는 것은 복어독, 즉 테트로도톡신(tetrodotoxin)이라는 독소 때문이다. 독은 주로 난소, 간장, 내장 및 피부 등에 들어 있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청산가리보다 600~1000배나 강한 맹독이다. 예를 들면 검복 한 마리의 독은 30여명의 사람을 죽일 수 있고, 쥐는 약 22만2000마리를 죽일 수 있는 어마어마한 독을 가지고 있다. 복어독이 위험한 것은 무미 무취로 독성분의 존재 유무를 쉽게 분별할 수 없으며, 물에도 녹지 않고, 가열에도 비교적 안정하기 때문이다.

복어의 중독 증세는 복어를 먹고 난 후 20~30분에서 8시간 사이에 나타나는데, 중독 증상은 동물의 중추와 말초신경에 작용하여 지각이상, 운동장애, 호흡장애, 혈압강하 등이 수반되며 최종적으로 전신반사 기능이 소실되어 사망하게 된다.

복어는 동일한 종류라도 서식해역에 따라 독성이 강할 수도 있고 약할 수도 있다. 따라서 수입산 복어를 국내산과 동일하게 취급하여 요리하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 따라서 복어 전문요리사는 외국산 복어 요리 시 주의를 요한다. 그리고 흔히들 미나리가 복어 독을 제거할 수 있는 것처럼 말하는데, 이것은 사실무근이다. 어떤 식품도 복어 독을 해독할 수 없다는 것을 독자들은 꼭 기억해야 한다. 그야말로 잘 못 먹으면 독이 되고, 잘 먹으면 약이 된다.

/경상대학교 식품영양학과

복어1
복어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경상남도 진주시 남강로 1065 경남일보사
  • 대표전화 : 055-751-1000
  • 팩스 : 055-757-1722
  • 법인명 : (주)경남일보
  • 제호 :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 등록번호 : 경남 가 00004
  • 등록일 : 1989-11-17
  • 발행일 : 1989-11-17
  • 발행인 : 고영진
  • 편집인 : 강동현
  • 고충처리인 : 최창민
  • 청소년보호책임자 : 김지원
  • 인터넷신문등록번호 : 경남, 아02576
  • 등록일자 : 2022년 12월13일
  • 발행·편집 : 고영진
  •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gnnews@gnnews.co.kr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