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과 함께 늙어가는 국가
국민과 함께 늙어가는 국가
  • 경남일보
  • 승인 2014.01.23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이주형 (경남과기대 편집국장)
1월 31일은 민족 최대의 명절인 설날이다. 수도권에 밀집된 인구 대다수가 지방으로 귀향하는 ‘민족 대이동 현상’으로 인해 장거리 이동에 피곤함을 호소하기도, 친척 어르신의 입시나 취업 혹은 결혼 이야기에 진땀을 빼기도 하지만 모처럼 맞는 연휴의 소중함은 모두에게 각별하기 그지없다.

얼마 전 우연히 고령화 사회를 주제로 한 다큐멘터리 방송을 보게 되었다. 2050년, 초고령 사회에 진입한 대한민국의 미래를 가상으로 그려본 방송 내용은 결코 긍정적이지 못했다. 정치, 사회의 모든 것들이 노인세대와 젊은세대의 대립으로 팽배하고, 노령화된 노동력과 근속자들의 높은 임금을 감당하지 못한 기업들은 외국으로 공장을 옮겼다. 젊은 세대가 짊어질 연금과 의료비, 세금의 부담은 갈수록 커지고 노인세대는 지속된 저출산으로 인해 얼마 있지도 않은 젊은세대들과 치열한 기득권 싸움을 펼친다. 당장은 출산이나 노후와 크게 관련이 없는 나 역시도 2050년이면 노후를 맞이할 나이가 될 것을 생각하면 충분히 위화감이 들 만한 내용을 담고 있었다.

통계청에서는 ‘2013 고령자 통계’에서 현재 우리나라의 노인 인구가 613만 7702명으로 전체 인구의 12.2%가 65세 이상의 노인이라고 발표했다. 2008년에 500만명을 돌파한 이후 5년 만에 100만명이 증가한 것이다. 예측대로라면 2025년에는 1000만명을, 2050년에는 1799만명을 기록해 노인이 차지하는 전체 인구의 비율이 37.4%에 이르게 된다. 전체 인구의 7%이상이 고령화 사회, 14%이상이 고령사회, 20%이상이 초고령 사회인 점, 그리고 다른 선진국들에 비해 우리의 고령사회와 초고령 사회로 진입하는 기간이 압도적으로 빠른 점을 감안하면 현재의 추세는 어느 사회적 문제보다 심각하다고 할 수 있다.

전체 인구에서 노인이 차지하는 ‘수’가 아닌 ‘비율’이 많아진다는 것은 곧 젊은 세대가 부족하다는 말과 직결된다. 이는 출산율과도 관련이 깊다. 높아만 가는 물가로 인해 결혼을 기피하는 국민이 증가하고, 결혼을 하더라도 비싼 사교육비와 직장문제로 출산을 미루거나 포기하는 여성이 많아질 수밖에 없는 사회적 구조 역시 출산율 저하에 큰 몫을 하고 있다.

단순히 노인 인구가 증가한다는 것이 문제의 핵심은 결코 아니다. 사람은 누구나 나이가 들고 노인이 된다. 하지만 ‘사오정(40~50대의 정년퇴직)’이라는 단어가 말해주듯 노년에 들어서지도 못한 채 직장을 잃는 기업의 고용실태가 지속되고 이를 정부가 개입하여 고령자에 대한 고용제도와 실버산업 육성 등 고령사회를 대비한 준비를 철저히 하지 않는 이상 방송에서 봤던 2050년의 모습은 현실이 될 수도 있다고 본다. 그리고 그때가 되면 노인이 되는 세대는 바로 우리라는 점을 인지하고 출산과 노후정책에 대한 기업과 국가의 태도에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이주형 (경남과기대 편집국장)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경상남도 진주시 남강로 1065 경남일보사
  • 대표전화 : 055-751-1000
  • 팩스 : 055-757-1722
  • 법인명 : (주)경남일보
  • 제호 :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 등록번호 : 경남 가 00004
  • 등록일 : 1989-11-17
  • 발행일 : 1989-11-17
  • 발행인 : 고영진
  • 편집인 : 강동현
  • 고충처리인 : 최창민
  • 청소년보호책임자 : 김지원
  • 인터넷신문등록번호 : 경남, 아02576
  • 등록일자 : 2022년 12월13일
  • 발행·편집 : 고영진
  •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gnnews@gnnews.co.kr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