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사교육은 진보와 보수가 따로 없다
국사교육은 진보와 보수가 따로 없다
  • 경남일보
  • 승인 2014.01.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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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돈 (한국교육자 대상 수상자, 태룡)
갑오년 초부터 예기치 않은 교학사 역사교과서 논란으로 나라전체가 시끄럽다. 역사는 우리 선조들의 발자취이고 후손들이 배워야 할 교훈으로 길이길이 지켜 나가야 하는 유·무형의 정신유산이다. 8·15광복, 6·25전쟁 등 대한민국 존망의 역사를 생생하게 체험하고 중등학교에서 역사를 가르치고 은퇴한 70대의 교사입장에서 보면 정치도 아닌 교육을 왜 진보와 보수로 나누어 서로 옳다고 싸우는 것인지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다.

최근의 사태는 지난 십수년 간 감수성이 예민한 초·중등학생을 지도한 전교조와 매스컴 그리고 정부 당국자가 기본을 잃어버리고 있었다는 것을 보여주는 한 단면이다. 진보(개혁)세력도 국가의 정체성을 훼손하지 않는 범위에서 허용되어야지, 이적행위가 된다면 진보가 외치는 개혁은 국가의 존립 자체를 위태롭게 하는 것이다. 최근 수십년 간의 일본교과서 왜곡, 독도문제, 노사갈등 등의 틈바구니에서 전교조 활동을 소홀하게 대처하여 교육의 주체성이 허물어졌다고 생각한다.

역사교육 측면에서 보면 이런 한국의 현실은 내부결속을 위해 자국의 역사를 미화(美化)하거나 과장해 후손들에게 가르치고 있는 가까운 이웃나라 중국이나 일본과 대조를 이루고 있다. 중국이 마오쩌둥을 비롯한 지도자들을 미화해서 가르치고 동북공정을 통해 한국의 역사를 자기들의 것인 양 교육하고 있다는 사실은 익히 알고 있을 것이다.

일본의 경우는 보다 심각했다. 필자는 76년도 일본 나고야성을 견학하던 중 박물관에 진열된 우리 갑옷을 “2세들에게 선조의 자존심과 긍지를 심어 주기 위해 자기들의 유산이다며 이해 바란다”는 일본인 안내자의 설명을 듣고 깜짝 놀랐다. “조선을 침략할 때 빼앗아 간 것이니, 사실대로 고치기를 바란다”는 말로 끝낼 수밖에 없었지만, 일본의 우경화 현상이 얼마나 치밀하고 끈기 있게 진행되었는지 새삼 되돌아보게 하는 기억이다. 최근 일본에서는 초·중학교 도덕과목을 특별과목으로 신설하고 확대해 나가고자 하는 정책적 조치의 저의를 꿰뚫어 볼 필요가 있다. 우리는 최소한 있었던 그리고 있는 그대로의 우리역사를 지키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이러한 진보교육의 폐해는 역사뿐만이 아니라 국가 정통성 수호 측면에서도 그대로 나타나고 있다. 2008년 4월 5일자 조선일보 사설 ‘육사생도들까지 오염시킨 좌파선동’에 2004년 1월 육사에 합격한 가(假) 입교생 250명 중 주적을 북한으로 알고 있는 비율이 33%인 반면에 미국이 34%였는데, 이들은 주로 전교조 교사들에게 배웠다는 기사를 읽은 적이 있다. 게다가 미래 헌법을 수호해야 할 사법시험 응시생 80%정도가 국가관이 뚜렷하지 않았다는 심사위원의 말도 있었다. 게다가 역대 어느 정권에서는 한국교총보다 전교조를 오히려 교육부장관과 직접 대면할 수 있는 길을 터 준 적도 있었다. 이처럼 교육현장에서 나타난 좌편향 정책의 영향이 오늘에 이르러 요즈음과 같은 사회적 문제를 양산하고 있는 것이다.

미국 예일대학 법과대학장 재미교포 2세인 해럴드 고 교수는 “미국의 힘은 군사경제보다 탁월한 교육기관에서 나온다”고 하였다. 이 말의 진정한 의미를 국가의 정체성을 가르치는 역사와 도덕(윤리)교육에서 찾고 싶다. 필자는 2006년 7월 18일자 경남일보 기고문에서 첫째, 중등국사(근세사)는 대통령 직속이나 교육부장관 산하에 엄선된 정연한 70대의 사회학과 중등교사와 역사학 교수들이 단일본 교과서를 집필, 채택해 진학 및 공채시험 필수과목으로 하고 둘째, 도덕 (윤리)교과서는 성균관의 유림학자와 대학 윤리전공교수 등 원로교육자 중심으로 구성해 충효사상에 기초를 두고 재정립하여 중등교육과 진학시험 및 전 공채시험 필수로 하여 ‘된 사람’ 양성에 기여해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교육부장관은 마지막 교육개혁을 한다는 각오로 386세대 운동권 일부와 전교조 일부가 이념을 앞세워 가로막으려고 하는 역사교육을 바로세워 주기를 바란다. 도덕(윤리)에 추가하여 통일된 역사교육을 통해 내부결속을 다진다면 국민은 박수를 보낼 것이고 후세에까지 길이길이 기억될 것이다.
 
이돈 (한국교육자 대상 수상자, 태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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