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용 기자
자신의 개인정보가 유출됐으니 참으로 섬뜩한 일이다. 개인정보 유출은 비단 금융권에서만 일어나는 게 아니어서 문제가 더욱 심각하다.
지방선거를 앞두고 입지자들이 저마다 펼치는 여론조사가 예삿일이 아니다. 최근 각 지역마다 벌어지는 여론조사는 휴대폰으로 연결되는 게 다반사다. 응답비율을 높일 방편이니 이해는 된다. 그러나 문제는 여론조사자가 피조사자의 휴대폰 번호를 어떤 경로를 거쳐 알게 됐느냐는 점이다.
기자는 최근 “지방선거 ‘여론조사’ 적법성 논란” 제하의 기사작성을 위한 취재과정에 각 입지자 캠프 관계자들의 해괴한 답변에 당혹감을 감출 수가 없었다.
피조사자의 휴대폰 번호 인지 경로를 묻는 질문에 A캠프 관계자는 ‘무작위 추출’이라고 해명했다. B캠프 측은 “평상시 사회생활을 통해 알게 된 지인”이라고 했으며, C캠프 관계자는 “여론조사기관에서 알아서 해 줬다”고 했다. 이들 답변 어느 하나 적법한 게 없으니 그저 한심스러울 따름이다.
휴대폰 번호를 ‘무작위 추출’했다는 것 자체는 피조사자의 특정지역을 가늠할 수가 없는 노릇이어서 ‘여론조사의 목적, 표본의 크기, 조사지역·일시·방법, 전체 설문내용 등을 여론조사 개시일 전 2일까지 해당 선거구 선거관리위원회에 서면으로 신고하여야 한다’는 공직선거법의 규정을 위반한 꼴이다.
또 ‘평상시 사회생활을 통해 알게 된 지인’이 피조사자라면 ‘해당 조사대상의 전 계층을 대표할 수 있도록 피조사자를 선정해야 한다’는 공직선거법 규정을 어겼다.
‘여론조사기관에서 알아서 해 줬다’는 대답은 더욱 황당하다. 그 여론조사기관은 어떤 방법으로 조사자가 요구하는 선거구역 내의 피조사자 개인정보를 취득했는지 의문을 품지 않을 수 없다. 정보통신 관련법 위반으로 딱 덜미가 잡히는 수준이다. 금융권에서 한판 날린 개인정보 유출파문이 이제 정치권으로도 비화될 조짐이니 개탄할 노릇이다.
저작권자 ©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