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의 역학이야기> 우주의 마음
<이준의 역학이야기> 우주의 마음
  • 경남일보
  • 승인 2014.01.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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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세상 모든 존재는 우주의 마음이 나타난 것이라는 말이 있다. 대부분의 종교에서는 생사와 시공을 초월한 절대적 불멸의 존재로 신(神·God)을 이야기하고, 기 철학(氣哲學)에서는 우주의 에너지(cosmic energy)를 이야기하며, 정신물리학에서는 우주심(cosmosism)을 이야기한다. 우주심, 우주의 마음은 천지신명(天地神明), 조상신(祖上神). 공(空), 무(無), 아트만, 한울님, 하느님, 하나님 등 다양한 이름으로 불리기도 한다.

근세기 들어 절대적 존재로서의 우주의 마음이라는 용어가 전 세계적으로 유행하였던 시기는 1980년대에서 1990년대에 이르는 시기였다. 이 시기는 묘하게도 여러 측면에서 정신적 공허함에 생기는 시기였고, 전자공학기술에 바탕을 둔 컴퓨터 통신이 비약적 발전을 하던 시기였으며, 우리나라에는 전두환·노태우 정권의 강압적 군사문화에 대한 반발과 저항이 극렬하였던 시기였다.

우주의 마음이라는 말이 널리 유행하게 되는 시대적 분위기는 뭔가 마음을 옥죄어 오는 현실적 억압구조가 어떤 개인, 나아가 그 사회, 그 국가, 그 시대의 사람들에게 존재하고 있었음을 드러내는 증거일 수 있다. 그리고 21세기인 지금 우리나라에서 우주의 마음이라는 말들이 슬슬 번지기 시작하고 있다. 그만큼 우리 사는 것이 팍팍해지고 있다는 증거이기도 한다. 마음의 위안처로 삼고 싶은 말이 우주의 마음일 수 있기 때문이다.

우주의 마음이 있는지 없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이는 사람에게 마음과 영혼이 있는지 없는지 확언할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어떤 신경외과 의사는 자신 있게 말한다. 사람을 아무리 해부해 보아도 마음도 영혼도 찾을 수 없다. 뇌 과학자들도 자신 있게 말한다. 영혼 마음 정신 감정 정서 등 모든 것은 뇌의 작용일 뿐 실재하는 것은 아니다. 우주천체 물리학자들도 확실하게 말한다. 우주에서 들리는 신의 신호를 포착한 적이 없다. 우주는 그저 빈공간이고 물질이 작용하는 별들만 존재할 뿐 그 어떤 인격체로서의 의지를 가진 존재의 신호를 포착한 적이 없다.

그러나 이런 생각도 든다. 과연 찾을 수 없기에, 발견할 수 없기에, 검증할 수 없기에, 없는 것일까 존재하지 않는 것일까 하는 반문도 하여 본다. 우주의 마음이 전파신호기에 잡히고, 감각으로 확인할 수 있고, 기기로 제어할 수 있다면 그것을 과연 우주의 마음이라 할 수 있을까. 인간의 감각이 감지할 수 있는 잡다한 색상이 뒤엉켜 있는 것을 어찌 우주심이라 할 수 있겠는가. 그런 것은 우주심이 아니라 오히려 걸림만 될 뿐이다.

우주의 마음은 텅 비어 있다. 텅 비어 있어야 함이 우주마음의 본성이어야 마땅할 것 같다. 하지만 우주의 마음에는 결이라는 것이 있다. 숨결이라고도 하고, 율려(律呂)라고도 하여 이는 빛과 소리로 나타난다. 우리의 현재 언행-지금 이 순간의 마음먹기와 말과 행동-은 현재와 미래뿐만 아니라 우리가 죽은 다음 텅 빈 무의 세계로 돌아가서 다시 새로운 존재로 현시(顯示)될 때, 매순간 하나의 결(원인, 원리, 이치, 업보)이 되어 작동하는 것으로 말한다. 우주에 빈 원인이란 없기 때문이다. 이를 노자는 천망(天網)이라고 하였고, 불가에서는 인연(因緣)이라하였으며, 주역 곤괘 문언전에서는 선을 쌓은 집안에는 반드시 경사가 넘치고, 악을 쌓은 집안에는 반드시 재앙이 넘친다(積善之家, 必有餘慶, 積不善之家, 必有餘殃)라고 하였다.

그러나 우주의 마음은 신상필벌의 잔혹함이 아니라 오히려 너그러움이고, 용서의 덕성이고, 사랑이다. 별 볼일 없고 자잘한 뭇 삼라만상의 생명체와 존재들, 힘없고 빽 없는 약한 서민들(己十土)을 살게 하는 바탕이다. 성인(聖人)이란 이 우주의 마음을 실천하는 사람들을 말한다. 정역을 설파한 김일부는 이런 열사람의 성인들로 유소(有巢), 수인(燧人), 복희(伏羲), 신농(神農), 황제(皇帝), 신요(神堯), 제순(帝舜), 대우(大禹), 은탕(殷湯), 기자(箕子)를 들었다. 유소는 집을 만들었고, 수인은 불을 사용토록 하였으며, 복희는 기호와 언어로 뜻을 전달하는 말을 사용토록 하였으며, 말의 소통을 통하여 다양한 생활기구와 제도를 만들도록 하였고, 신농은 농사짓는 법을, 황제는 병을 고치는 법을, 요는 세월을 알도록 하는 역법(달력)을, 제순, 대우, 은탕, 기자는 위대한 정치적 요체를 고안하여 백성들로 하여금 편안히 살아 갈 수 있도록 하였다.

요컨대 우주의 마음을 실천하는 성인들이란 뭇 생명과 사람들을 건강하고 행복하게 살도록 하는 실천방안에 골몰하였던 사람이었다고 할 수 있다.

신년 벽두 대통령, 여야 대표들의 신년사로 여전히 정치판이 시끄럽다. 금년 지자체 선거 역시 빠지지 않는 중대 이슈이다. 우리에게는 우주의 마음을 실천하는 지역의 성인(聖人)을 가려내어야 할 책무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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