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평 교수의 의학이야기
김진평 교수의 의학이야기
  • 경남일보
  • 승인 2014.02.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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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갑자기 혹부리 영감이 된다면?
우리 전래동화에 ‘혹부리 영감’이라는 동화가 있다. 목에 큰 혹이 달린 영감이 밤중에 도깨비를 만나게 되고 도깨비들이 그 혹이 노래주머니인 줄 알고 떼어간다는 내용이다. 물론 이야기만으로 그 혹이 무엇이었는지 알 수는 없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어느 날 갑자기 내 목에 혹이 만져진다면 이야기 속의 혹부리 영감처럼 노래를 부르며 도깨비만을 기다려서는 안 된다는 것은 확실하다.

경부 종물이란 목에 생기는 혹을 일컫는데, 단순한 혹(몽우리)에서부터 양성종양, 악성종양 (암)을 포함하는 포괄적 의미의 명칭이다. 목에 생기는 종물의 원인으로는 림프절 종창이 가장 흔하다. 이 경우 염증에 의한 종창이 주종을 이루지만, 결핵성 림프절염 그리고 가끔 얼굴 및 목 부위나 다른 곳으로부터의 암 전이 혹은 악성 림프종인 경우도 있으므로 세밀히 조사해야 한다. 림프절 종창 이외에 생길 수 있는 종물은 갑상선 결절, 혈관종 등의 선천성 이상, 신경종 등이다. 목의 종물은 연령, 성별, 부위에 따라 어느 정도 구별이 가능하며, 정확한 진단을 위해서는 경부의 해부와 각 질환의 임상적 특징을 잘 알고 있는 이비인후과 의사의 진료가 필요하다.

연령별로 보면 15세 이하의 소아에서는 염증성 림프절염이 가장 빈번하고, 다음으로 새열낭, 갑상설관낭, 혈관종의 순으로 선천성 및 양성 종물이 주를 이룬다. 16~40세에서는 염증성 림프절염, 선천성 이상, 악성 림프종, 갑상선 악성 종양의 순이며, 40세 이상 군에서는 악성 종양의 경부 림프절 전이, 갑상선 악성 종양, 염증성 림프절염의 순으로 악성 종양에 의한 종물의 가능성이 높아진다. 따라서 40세 이상에서 목에 혹이 생겼다면 일단 암을 의심하고 적절한 진단 및 치료를 받아야 한다. 특히 목의 종물 중 악성을 시사하는 소견으로는 크기가 점차 커지거나 크기가 1~2cm이상인 경우, 만져서 통증이 없는 경우와 단단하게 주위와 유착되어 있을 때이다.

경부 종물은 발생 원인과 관련 질환들이 다양한 만큼 진단이 매우 중요하다. 목에 종물이 만져져 병원에 내원한다면 우선 자세한 병력 청취와 진찰, 이비인후과 내시경 검사를 통해 어느 정도 감별 진단을 할 수 있다. 이 외에 초음파 검사, CT, MRI 등의 영상 검사가 진단에 도움을 줄 수 있다. 이상의 검사상 악성이 의심되거나 확진을 위해서는 세침흡인세포 검사와 절개 혹은 절제생검 등 병리조직검사가 필요하다. 원인 질환에 따라 치료법도 달라진다. 염증에 의한 림프절 종창의 경우 일반적으로 2주 이상의 약물 치료가 필요하며 약물 치료에 반응이 없거나 악성 종양이 의심되는 경우에는 수술적 치료가 필요하다. 양성 종양으로 판단되는 경우에는 수술로서 종물과 함께 제한된 주변 조직만 선별적으로 절제하면 되지만, 악성 종양이 의심되는 경우에는 원발병소를 적극적으로 찾아야 하며 원발병소와 함께 보다 넓은 조직을 제거하는 수술을 시행하며, 조기에 발견하는 경우 완치 가능성이 더욱 높다.

전래 동화 속의 혹부리 영감은 40세 이후의 나이에 도깨비 눈에 보일 정도의 크기(1~2cm 이상)의 혹을 가지고 있었으므로 악성 종양의 가능성이 있었다. 옛날 옛적에 도깨비가 혹을 떼어주어 다행이었지만, 도깨비가 없는 요즘에는 이비인후과 의사의 진료를 통한 정확한 진단과 치료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된다.

/경상대학교병원 이비인후과

혹부리
혹부리
EN김진평1
경상대병원 이비인후과 김진평 교수
EN김진평(명함)
경상대병원 이비인후과 김진평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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