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구정(伴鷗亭)
반구정(伴鷗亭)
  • 경남일보
  • 승인 2014.02.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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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동선 (객원논설위원)
반구정(伴鷗亭)곁에 가련한 집 한 채가 있는데 늙은 선비가 반갑게 길손을 맞는다. 일행을 방으로 안내해 놓고 정작 자신은 어디론가 밖으로 나갔다가 한참 만에 돌아와 정성껏 끓여 만든 율무차를 소반에 담아 내놓는다. 인사를 나누니 호를 아산(雅山), 함자를 조성도(趙性道)라고 한다. 티 없이 맑은 얼굴이다. 연세를 물었더니 아직도 창창한 88세라면서 빙긋 웃는다. 나이보다 십년은 더 젊어 보인다. 벽에 한시 한 수가 걸려 있다.

▶‘산고수장반구정(山高水長伴鷗亭/원근운애첨가경(遠近雲靄添佳境)/황혼원앙선다정(黃昏鴛鴦羨多情)/초연생애만세영(超然生涯萬世榮)=산수 좋은 언덕에 반구정일세/구름과 이내가 아름다움을 더하고/황혼의 원앙 사랑 다정도 부러워라/생애를 벗어나 만세까지 번영하세.’ 시의 지은이가 누구냐고 물었더니 홍춘식(洪春植)이라고 노인장이 이름을 손수 적어준다.

▶필자는 얼른 연필을 꺼내 즉석에서 감흥 시 한 수를 적었다. ‘요산요수군자요/벽강창천안구유/만애절경수수정/고월잔영은괴지(樂山樂水君子樂/ 碧江蒼天雁鷗游/ 萬崖絶景誰竪亭/ 孤月殘影隱槐枝)=산천경개는 선비들이 즐기는 놀이터요/맑은 하늘 푸른 강엔 기러기 갈매기가 노니는데/천애절경에 그 누가 정자를 지었는가?/외로운 달빛은 느티나무 가지에 은은히 비치네.’

▶방촌 황희가 87세 되던 해(세종 31)에 영의정에서 물러나 갈매기와 벗하면서 임진강 나루터에 지은 정자가 반구정이었다. 필자가 새해 들어 조훈래·정연가 두 전 문화원장과 더불어 들른 반구정은 낙동강변에 있었다. 그 옛날 글을 읽고 갈매기와 벗하면서 유유자적했던 선비들의 풍류를 시샘하지 않을 수 없다.

박동선 (객원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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