꺾이지 않는 붓, 꺾을 수 없는 붓
꺾이지 않는 붓, 꺾을 수 없는 붓
  • 경남일보
  • 승인 2014.02.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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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우 (경남대학보사 편집국장)
‘이론 없는 실천은 맹목적이고 실천 없는 이론은 공허하다.’ 칸트의 말이다. 자신에게 부여된 일을 함에 있어 그에 마땅한 사고와 행동이 함께 뒤따라야 한다는 지행합일(知行合一)의 의미를 담고 있다. 그저 입과 글로만 문제를 해결하려 드는 것은 탁상공론에 지나지 않으며, 아무런 해결방안도 없이 무작정 덤벼드는 것은 자신의 무지함을 드러내는 꼴밖에 되지 않음을 돌려 말한 것이다. 즉 이론과 실천이라는 두 밧줄이 팽팽하게 균형을 이룰 때만이 문제의 실마리도 찾을 수 있다는 얘기다.

이는 내게 크게 와 닿는 말이다. 지난 3년 동안 대학신문을 만들면서 수많은 문제와 고민에 봉착해 왔다. 좁게는 내 개인적인 문제와 넓게는 학보 전체에 영향을 주는 사건을 학생기자의 신분으로 마주하면서 말이다. 부끄럽게도 학보를 왜 읽는지 스스로 꾸짖으며 자문하기 전까지만 해도 나는 그저 맹목적으로 매주 신문 찍어내는 것에만 혈안이 돼 있었다. 한편으로는 대학신문이 해야 할 일을 알면서도 여러 상황을 탓하며 행하지 못한 적도 있다.

과거 90년대 초반만 해도 학술과 사회비판적 기사들을 필두로 발행되던 학보가 현재 다양성을 추구하며 변화를 꾀한 것도 오래된 일이다. 그러나 아직까지 대학신문의 방향성조차 잡지 못하고 있는 대학신문사들이 많다. 수많은 대학생 구독층을 확보하기 위해선 그만한 노력이 뒤따라야 함을 알면서도 인력부족과 주간교수와의 마찰, 대학 재정지원의 한계로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무엇보다 대학언론이 해야 할 과제들을 알면서도 행하지 않은 것은 전적으로 각 대학신문사, 그곳에 속한 학생기자들의 책임이다.

물론 지나온 시간을 되짚어보면 학보사 생활이 즐겁고 보람찼던 기억도 많다. 새벽 별을 보고 집에 가는 길엔 피곤함보다도 편집작업을 모두 마쳤다는 뿌듯함이 앞섰다. 교내 밖을 취재하러 나갈 때는 동기 그리고 선·후배들과 동행할 수 있어 즐거웠고, 기획 회의를 할 때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서로의 생각을 공유하기 바빴다. 무엇보다 그 당시에는 힘들고 괴로웠던 순간들도 지금은 내 젊은 날의 아름다운 시간들로 기억되는 일들이 많다.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개인적인 행복과 추억거리일 뿐 학보사라는 집단공동체를 더욱 발전시키고 대학신문의 질적 향상을 꾀하는 데는 크게 영향을 주진 못했다. 그래서 학보사를 떠나는 마음이 더욱 무겁기만 하다. 다만 조금 위안이 되는 것은 나보다 훨씬 생각이 깊은 후배들이 앞으로 학보를 이끌어 간다는 점이다. 학보는 학교의 전 구성원이 함께 만들어 나가는 소통창구임을 아는 후배녀석들이 있어 내 죄책감이 조금은 줄어드는 듯하다. 특히 학생기자는 학교의 역사를 기록하는 사관(史官)임을 알고 있는 후배들이다. 이 후배들이 ‘꺾이지 않는 붓, 꺾을 수 없는 붓’이라는 오랜 학보사의 신조를 계속해서 이어 나가고 더욱 발전시켜 주길 기대해 본다.
김대우 (경남대학보사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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