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일교포 3세의 특별한 졸업식
재일교포 3세의 특별한 졸업식
  • 임명진
  • 승인 2014.02.07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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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주외고 오인선 학생 日 명문대 합격
6일 오전 진주시 일반성면 진주외국어고등학교에서 재외동포 자녀 고등학교 무상교육 첫 졸업생인 재일동포 자녀 오인선양의 졸업식이 열렸다. 이날 졸업식에서 고영진 경남도 교육감이 졸업식을 마친 오인선양을 격려하고 있다.오태인기자
 

“한국에서 쌓은 2년 간의 즐거운 학창시절의 추억은 일본에 가서도 절대 잊지 못할 것 같아요.”

진주외국어고등학교의 제41회 졸업식이 열린 6일 오전. 학교 강당에서 만난 오인선(20)학생은 들뜬 기분을 감출 수 없는 듯 목소리가 약간 떨렸다.

경남도교육청이 전국 최초로 시행한 재외동포 무상교육 프로그램의 1호 학생인 오인선 학생은 이날 고국에서 감격스러운 고등학교 졸업식을 가졌다.

졸업식 표창을 받기 위해 식장 맨 앞줄에 친구들과 나란히 앉은 오인선 학생. 지난 2년 동안 쌓인 학창시절의 추억을 회상하는 듯 얼굴 표정에서 남다른 감회에 사로잡혀 있었다.

한국말을 할 줄 몰라 친구들과 손발짓으로 대화를 나누던 기억에서, 한·일 두 나라 간 과거사 문제로 냉각기류가 형성돼 이질감을 느꼈던 일, 수업을 따라가기 위해 밤새워 공부하던 기억들이 새록새록 생각나는 듯했다.

일본 가나가와현 야마토시 출신인 인선 양은 할아버지·할머니가 모두 한국인인 재일교포 3세다. 일본에서 고등학교에 재학 중 경남도교육청의 재외동포 자녀 고교 무상교육 프로그램에 지원, 2년 전 진주외국어고등학교 2학년으로 편입했다.

부단한 노력 끝에 인선 양은 일본의 명문대학인 조치대학교 외국어학부 프랑스어학과에 합격했다. 해외교포 자녀가 고국에 유학해 다시 대학에 진학한 첫 사례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이날 졸업식에는 일본에서 인선 양의 부친인 재일교포 2세인 오길명(54)씨가 참석해 기쁨을 함께 나눴다.

오길명씨는 “처음엔 여자애인데다 한국말이 서툴러 반대했는데, 본인이 고국에 가고자 하는 열정이 너무 강해 승낙했다”면서 “이런 좋은 결과가 나와서 너무 기분이 좋고, 생각지도 못한 고국에서 자녀의 고교 졸업식을 지켜보게 돼 감회가 정말 새롭다”고 소감을 밝혔다.

인선 양은 앞으로 전공을 살려 아프리카를 비롯한 제3 세계 국가들을 중심으로 활동하는 NGO에서 의미 있는 일을 하는 것이 꿈이다.

인선 양은 “고국에서 대학 진학의 꿈을 이뤄 너무 기쁘다. 일생 동안 추억으로 남을 것 같다. 일본에서 한국 고교 유학을 꿈꾸는 후배들에게 모범이 될 수 있도록 대학에 진학해서도 열심히 공부하겠다”고 장래 포부를 밝혔다.

경남도교육청은 지난 2012년 3월부터 해외동포 뿌리찾기의 일환으로 일본, 키르키스탄 등 해외동포 자녀 고교생들이 경남지역 고등학교에 진학할 경우 수업료, 급식비, 기숙사비, 홈스테이 비용 등을 3년간 전액 지원하는 사업을 시행하고 있다.

졸업식에 참석한 고영진 도교육감은 “오인선 학생의 졸업을 진심으로 축하한다. 오인선 학생처럼 해외자녀가 경남에서 고교유학을 통해 자신의 뿌리찾기는 물론 민간외교관의 역할도 기대하고 있다”면서 “올해도 2명이 입학하기로 하는 등 지원을 보다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고 밝혔다.

현재 경남지역 고등학교에 유학, 무상교육을 받는 재외동포 자녀는 총 7명으로 진주외고의 경우 사에기 츠네노부·임채가·하원실(일본), 한이고르(키르키스탄) 등 4명이며 김해대청고등학교에는 고강정량·배휘남·유상미(일본) 학생 3명이 학업에 매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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