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원준 교수의 의학이야기
최원준 교수의 의학이야기
  • 경남일보
  • 승인 2014.02.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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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가 되게 낯설게 느껴져요”
산부인과 외래에 엄마와 30대 주부가 어머니를 모시고 함께 방문하였다.

“요즘 엄마가 화도 자주 내고 가끔은 혼자 눈물을 흘리는 것을 보았다.” “엄마가 예전 같지 않다.”고 하며 검사를 받아보고 싶다고 했다. 환자의 나이는 51세이며 최근 들어 가슴이 울렁거리고 얼굴이 벌겋게 달아오른다고 한다. 건망증으로 가스를 끄고 외출했는지, 리모컨을 어디 뒀는지 헷갈리는 경우도 자주 있었다고 했다.

외래에서 자주 접하게 되는 갱년기 증상의 환자이다. 호르몬치료의 필요성을 설명하고 몇 가지 검사 후 경구용 호르몬치료를 시행하여 증상이 호전된 경우이다. 딸이 초경할 때 당황하지 않도록 엄마가 돌봐 주는 것처럼 엄마가 폐경이 왔을 때 딸이 엄마의 몸을 돌봐주는 것은 아름다운 현상이다.

폐경은 여자가 늙고 있다는 첫 번째 신호이기 때문에 직접 겪어보지 않고는 그 상실감을 상상하기 힘들다. 여자의 월경을 언급하는 것조차 금기시되는 시대를 살았던 우리의 어머니들은 아무에게도 말을 못하고 혼자 끙끙대다 더욱 증세를 악화시키기도 했다. 폐경은 월경이 완전히 중단되는 현상으로 여성이면 누구나 경험하게 되며 평균연령은 45~55세 정도다. 많은 사람이 갱년기와 폐경기를 혼동하기도 하는데 갱년기는 폐경기에 근접한 마지막 월경의 전후 시기를 말한다. 갱년기가 시작되는 나이는 평균 45세로 지속기간은 평균 5년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폐경기에는 난소의 노화로 난소 내 난자가 고갈되면서 여성호르몬 분비가 감소한다. 이는 곧 난소기능정지와 여성호르몬 분비중단을 말하는 것으로 여성호르몬 결핍상태에 이르게 된다.

갱년기 증상은 가족 간에 혹은 사회생활에서 당혹하게 만드는데 얼굴이 화끈거리는 안면홍조가 가장 대표적이다. 또 심계항진이라고 해서 가슴이 두근두근하는 증상과 뼈, 근육통증, 우울감, 수면장애 및 건망증 등이 찾아오기 쉽다. 치료는 고탄수화물 섭취를 피하고 생선, 채소, 육류섭취를 늘리는 식이요법과 조깅이나 걷기, 맨손체조 및 수영 등의 운동요법도 도움이 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식이요법과 운동요법으로도 증상이 호전되지 않을 때는 호르몬치료를 하기도 한다. 호르몬치료란 난소에서 생성되는 여성호르몬인 에스트로겐을 투여하는 것으로 자궁내막 증식을 막기 위해 황체호르몬인 프로게스테론을 함께 투여한다. 호르몬치료의 장점은 급진적인 갱년기 증상이 호전되고 안면홍조 개선과 수면효과(홍조·발한에 의한 수면장애)를 증진시킨다. 또 흥분과 불안감 같은 감정도 감소하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호르몬치료를 하면 가끔 불규칙한 질 출혈이나 유방 통증, 유방울혈감 및 부종 등의 부작용을 경험하게 되지만 시간이 지나면 저절로 소실되기 때문에 걱정할 필요는 없다. 하지만 이런 부작용 때문에 유방암을 포함한 암의 발생이 증가하지 않느냐는 걱정으로 호르몬치료를 꺼리는 환자를 자주 보게 된다. 이에 대한폐경학회는 “▲우리나라 여성 유방암은 미국이나 유럽과는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에스트로겐 단독 사용은 유방암을 증가시키지 않는다. ▲에스트로겐과 프로게스테론 병합 사용은 5년까지는 유방암을 증가시키지 않는다. 단 장기간 사용 시 유방암의 위험성이 증가할 수 있으므로 전문가와 상의가 필요하다.” 라는 견해를 밝히고 있다. 호르몬치료를 금해야 하는 경우도 있는데 유방암 환자가 대표적이다. 또한, 에스트로겐 의존성종양과 원인이 불분명한 자궁출혈이 있는 경우, 혈전 색전증과 간 기능 장애 등이 있을 때는 전문의와의 상담이 필요하다.

정리하면, 폐경으로 인한 여성호르몬의 감소는 여자의 몸에 많은 변화를 가져오게 된다. 혈관 운동 증상과 이와 관련된 증상들, 수면 장애, 비뇨 생식기 위축 증상과 함께 성교통으로 인한 자존감 상실 등이 발생하게 되어 삶의 질이 감소하게 된다. 폐경기 증상을 호소하는 여성의 치료에는 식이요법, 운동요법 및 가족의 정신적 지지가 매우 중요하며, 환자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해 적극적인 호르몬치료도 고려될 수 있다. 하지만 호르몬제제도 약제라는 사실을 기억하여야 하며, 호르몬 투여 결정 과정에는 환자와 산부인과 전문의의 충분한 상의가 있어야 한다.

/경상대학교병원 산부인과

갱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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