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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화와 개혁을 유연하게 받아들이는 사회권순기 (경상대학교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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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4.02.10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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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익숙한 것이 그대로 유지되기를 바라는 경향이 있다. 자신이 잘할 수 있고 잘 아는 것이 옳다고 여기기 쉽다. 새로운 것, 낯선 것에 대해서는 일단 거부감을 갖는다. 그것이 어떤 물건이든 제도이든 규칙이든. 인류 역사를 돌이켜보면 변화와 개혁은 수구·보수 세력의 반발에 부닥치곤 했다.

1866년 병인양요, 1871년 신미양요는 낯선 외국 문화에 대한 거부감이 확대되어 충돌한 사건이라고 할 수 있다. 세종대왕의 한글창제는 개혁과 수구의 충돌의 결정판이다. 미국의 과학자이자 논픽션 작가인 재레드 다이아몬드(Jared Diamond) 교수는 그의 저서 ‘총, 균, 쇠’ 한글판 서문에서 한글에 대해 “인간의 창조성과 한국인의 천재성에 대한 위대한 기념비”라며 극찬했다. 개혁은 늘 오랜 세월이 지난 뒤에 제대로 된 평가를 받곤 한다.

새해 벽두에 온 나라에 ‘삼성의 총장추천제’ 논란이 휩쓸고 갔다. 삼성이 공채제도를 대폭 개선하겠다고 발표했을 때 지방대 출신 및 저소득층의 우수한 인재들에게 더 많은 기회가 주어질 것으로 생각됐다. 삼성의 의도도 아마 그러했을 것이다. 하지만 격렬한 사회적 논란 끝에 결국 삼성은 새로운 공채제도를 전면 유보했다.

사실 우리나라 기업들의 사원 채용 방식은 많은 변화를 거쳐 왔다. 서류(학벌·성적)와 필기시험, 그리고 면접이라는 천편일률적인 채용방식에서 벗어나 다양한 경험과 능력 그리고 창조적 에너지를 가진 신입사원을 선발하기 위해 기업들은 많은 노력을 해왔다. 삼성은 이미 20년 전쯤 입사지원서에 학력을 기재하지 않는 파격적인 채용정책을 선보였다. 이때 필기시험 대신 개인의 숨은 능력을 평가하는 SSAT(삼성직무적성검사)가 도입됐다. 현대자동차는 길거리 캐스팅 면접이라는 방법과 자동차 파워 블로거 등을 수시 채용하는 방법을 도입했다. SK는 오디션과 합숙을 통한 바이킹 전형이라는 이색적인 방법으로 사원을 채용하고, LG는 글로벌 챌린지(대학생 해외탐방) 참가자를 인턴으로 우선 채용한다고 한다. 개별 기업들이 고정관념을 깨면서 새로운 채용제도를 속속 도입하는 것은 매우 바람직하다.

삼성의 총장추천제 논란이 우리 사회에 던진 메시지는 무엇일까. 먼저 개혁의 방법에 대해서는 논의가 있겠지만 큰 틀(개혁의 방향)에서는 유연하게 포용할 수 있어야 성숙한 사회라는 점이다. 지금 하고자 하는 변화와 개혁이, 과정에서의 문제점만 보완해 나간다면, 나중에 어떤 평가를 받게 될지도 생각해 봐야 한다.

또한 해마다 20만 명 이상이 삼성만 바라보는 ‘SSAT 낭인’을 그대로 두고 볼 수는 없다는 점이다. 더 심각한 사회병리현상으로 확대되기 전에 관련 당사자들이 이 문제의 해결에 나서야 한다. 비록 현재로선 유보됐지만, 총장추천제를 포함한 새로운 공채제도는 그 노력의 일환이었다. 교육부나 노동부 등 정부당국에서도 개별 기업의 문제로만 치부하지 말고 우리나라의 기업 채용문화, 지방대 출신들의 취업난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하고 대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동시에 시민들의 냉철한 이성적 의식도 필요하다. 몇몇 명문대학을 제외한 대부분의 대학들 특히 지방대 출신들은 ‘대학생 취업희망 부동의 1위’인 삼성에 몇 명이나 합격하고 있는가. 저소득층 대학생이 부유한 집안 출신 대학생과 겨룬다면 이길 확률은 얼마나 될까. 지방대 출신 채용확대, 저소득층 채용할당과 같은 제도가 삼성을 구성하는 사원들의 빛깔을 더욱 다양하게 할 기회가 될 수 있었다.

개혁을 하려는 쪽은 일시적인 비판 여론에 너무 위축되지 않았으면 좋겠다. 이때 필요한 것은 유연성이다. 삼성이 유연성을 가지고 새로운 채용제도의 기본 취지를 잘 살려나간다면 본래 의도했던 바를 이루게 될 것으로 보는 이유이다. 이 같은 약자보호 의식이 더 많은 기업과 공기업·공무원 등 공공영역으로까지 확산된다면 우리나라의 상생 문화는 꽃을 피우게 될 것이다.
권순기 (경상대학교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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