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으라고 가르쳐야 하나 때리라고 해야 하나
참으라고 가르쳐야 하나 때리라고 해야 하나
  • 경남일보
  • 승인 2014.02.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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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한우 (한국국제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아이를 기르면서 한 번씩 고민했을 법한 한 가지는 우리 아이가 다른 아이에게 맞고 왔을 때 부모로서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가였다. 작년까지는 때리지 말고 참으라고 가르쳤었다. 몇 달 전까지는 참으라고 해야 하나 때리라고 해야 하나 이 두 가지 갈림길에서 주위 분들에게 질문하며 좀 더 현명한 답이 없을까 고민을 했다. 하지만 한 달 정도 아이가 지속적으로 학원에서 맞는다는 이야기를 듣고 심지어 아이가 학원 차에서 맞는 사진을 함께 학원에 다니는 누나가 찍어 보내 준 걸 보는 순간 참으라고 가르치는 내 자신이 바보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이가 받은 상처와 다른 아이들에게 내 아이가 맞아도 되는 아이로 인식되어 아무 이유 없이 함께 아이를 때렸다는 것만으로도 화가 났다. 아이들의 문제이고 학원에서 인지할 수 있도록 의견을 제시했고, 문제를 해결해 주기를 바랐던 내 생각이 아이에게는 상처를 주는 일이 되어 버렸다. 아이에게 적어도 자신을 방어하도록 가르쳐야 한다는 생각이 들어 먼저 누구를 때리지는 말아야 하지만, 누가 때리면 가만히 맞고 있어서는 안 된다고 함께 때리거나 소리를 쳐야 한다고 가르쳤다.

부모로서 내 자식을 내가 다 안다고 할 수는 없지만 집에서 보는 아이와 학교나 학원에서 행동하는 내 아이의 모습은 분명 다를 수 있다. 하지만 친구나 선생님들에게 물어 정확히 아이의 행동에 대해 알고 있어야 하고 왜 그런 행동을 하는지 아이와 끊임없이 이야기를 해야만 이 세상에 적응을 시킬 수 있다고 생각한다. TV에서 청소년들에게 왕따를 당했을 때 어떻게 대처하느냐는 질문에 아이들 스스로가 친구들과 친해지려고 노력한다는 긍정적인 대답이 있어 다행이라고 안도의 숨을 내쉬었지만, 선생님이나 부모에게 알린다, 심지어는 경찰에 신고한다는 말을 듣는 순간 ‘내가 자랄 때는 안 그랬는데’ 하는 생각을 하다 문득 내가 자랄 때의 환경과 우리 아이가 자라는 환경을 생각해 보면 비교 자체가 될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이들에게 “엄마가 자랄 때는 이랬어”라는 말을 해주는 것이 아이들에게 공감을 얻기는 어려운 일인 것이다.

또래에 비해 월등히 커 아이의 성향을 봤을 때 다른 아이를 때리는 아이는 아닌데 개구쟁인데다 친하게 지내는 방법을 몰라 오해를 사는 경우가 많아 작년까지 다른 아이들에게 항상 위협적인 아이로 분류되어 다른 엄마들에게 함께 놀 대상에서 제외되는 걸 뒤 뒤늦게 알게 되어 아이가 나름 상처가 있다는 사실을 뒤늦게 안 적이 있었다. 모든 사람의 행동엔 상호작용 패턴이 있으니 우선적으로 내 아이의 행동문제가 무엇일까 선생님들께 물어 수정시키려 애를 쓰기도 했고, 친구들과 어울리는 방법을 끊임없이 가르치기도 했다. 사람과 함께 살기 위해서 지켜야 하는 예절과 배려, 사회에서 필요로 하는 규칙이라는 것을 가르치는 것이 하루아침에 습득되는 것이 아니었기에 지속적으로 끊임없이 잔소리를 해야만 했고, 나 또한 그런 모습을 아이에게 보여줘야만 했다. 아직 초등학교 저학년이기 때문에 자기 중심성에서 조금씩 벗어나기 시작하는 수준으로 서툰 모습일 수밖에 없지만 그래도 조금씩 친구들과 어울려 지내는 것을 터득하면서 학교생활에 적응하는 아이가 대견해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아이의 활동 반경이 나날이 넓어지면서 또래가 아닌 형들에게 맞았다는 말을 듣는 경우가 생기고, 또 빈번해졌다. 또래 아이들과의 잦은 다툼이나 싸움은 함께 커가는 과정으로 생기는 마찰이기 때문에 그 만큼 쉽게 풀어지고 선생님과 스스로 해결할 수 있기 때문에 내가 고민할 것이 아니었다. 하지만 형이나 누나들에게 맞고 오는 경우에는 때리라고 해야 하나, 도망치라고 해야 하나 난감할 때가 생기게 된다. 자신을 스스로 보호하기엔 아직 어린 아이를 참으라고 해야 하는지, 덤벼들어 때리라고 해야 하는지, 왜 아이가 맞고 와야 하는지 난 또 왜 이런 고민을 아이와 해야 하는지 슬플 뿐이다.

이한우 (한국국제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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