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낙주 교수의 식품이야기
성낙주 교수의 식품이야기
  • 경남일보
  • 승인 2014.02.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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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구마는 폐암 예방에 좋다
고구마! 참 정겨운 이름이다. 고구마의 원산지는 중남미이며, 기원전 3000년 경에 멕시코 남부지역에서 재배되기 시작하여 유럽에 전해진 후에 전 세계로 전파되었다고 한다. 우리나라에는 조선 영조 39년(1763년)에 통신사로 갔던 조엄을 통해 대마도의 고구마가 부산으로 유입된 것으로 전해진다. 남쪽에서 전래되었다고 해서 남저(南藷)라고도 한다. 고구마는 단위 면적당 생산량이 높고, 토양이나 기상 조건 등에도 크게 영향을 받지 않는 특징이 있어서 재배하기 쉽고 병충해에 강해 농약에 대한 염려가 없는 건강식품이다.

고구마를 대별하면 분질(粉質)인 밤고구마와 점질(粘質)인 물고구마로 나눌 수 있는데 분질 고구마는 전분함량이 높고 단맛이 강하여 주로 식용으로 이용되나, 점질 고구마는 전분재료나 사료용으로 많이 사용된다.

고구마는 갓 수확한 것보다 어느 정도 저장한 것이 맛이 더 좋다. 왜냐하면 저장하는 동안 전분을 분해하는 효소(β-아밀라아제)에 의해 전분이 분해되어 말토스(maltose)라는 당의 함량이 많아져 단맛이 강해지기 때문이다. 고구마의 영양성분을 보면, 주성분인 녹말이 약 22~25%, 무기질로는 칼륨의 함량이 많은 편이고, 인과 칼슘 등도 포함되어 있다. 고구마의 칼륨은 나트륨의 배설을 도우고, 고구마의 식이섬유(0.6~0.8g/100g)는 쾌변에 좋다.

고구마의 대표적인 기능성 물질은 노란색을 띠고 있는 베타카로틴이다. 베타카로틴은 주로 카로티노이드의 일종으로 여러 가지 녹황색 과일 및 채소에 많다. 베타카로틴은 프로비타민 A의 활성을 가지며, 일단 비타민 A로 전환되면 정상적인 눈의 건강, 배아 성장 및 면역기능 유지 등의 효력을 나타낸다. 역학조사에 의하면, 베타카로틴이 많은 식품을 섭취할 경우 암에 걸릴 확률이 낮아지고, 또 심혈관 질환의 위험인자를 감소시키는 것으로 밝혀졌는데, 고구마는 이를 다량 함유하고 있다.

그런데 요즈음 고구마가 폐암 예방에 좋다는 이야기가 떠도는데 과학적인 근거가 있는 것일까? 한마디로 근거가 있다. 대부분 진한 적황색의 야채에 이러한 효능이 있는데, 고구마의 폐암 예방과 관련된 자료는 꽤 상세하게 연구돼있다. 1986년 미국 뉴저지 주에 거주하고 있는 남성을 대상으로 하여 폐암과 식사 패턴과의 관련성을 조사한 결과 폐암에 걸린 남성과 그렇지 않은 남성을 구분하여 평소에 먹는 식품의 빈도를 조사하였는데, 폐암에 걸리지 않은 사람이 고구마, 호박, 당근 등의 진한 적황색 식품을 많이 섭취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특히 고구마는 주된 항암 물질인 베타카로틴과 단백질 흡수를 저해하는 물질, 그리고 배변을 좋게 하는 섬유질과 잘라핀(jalapin, 고구마를 자르면 절단면에서 나오는 수지 성분) 등의 공동작용에 의해 그 효과가 큰 것으로 보고되어 있다. 미국 국립 암 연구소에 의하면 고구마, 호박 및 당근 즙을 하루에 반 컵 정도 마실 경우 전혀 먹지 않는 그룹에 비해 폐암에 걸릴 확률이 절반으로 낮아진다고 한다. 또 비타민C(13-24mg%)도 비교적 많은 편인데, 보통 비타민C는 열에 불안정하여 가열에 의해 대부분 파괴되지만 고구마 중의 비타민 C는 삶은 뒤에도 70~80%가 잔존하기 때문에 비타민 C의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고구마 이야기를 하면 왜 요즈음 고구마는 옛날에 화롯불에 구워먹던 고구마처럼 달지 않은가?라는 질문을 받게 된다. 사실 고구마의 육종으로 인해 옛날 고구마보다 현재 생산되고 있는 고구마가 질적으로 훨씬 우수하다. 지금은 고구마를 간식으로, 혹은 건강식품으로 즐겨 먹지만 옛날 배고픈 시절에는 식량의 일부로 먹어왔다. 특히 긴긴 겨울밤 배가 고플 때 할머니께서 화롯불에 구워주는 고구마는 요즈음 집에서 삶아 먹는 고구마와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맛이 좋게 느껴졌다. 할머니의 사랑 때문이었을까? 할머니께서 구워준 고구마가 더 맛있는 이유는 고구마를 굽게 되면 고구마의 주성분인 녹말을 분해시키는 효소에 의해 단맛을 내는 당질로 분해되는데, 이론적으로 60℃ 전후에서 전분이 가장 잘 분해된다. 불이 약한 화롯불 속에서 고구마를 굽게 되면 이 온도에서 비교적 장시간 구워야 한다. 그래서 옛날 화롯불에서 할머니께서 구워준 고구마가 더 달고 맛이 좋았던 것이다.

/경상대학교 식품영양학과

고구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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