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자의 전성기' 18세기 가구속 숨은 이야기
'의자의 전성기' 18세기 가구속 숨은 이야기
  • 경남일보
  • 승인 2014.02.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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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테리어 팁]'체어맨'에서 알 수 있는 의자 속 위계질서
캐비넷 사진1
캐비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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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이 부는 추운 계절, 따뜻한 공간에 커피 한 잔을 기울이며 거칠어 보이는 듯 따뜻한 공간을 연출해 주는 엔틱가구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려 한다.

일단은 옛 어른들께서 항상 애지중지했던 캐비닛에 관해 이야기 해보면, 캐비닛은 과거 그 집안의 중요한 물품을 보관하는 장소이자 집안의 가구 중 큰 사이즈 속한다. 캐비닛의 변천사를 보면 17세기 이후에 가구업자의 디자인 능력에 따라 다양한 형태로 발전되면서 뷰로, 테이블, 드로어 등 복합적 기능을 필요로 한 가구가 필요로 했는데 그것이 캐비닛이었다. 집안의 중심으로 자리잡는 가구이었기에 귀족들의 자존심과 격조에 의해 이름없는 장인이 만든 가구를 집안의 중심에 자리잡을 수 없었다. 그렇기 때문에 그 시대를 대표하는 장인이 캐비닛을 만들었다. 그래서 나온 말이 ‘cabinet-maker’이다.

솜씨 있는 가구장인을 의미하는 영어단어로 변형되어 현재까지 사용되고 있으며, 유럽가구 역사상 가장 뛰어난 Cabinet Maker 디자이너인 토마스 쉐라톤, 조지 헤플 화이트는 그 시대를 대표하는 인물이다. 17세기 동양과 서양의 가구를 결합시킨 형태의 캐비닛이 유행하였고, 그걸 모방해서 만든 게 시누아즈리 기법이다.

이 기법으로 만든 가구는 유럽 전역에 폭발적인 인기를 누렸으며 인기가 많은 만큼 수요도 급증하였고, 그 수요만큼 가구 공급이 원활하지 않았다. 그래서 수입에 의존했던 유럽은 동양의 전통적인 기법을 알 수가 없었지만 나름 창의적인 기법으로 얇은 나무와 고무등 덧대고 검정색과 붉은색 물감을 여러 번 덧칠한 제품을 만들어 내기 시작했는데, 이러한 기법을 파파에 마쉐(Papier-mache) 기법이라고 한다. 비록 동양의 전통적인 기법은 아니었지만, 이러한 기법을 통해 유럽의 수요를 잠재울 수 있었다.

엔틱을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최소한 엔틱의자 하나 정도는 소유하고 있을 거라 생각된다. 그런데 내가 가지고 있는 엔틱의자가 어느 시대 어느 스타일인지 아는 이가 과연 몇 명 정도가 될까 하는 생각이 들어 그에 대한 내용을 잠시 해보려 한다.

처음에 등받이 소재를 나무판만 써서 일반적으로 높고 딱딱한 형태이었던 것이 시대가 흐름으로써 낮고 편안한 형태로 바뀌게 되었다. 17세기에 케이닝(Caning) 기법을 가미해서 높고 딱딱한 스타일에서 낮고 편안한 느낌의 스타일로 바뀌게 되었다. 여기서 케이닝 기법이라함은 일명 ‘라탄기법’이라고 한다. 딱딱한 나무판재에서 야자수 껍질을 엮어서 바구니짜임 기법인데 포근함과 푹신함을 동시에 외관으로 보이는 이미지 역시 기존 이미지와 큰 차이를 볼 수 있었다.

다리는 건축물의 기둥형태에서 발전, 변형된 것이 많고 직선과 곡선의 형태를 되풀이하면서 유행에 따라 형태가 변화되었다. 17세기 후반에서 꼬임형태의 터닝기법이 유행하였고, 1730년대부터 로코코스타일의 캐브리올 다리가 주를 이루었고, 18세기 후반에는 곧게 뻗은 직선다리가 선호되었다.

발과 손잡이의 형태도 조화를 이루듯 시대별로 어울리는 디자인을 선보였다. 18세기 중반부터 바퀴가 달린 것도 많았고, 바퀴는 주로 나무와 놋쇠로 만들었고, 도자기로 만든 것도 있었지만 아주 드물었다. 17세기 영국 가구의 손잡이는 동양의 영향을 많이 받았고 이후 시대별 스타일에 맞는 손잡이가 다양하게 나왔다.

시대를 거슬러 봐도 우리가 자주 접하는 의자를 보면 그 시대의 ‘위계질서’를 나타내어 주는 분명한 가구는 없을 것이다. 의장, 회장을 의미하는 ‘체어맨(Chairman)’이라는 단어만 보더라도 의자가 갖는 상징성을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17세기부터 안락함과 편안함이 가구의 중요한 개념으로 자리잡으면서 18세기는 ‘의자의 전성기’라고 할 만큼 형태가 다양화되었다.
윈져의자
윈져의자

18세기 중 후반에 제작된 프랑스 의자는 유럽의 의자 디자인을 주도하였다. 이 시대에 마호가니가 본격적으로 사용되기 시작하면서부터 영국은 가구 제작의 전성기를 맞이했다. 마호가니 원목의 무늬결을 살리면서 거기에 조각을 가미할 수 있어 표현이 퍽 자유롭기 때문이다. 마호가니로 제작한 치펜데일 스타일의 의자는 공을 쥔 독수리 발 모양의 캐브리올 다리와 대담하게 투각된 등받이가 특징이다.

위의 그림은 조지 3세 시대의 윈저의자이다. 18세기 후반에 만들어진 의자로 부드러운 곡선의 캐브리올 다리와 다리 사이 연결부, 그리고 치펜데일의 의자 등받이를 연상시키는 가운데 판은 지방에서 찾아볼 수 있는 로코코 스타일이다. 등받이가 여러 층으로 이루어져 있고 가운데 판이 화려한 것일수록 값이 나간다.

그리고 스툴(Stool)에 관련된 이야기를 해보자면 등받이, 팔걸이, 각종 장식 등을 제거하면 또하나의 의자인 스툴의자가 된다. 재밌는 사실은 스툴의자의 시초가 원시시대 때부터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그냥 통나무를 잘라서 그 위에 엉덩이를 올려 놓은 가장 기본적인 형태의 스툴이 등장했던 때가 바로 그때였기 때문이다.

그후 이집트와 그리스 시대에 들어서서 X모양의 다리가 달린 스툴의자가 등장을 하였고, 16세기 이후부터 변형된 모양이 유행되면서 현재 우리가 가장 보편적으로 사용하고 있는 쿠션 얹혀진 스툴이 우리 안방과 거실을 차지하게 되었다.

예전부터 사람과 개는 너무도 친숙한 관계를 가져 왔다. 그래서 만들어진 것이 케넬스툴(Kennel Stool)이다. 케넬스툴은 애완견 집을 겸한 독특한 형태와 기능을 가진 화려한 스툴인데, 위에 얹어진 쿠션은 장식적인 효과와 함께 애완견을 위해 사용되기도 하였지만, 사람이 앉기 편리하도록 높이를 조절하는 용도로도 사용되었다.

17세기 프랑스 패션니스트 귀족부인들 사이에는 무릎에 놓을 수 있을 만한 크기의 조그만 강아지를 한마리씩 데리고 다니는 것이 유행하였고, 그것은 단순이 애완견을 넘어서 일종의 액세서리처럼 달고 다녔다고 한다. 특히 당시 대표적인 프랑스 화가인 장오노레 프라고나르의 대표적 작품인 ‘Young Woman with a dog’와 수많은 작품을 보면 애완견의 모습이 등장한다. 당시 루이 15세의 총애를 받으며 프랑스의 유행을 창조해내던 가장 뛰어난 패셔니스트였던 퐁파두르 부인이 애완견을 유행시킨 주역이 아닐까 추측을 해보기도 한다.

그리고 그녀가 가지고 있든 앤틱가구를 한번 보면 금으로 도금된 화려한 오물루 장식과 곡선, 그리고 자연을 대상으로 한 장미꽃 나뭇잎 등 대부분의 장식이 로코코 스타일의 디자인인 앤틱가구였음을 우리는 알 수가 있다. 끝으로 엔틱가구에 대한 이야기는 특정시대에 누군가를 통해 지금까지 문서로서 내려오는 사실도 있지만 구전으로도 내려오는 이야기들이 너무도 많다.

사람마다 취향이 다 틀리지만 앤틱에 대한 매력은 너무도 깊고 화려해 글로 쓰기에는 너무도 부족한 부분이 많다. 이 글을 읽는 독자라면 한 번쯤은 엔틱을 가까이 느껴보길 바라며, 누군가 쓰던 구닥다리 가구라고 생각하기보다는 그 시대를 말해주는 아주 깊은 향수와 같은 존재로 생각하고 깊은 스토리에 매혹을 느꼈으면 하는 바람이다.

릴리 하우스메이킹 평거점 대표 민은희

Tel:055. 748. 5072

www.lilyhouse.co.kr

케넬스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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