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주택 주차문제를 푸는 상상력
단독주택 주차문제를 푸는 상상력
  • 경남일보
  • 승인 2014.02.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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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점석 (창원YMCA 명예총장)
필자는 창원으로 이사 온 2002년부터 단독주택에서 살고 있다. 지금 사는 곳은 사파동인데 약간의 운동시설을 갖춘 소공원도 있고 하수구 기능만 하고 있는 소하천도 있는 동네이다. 대략 반경 200m 이내에는 단독주택뿐이다. 거의 대부분이 2.5층이고 승용차 없는 집은 없다. 밤 11시쯤에는 주차할 수 있는 공간이 전혀 없다. 몇 바퀴를 빙빙 돌고서야 비로소 작은 틈을 찾아낼 수 있다. 어쩔 수 없이 이웃집 대문 앞에 세울 때도 있다. 이럴 때는 어김없이 다음 날, 아침 일찍 전화가 온다. 한 동네에 사는 관계이기 때문에 비록 목소리를 높이지는 않지만 출입구를 가로막는 것은 교양 없는 사람이 하는 일이라는 분위기를 풍긴다. 큰 실수를 한 것이니까 서둘러서 미안하다고 먼저 말하는 것이 그나마 체면을 덜 구길 수 있는 방법이다. 단독주택지의 주차문제는 아무리 생각해도 해답이 없을 것 같다. 그렇다면 언제까지 우리들은 다람쥐 쳇바퀴 돌듯이 차를 주차하기 위해 동네를 계속 돌아야 하는가?

만약 단독주택지에 주차된 승용차가 하루 아침에 없어진다면 어떻게 될까? 상상해보기도 쉽지 않다. 왜냐하면 주택지 골목 양쪽에 주차된 모습에 익숙해져 있기 때문에 차가 없던 시절에 동네에서 있었던 아름다운 일들을 모두 잊어버렸다. 아니 잃어버렸다고 표현하는 것이 정확하다.

그런데 지난 9월에 경기도 수원시의 행궁동에서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과거에 수원시의 중심이었던 단독주택지이다. 이곳에서 한 달간 동네 안으로 차량 진출입을 통제하고 주차를 금지하였다. 한 달 동안 불편을 자초하는 계획을 한 것이다. 직접 행궁동에서 1박을 하면서 동네를 몇 바퀴나 둘러보았다. 걸어서도 둘러보고 자전거를 타고서 달려보기도 하였다. 골목에 주차되어 있는 승용차를 볼 수 없었다. 이곳에 오기 전까지는 상상이 되지 않았었는데 이곳에 와서 직접 보고서는 믿어지지가 않았다. 공사차량, 위급차량, 가스배달차 정도만 가끔 보일 뿐이었다. 텅텅 빈 골목에는 동네가게가 보이고 오고가는 사람들이 있었다. 자전거 타고 손을 흔드는 사람, 전 부치는 냄새, 커피 볶는 냄새가 뒤섞여 사람 사는 동네 같았다. 골목에서는 배드민턴을 치고 길거리까지 나와 있는 간이식탁에서 막걸리를 마시면서 이야기꽃을 피우고 있었다. 제멋대로 뛰어다니는 애들이 있어도 큰소리로 나무라는 부모가 없었다. 자동차가 사라진 골목길은 굉장히 넓었다. 주민센터 앞에서는 영화 상영을 했는데 스크린 앞으로 주민들의 자전거가 지나가고 산책하는 개와 주인아줌마도 지나다녔다. 동네 골목이니까 있을 수 있는 풍경이었다.

이런 실험을 어떻게 시작했는지가 궁금하였다. 우선 주민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해 셔틀버스를 1일 6대, 168회를 두 개의 코스로 10분, 20분 간격으로 운행하였다. 동네 안으로의 차량진입이 불가피한 경우에는 입구에 있는 생태교통추진단으로부터 통과허가 스티커를 받아야 한다. 주차장도 여러 종류였다. 주민들만 주차할 수 있는 곳이 있고, 방문차량 스티커를 발부받아야 주차할 수 있는 곳도 있었다. 차량 스티커는 거주자용, 거동불편자용, 방문객용, 영업용 등 4종류인데 진출입과 주차장소가 조금씩 달랐다. 물론 주민이 소유하고 있는 1,500여 대는 미리 등록이 되어 있었다. 그런데 100 여대는 끝까지 반대하고 있었다. 차량등록도 아예 하지 않고 매일 차량진입 때문에 실랑이를 하고 있었다. 심지어 1인 시위를 하시는 분도 있었다. 마침 행사기간 중에 추석이 있어서 찾아오는 친지와 가족들이 많았다. 이런 경우는 방문차량 스티커를 발부받고 출입을 할 수 있는데 다만 정해진 진출입구로만 가능하였다. 불평하시는 분들도 많았고 재미있다는 분들도 있었다. 이러한 통제활동 역시 자원봉사에 참여하는 주민들이 담당하고 있었다.

주민참여를 위한 대화와 설득과정이 각별하게 진행되었음은 물론이다. 이러한 과정을 거치면서 상상력은 점점 풍부해지기 시작하였고 자발적 불편이 동네를 바꿀 뿐만 아니라 개인의 삶을 더욱 따뜻하게 해줄 것이라는 믿음이 생겼다.

전점석 (창원YMCA 명예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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