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장수시대 근본이 되는 수돗물
행복한 장수시대 근본이 되는 수돗물
  • 경남일보
  • 승인 2014.02.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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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연만 (환경부 차관)
전 세계 과학자와 의학자를 대상으로 지난 160년 동안 인류가 이룬 가장 위대한 성과가 무엇인지 물었다. 그 결과 1위는 ‘상하수도의 발전’이 차지했다. 영국의 세계적인 의학 잡지 ‘브리티시 메디컬 저널’ 2007년 1월호에 실린 흥미로운 조사결과다. 오랜 옛날부터 수많은 사람이 콜레라나 장티푸스 같은 수인성 질병 때문에 원인도 모른 채 죽어 갔지만, 20세기 들어와 하수도가 설치되고 깨끗한 수돗물이 보급되면서 사망자가 크게 줄었다. 당시 수돗물은 지금처럼 강물을 모래로 여과하고 염소로 소독하는 공정을 거쳐 생산되었다. 20세기 들어 평균수명이 약 35년이 늘어났는데 그 중 30년은 상하수도의 발전 덕분으로 본다고 하니 얼마나 대단한 성과인지 알 만하다. 아직도 수돗물이 제대로 보급되지 못하는 지역에 사는 어린이 1400만 명이 매년 더러운 물, 비위생적인 물을 마셔 사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 선조들은 우물을 사용했다. 현대적 정수공법은 아니지만 먹는 물을 잘 관리하는 지혜가 있었다. 우물은 땅을 파서 물길이 있는 곳에 돌을 쌓고 그 위에 물을 정화해 주는 숯과 깨끗한 자갈을 깔았다. 또한 장마가 끝난 음력 7월 7일 칠석에는 마을 사람들이 함께 모여 우물 청소를 했다. 짚으로 물이끼를 닦아내고 숯도 새로 깔고 자갈도 깨끗이 닦았다. 우리나라 현대 수도의 역사는 1908년에 완공된 ‘뚝섬정수장’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한국인의 평균수명이 80년 전에 비해 무려 45년이나 늘어났다고 하는데 이중 상당부분이 깨끗한 수돗물을 공급 받아서 가능했을 것이다. 다른 분야와 마찬가지로 상수도 보급의 발전도 눈부셔 수돗물을 공급받아 사용하는 비율이 작년 말 기준으로 98.1%에 달하고 있다. 선진국에 비해 전혀 손색없는 수준이다.

비록 근대화 과정을 거치면서 서구의 수돗물 공급 시스템이 도입되었지만, 물의 소중함을 깨닫고 물을 생활 가운데 중시하기로 말하면 우리 한민족은 누구에 뒤지지 않는다. 집을 지을 때는 배산임수(背山臨水)라 해서 집 앞에 물이 있어야 했다. 죽어서 묻히는 묘(墓) 자리의 좋고 나쁨도 묻히는 산의 모습 다음으로 주위에 물이 맑고 깨끗한지를 보았다. 이뿐이 아니다. 우리 어머니들은 이른 새벽에 떠온 우물물을 정화수라고 해서 이를 그릇에 담아 정성스레 기도를 올리곤 했다.

우리 사회에 생수라고 주로 불리는 먹는 샘물이나 정수기 물을 마시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소득수준이 높아지면서 선택이 폭이 넓어지고, 기호에 따라 마실 물을 선택하는 것은 크게 탓할 일은 아니라고 본다. 하지만 혹시라도 이러한 현상이 수돗물의 수질에 대한 의심에서 시작되었고, 결국 수돗물에 대한 사회적 불신으로 고착된다면 이건 문제다. 지금 정수장에서 수돗물은 59개 수질기준, 27개 감시기준에 맞도록 생산된다. 매년 6만 곳 이상의 수도꼭지 수돗물 수질을 검사하는데 그 결과 기준을 초과하는 곳은 없다. 물론 개선할 점도 많다. 원가에 못 미치는 수도요금으로 상수도 재정이 어렵다 보니 매년 6억t, 5000억원 어치의 수돗물이 새고 있으며, 낡은 수도관에서 발생하는 녹물로 인해 수돗물에 대한 불신도 적지 않다.

물에 대한 남다른 애정을 가졌던 우리 선조의 마음가짐에 따라 수돗물을 더욱 깨끗하고 안전하게 만드는 일에 배전(倍前)의 노력을 기울여야겠다. 지역에 가보면 눈에 보이는 도로나 교량을 건설하는데 비해 실제 우리의 건강과 수명에 직결되는 상수도 사업에는 관심이 훨씬 덜하다. 분명히 정부와 지자체의 과감한 투자 없이 좋은 수돗물을 생산하기는 어렵다. 정부는 창의적인 상수도 기술을 개발하고, 지방재정 형편이 어려운 시·군부터 정부 지원을 확대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하지만 이 모두 국민의 관심과 지지 없이는 불가능하다. 2014년 청마(靑馬)의 해가 밝았다. 올해 국민 여러분의 뜨거운 응원에 힘입어 수돗물이 행복한 장수시대를 여는데 기여하기를 희망한다.

 

정연만 (환경부 차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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