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선옥 교수의 운동이야기
권선옥 교수의 운동이야기
  • 경남일보
  • 승인 2014.02.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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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링의 인기상승 요인과 대중매체의 공헌

대한민국 여자 컬링 대표팀이 11일 러시아 소치 해안클러스터의 아이스큐브 컬링 센터에서 열린 2014 소치 동계올림픽 여자 컬링 예선전 일본과의 경기를 앞두고 연습하고 있다. 연합뉴스

 
 
 
소치동계올림픽이 개막하기 전까지 컬링에 대해 아는 사람은 적었다. 종목조차 생소했기에 선수들을 주목하는 이도 별로 없었다. 우리나라 여자컬링대표팀은 3승6패로 목표인 4강에 들지 못하고 공동 8위로 대회를 마쳤지만, 많은 사람들이 선수들을 기억하고, 그 선수들은 이제 광고주의 큰 관심을 받고 있다고 한다.

이유는 무엇일까? 먼저 실력이다. 첫 게임에서 숙적 일본을 이김으로써 관심을 고조시켰고, 컬링 선진국인 미국을 완파하였으며, 전용 컬링장만 1000곳 가까이 되는 컬링 강국 캐나다, 컬링 종주국 영국과는 대등한 경기를 펼쳤다. 실업팀 2개, 전용경기장 2개인 우리나라가 거둔 세게 8위성적은 기적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두 번째로 선수들의 얼굴을 가까이서 볼 수 있어서 많은 팬들이 생겼다는 점이다. 이 부분은 여자 컬링이었기에 더 부각된 점도 있다. 대부분의 동계스포츠 종목이 안전을 도모하고 공기저항을 덜 받기 위해 고글과 헬멧을 쓰고 경기를 하기 때문에 얼굴의 노출이 적다. 그러나 컬링은 오히려 얼굴이 클로즈업까지 되므로 선수에 대해 더 많은 관심을 가지게 된다.

세 번째로 누구라도 선수라면 “나도 저만큼 할 수 있다”는 생각을 가질 정도로 컬링이 쉬워 보인다는 점이다. 많은 스포츠가 큰 근육조직을 사용하는 대근운동이라면, 컬링은 소근(섬세한 근육)을 사용한다. 컬링은 스톤의 위치선정과 경로 선택에 전략적 사고가 필요하기 때문에 ‘얼음 위의 체스’라고 일컬어지기도 하듯, 작전과 정확성만 있으면 나이가 든 사람도 잘 할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컬링경기 인기상승의 가장 중요한 이유는 TV가 중계방송을 했다는 점이다. 대중매체는 현대 스포츠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고, 특히 TV의 영향력은 막강하다. 방송사는 인기 스포츠와 광고하기 좋은 경기를 중계함으로써, 더 많은 광고료를 받을 수 있고, 이의 일부를 경기단체에 중계권료로 지불하게 되며, 이는 경기단체의 예산의 상당부분이 된다. 중계를 하는 스포츠단체의 살림살이는 그만큼 풍부해지게 되며, 그렇지 않은 단체의 예산은 그 만큼 적어질 수밖에 없게 되는 것이다. 이는 부익부빈익빈으로 악순환하게 되고 각종 스포츠의 균형적인 발전을 저해하게 된다. 전국체육대회 모든 경기의 전체 중계시간보다 그 기간 동안에 프로야구경기를 중계하는 시간이 더 긴 것은 좋은 예가 된다. 야구경기는 9회까지 진행되고 매회 초와 말이 끝날 때 광고를 할 수 있어 방송사로선 광고하기에 아주 좋은 종목임에 틀림없을 것이다.

많은 경기단체는 방송사의 요구에 기존의 규칙을 기꺼이(?) 변경하였다. 중계가 되어야만 중계권료를 받을 수 있고 대중의 관심을 받아 저변이 확대되어 그 경기가 발달하기 때문이다. 방송사의 광고시간을 늘려주기 위해 농구경기는 전후반제에서 쿼트(1/4)제로, 중계시간의 예측을 위해 배구경기는 랠리포인트제에서 서브포인트제로, 탁구경기는 한 세트 21점제에서 11점제로 그 규칙이 바뀐 것은 좋은 예가 된다. 동계 올림픽에서의 컬링경기가 위의 예에 해당된다고는 할 수 없지만 컬링 경기가 10엔드로 진행되는 것은 방송사로선 매력적일 수 있다. 그만큼 광고하기에 좋은 종목이기 때문이다.

4년 후 평창 올림픽에서, 손동작이 섬세하고 두뇌가 좋은 우리나라는 컬링에서 얼마든지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다. 지속적인 중계가 관건이다. 중계방송이 되기 위해 컬링경기장의 확충과 컬링인구의 저변확대가 필수적이다. 그렇게 될 때 방송사는 다시 컬링경기를 중계할 것이고 컬링경기력은 향상될 것이다. 스포츠는 매스미디어를 먹고 살기 때문이다.

/경상대학교 체육교육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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