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민기의 디카시로 여는 아침>
오지 않는 그대는 바람의 기둥서방인가.
단 한 번 그대가 잡아준다면 그때의 체온으로
천년만년 녹슬어 가도 좋을 텐데
그대 없이 슬어가는 녹만 울음처럼 뜨겁다.
-김왕노 <체온>
햇살 아래 반질반질 손때가 묻어 검게 반짝이던 쇠문고리의 기억이 오랜만이다. 문고리 끝에선 언제나 오래된 집의 늑골이 비틀리는 소리가 들렸다. 마실이라도 나갈 양이면 숟가락 하나 질끈 질러두면 그만이던 세월이 있었다. 그 어설프기 짝이 없는 자물쇠를 아무도 함부로 열지 않던 세월이기도 했다. 한겨울 밤이면, 손바닥 쩍쩍 올라붙던 저 고리를 열고 동치미와 찐 고구마를 들이밀던 그리움의 시간들. 문고리 달싹이는 소리에 마음을 쫑긋 세워 그리움을 확인하던 날들도 오래되었다. ‘자본’에 휘둘려 사는 동안 눈으로 놓치고 마음에서 잃어버린 것들…. 문득 마음을 잡아당기는 풍경에 늑골 아래께가 뻐근하다.
/차민기·창신대학교 외래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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