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미술의 사치, 미술관에서 누리자
현대미술의 사치, 미술관에서 누리자
  • 경남일보
  • 승인 2014.02.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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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종효 (경남도립미술관 학예팀장)
미술관(museum)이라는 곳, 너무 낯설다?

고고하고 값 비싼 작품들이 있는 곳, 어려운 철학과 예술학이 있는 곳, 개성을 추구하며 어려운 이야기만 하는 작가들의 작품이 펼쳐지는 곳이니 어찌 쉽게 들어설 수 있을까. 미술작품은 우아함을 갖춘 부호들만이 보고 즐기는 곳, 그리고 조용하고 엄숙한 곳. 대략 ‘미술관’이라고 하면 이러한 이미지가 머릿속에 그려지는 그림일 것이다. 조금은 사치스러운 상상화일 것이다.

과연 미술은 예나 지금이나 특정인만이 누리는 즐길거리인가?

그러나 전문적인 입장에서 잠깐 언급하자면 미술관은 수세기의 세월을 지나면서 많은 사람 앞에 보여지기 위해 변모를 거듭해 왔다. 그리스 로마시대의 신전으로 출발한 뮤즈(Muse)는 뮤지엄(Museum)의 어원이 되었고, 여기서는 학문과 토론을 나누는 인문학 학습의 공간이었다. 이후 르네상스 시대에 들어서면서 귀족들의 수집의 장소로서 역할을 하였고, 19세기에 이르러 역시 귀족들의 유물이나 작품을 수집하고 연구하고 보관하면서 전시도하는 미술관으로서의 기능을 현재까지 이어오고 있다.

이렇게 보면 미술관의 역사는 크게 세 번에 걸쳐 큰 변화를 거친 셈이다. 미술관은 20세기 이후 현대미술을 품으면서 더 많은 변화를 가지기 시작한다. 벽에 그림을 걸고 전시를 해 왔던 과거와는 달리 공간 전체를 작품과 프로그램과 관람자가 융화되는 기능으로 업그레이드되면서 미술관은 운영, 기능, 내용에서도 많은 변화를 가진다.

뉴욕의 구겐하임 미술관에서는 운영상 개혁을 위해 내외의 반발을 감수하며 소장되어 있던 작품을 내다 팔고, 세계 각 미술관에서는 체험실, 도서자료실, 카페, 필름 등 시설을 다양하게 구성하여 문화예술과 사회 사이의 브릿지 역할을 하면서 새로운 이미지를 부각시키고 있다. 교육과 문화프로그램을 강화하면서 전시 이외의 것을 보고 체험할 수 있는 다양한 볼거리를 아동에서 어른에 이르기까지 모든 이에게 제공하는, 미술을 통한 커뮤니케이션 공간으로 변화하고 있다. 미술관 DNA의 변화이다.

하드웨어의 변화도 오랜 시간 주목되어 왔다. 외형은 조형적 아름다움으로 시선을 사로잡고, 내부에는 세계적인 작가의 전시와 프로그램을 통해 이성과 감성을 동시에 충족시키면서 미술관 하나가 한 지역을 혁신시키고 활성화시키고 있다. 또 화력발전소였던 런던의 테이트모던, 뉴욕 변두리의 공장 건물인 디아비콘, 옛 성(城)의 아름다움을 살린 뒤셀도르프의 K20 K21과 같이 수명을 다한 건축을 재생을 통해 미술관으로 환생하고, 미술을 통해 새로운 가치 창출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건축과 미술이 융합된 그 이상의 새로운 가치 창출이라 할 수 있다. 이렇게 모든 것을 아우러지게 만드는 것이 미술이고 미술관이다.

보고, 듣고, 체험하고, 느끼고, 상상하고, 이야기하고, 느낀다는 것. 미술관이라는 공간에서 모두 이뤄질 수 있는 것들이다. 한 공간에서 이렇게 많은 것을 누리기 위해 준비된 공간은 없을 것이다. 그야말로 사치스러운 문화공간이다.

이것은 모두를 위한 공간이고 콘텐츠이다. 이제 미술은 특정인의 것이 아니다. 시간과 공간과 역사를 넘어 상상을 펼치게 하고 마음을 풍요롭게 하는 것이 미술이다. 행여 ‘나는 미술에 대한 지식이 부족하다’, ‘그림을 볼 줄 모른다’, ‘미술은 어렵다’라는 생각은 버리자. 미술만큼 쉽게 누릴 수 있는 고급스러운 사치는 없다. 아무리 누려도 착한 사치가 미술이다. 미술이 특정인의 소유물로 군림하던 때는 이미 끝났다. 그 시작은 귀족이 누렸을지언 정 이제는 누구나가 그 사치를 누릴 때이다. 설사 미술이 귀족만이 누리던 사치였다 해도 지금 이 시대는 누구나 누리라 하니, 얼마나 행복한가.

미술을 즐기는 사치, 한 번 다가서 보자. 아름다운, 묘한 중독성이 있다.
 
 
정종효 (경남도립미술관 학예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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