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사고로 아들 잃고 교통봉사 결심
교통사고로 아들 잃고 교통봉사 결심
  • 강진성
  • 승인 2014.02.24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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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녀 진주시새마을교통봉사대장

“신발을 신으니 4일동안 잠을 하나도 못잤습니다.” 지난 1월 진주시새마을교통봉사대장으로 선출된 황금녀(47)씨가 선출 당시를 회상했다. ‘신발을 신었다’는 직책을 맡았다는 북한식 표현이다. 황씨는 함경북도 경원 출신인 새터민이다.

그는 자녀 셋을 데리고 북한을 탈출해 중국으로 건너간 뒤 지난 2007년 한국으로 왔다.

남한 정착 교육기관인 ‘하나원’을 나와 향한 곳은 진주. 북에서 추운 곳에 살았던 게 싫어 남쪽도시를 택했다. 빠른 적응을 위해선 대도시보다 중소도시가 좋겠다고 생각했다. 또 북에 있을때 역사책에서 본 적이 있어 ‘진주’라는 지명이 낯설지 않았다.

그가 교통봉사를 시작한 것은 지난 2011년. 한국으로 데려온 막내 아들(당시 9세)을 교통사고로 잃는 아픔을 겪으면서다.

“진주에 와서 가장 먼저 손을 내민 곳이 봉사단체였습니다. 처음엔 아무 관계없는 사람들이 돕겠다고 하니 이해가 안됐습니다. 도움 받은 것은 언젠가 되돌려 드려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습니다.” 아들과 같은 사고가 다시는 없길 바라며 선택한 것이 ‘교통봉사’다.

시간을 쪼개가며 봉사대 활동을 열심히 했지만 순탄한 것 만은 아니었다. 새터민이라는 이유로 자격문제에 시달렸다. 내부갈등과 법정다툼을 벌이기도 했다. 포기하고 싶을만큼 힘들었지만 많은 대원들이 황씨의 진심과 노력에 믿음을 보냈다.

대원의 지지속에 꿈에도 생각치 못한 대장을 맡았다. ‘잘할 수 있을까’ 부담때문에 4일을 잠도 못자고 뒤척였다. 자신이 일을 잘해내지 못하면 새터민 전체에 나쁜 인상을 심어줄까봐 걱정됐다.

“남들보다 잘해야 한다. 내가 열발 짝 잘하면 남들이 한발 짝 이해해 준다고 생각하고 열심히 하기로 했습니다.” 그렇게 대장을 맡게된 황씨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대원간 단합이다. 단합만 잘되면 일을 해내는 것은 어렵지 않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52명의 회원이 활동중인 진주시새마을봉사대는 진주에서 일어나는 행사의 교통봉사와 사랑의 집고쳐주기 등 봉사를 하고 있다.

황씨는 진주생활에 만족한다고 밝혔다. 주위의 관심이 많다보니 진주에 사는 새터민들도 타 도시에 비해 잘 적응하는 편이라고 전했다. 그는 진주날씨에 몸이 적응해 이젠 이곳 겨울이 춥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북쪽 고향에서는 추울때는 영하 43도까지 내려갑니다. 이번에 강원도에 눈이 많이 온 것 처럼 매년 그렇습니다. 처음에 진주왔을 때는 사람들이 점퍼를 입고 다니는게 이해가 안됐습니다. 한겨울에도 저는 양말도 안신고 점퍼도 안입었습니다. 그런데 3년 지나니 여기도 춥습니다. 이제는 겨울에 내복을 입지 않으면 안됩니다.(웃음)”

끝으로 그는 새터민에 대한 이해를 부탁했다. “한국의 민주주의와 자본주의를 이해하는데 6년이 걸렸습니다. 한국분들이 새터민을 대할 때 차이가 크다는 것을 이해하고 대해준다면 사회에 적응하는데 도움이 많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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