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학사’를 위한 변명
‘교학사’를 위한 변명
  • 경남일보
  • 승인 2014.02.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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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형준 (진주동명고 교감)
프랑스의 저명한 역사학자이자 레지스탕스인 마르크 블로크는 1944년 독일군 포로 처형당하기 직전까지 쓴 책이 그 유명한 ‘역사를 위한 변명’이다. “아빠, 도대체 역사란 무엇에 쓰는 것인지 이야기 좀 해주세요.”라는 어린 아이의 소박한 질문으로 시작되는 이 책은 역사학을 대하는 일반 지식인들의 경멸과 냉소적인 풍조를 반박하면서 ‘역사의 대상은 인간’이라는 기치 아래 인간학으로서의 역사학을 강조했다. 즉 역사란 과거를 연구하는 죽은 학문이 아니라 현재를 이해하고 미래를 예견하는 데 도움을 주는 실용주의 학문임을 밝히면서 그가 사랑하는 역사를 변호했다.

역사의 지평을 넓힌 세기의 고전이라는 평가를 받는 A.토인비의 ‘역사의 연구’는 국가 단위 역사관과 서유럽문명을 중심으로 하는 문명관을 극복하고, 세계사에 21개의 문명권을 설정하여 그 가치를 다루면서 문명발생에 ‘도전과 응전’이라는 원리를 도입하여 문명의 발생과 성장, 쇠퇴와 해체의 주기적인 과정을 다루었다.

E.H.카의 ‘역사란 무엇인가’는 1961년 케임브리지대학 강연 내용을 모아 간행한 책으로 ‘역사는 해석’이기에 ‘역사의 사실들은 역사가들이 선택한 것’일 뿐이며 ‘역사가의 주임무는 기록에 있는 것이 아니라 가치의 재평가에 있다’고 주장한다. 카(Carr)는 ‘역사는 현재의 역사가와 과거의 사실이 끊임없이 대화’하는 것이고 ‘가치와 관점이 항상 시대와 더불어 유동’해 나간다고 했기에 역사적 사실은 다양한 해석과 그 해석에 따른 혼란이 생성될 가능성을 충분히 안고 있을 것이다.

탈도 많고 말도 많았던 ‘한국사 교과서 채택’이 마무리된 시점인 지난주에 ‘친일과 독재 미화, 역사 왜곡 교과서’라는 평가를 받은 교학사본 ‘한국사’(수정본)를 읽었다. 논란의 중심에 있는 교학사 역사교과서 파동의 1차 책임은 교과서 자체에 있다. 그 출처가 불분명한 자료들, 모호한 서술, 2000건이 넘은 수정 건수 등은 E.H.카의 주장대로 역사 서술이 ‘역사가의 선택’에 있다고 해도 온전한 교과서가 아니라는 비난의 대상에서 벗어날 수 없을 것이다. 2차 책임은 교과서 필진과 네티즌에 있다. 뉴라이트 대안교과서 필자의 참여로 뉴라이트 교과서와 다를 바 없을 것이라는 선입견이 작용했고, 내용에도 없는 테러리스트 문제까지 대두하게 되었다.

이런 문제적 상황에서 더 아쉬웠던 점은 교과서 채택에 반대한 방식인데, 문제 있는 내용은 검정기관인 국사편찬위원회나 출판사에 항의하는 것이 바른 방법이다. 일반적으로 학교의 교과서 채택은 해당 교과 교사들의 협의회와 학교운영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학교장이 최종 결정한다. 이런 절차를 거친 과정을 무시하고 수적·물리적 힘을 동원한 마녀사냥식의 채택 철회 요구는 온당한 방법이 아닐 것이다.

교학상장에서 명칭을 따온 ‘교학사’는 1951년 설립되어 열악했던 교육계에 귀중한 학습용 교재를 간행하여 교육발전에 기여했었다. 40여 년 전 교학사의 ‘표준전과’와 ‘수련장’을 보면서 부족한 공부를 보충한 기억이 새롭다. 그 ‘표준전과’의 좋았던 기억처럼 많은 사람들이 인정하고 올바른 역사를 가르칠 수 있는 교과서, 토인비의 세계사적 사관이 반영되고, 블로크의 주장처럼 역사를 통해 ‘현재를 이해하고 미래를 예견’할 교과서가 나오길 기다린다, 이 새봄에!
문형준 (진주동명고 교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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