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민 기자
지난 대회 금 1개, 은 1개를 목에 걸었던 이승훈은 대회 초반 5000m와 1000m에서 각각 12위와 4위 올랐지만 “국민들에게 죄송하다”며 고개를 떨궜었다. 이승훈은 이번 팀 추월 단체전 은메달로 한국 스피드스케이팅 사상 가장 많은 메달을 따낸 사나이가 됐다.
지난 시간 언론과 국민들이 무심결에 ‘~에 그치고 말았다’, ‘은·동메달에 머물렀다’라고 많이 표현했다. 선수 입장에서 4년 동안 흘린 땀과 눈물 때문에 그렇게 말할 수 있겠지만, 관전하는 사람이 말하는 것은 안될 말이다. 다행히도 이번 소치올림픽에는 지난 런던올림픽 때부터 이어진 2등에게도 박수를 쳐주는 문화가 많이 정착됐다. 관전문화도 성숙해져 메달을 얻지 못한 선수들에게 비난보다는 격려의 메시지가 쇄도했다. 이미 국제올림픽위원회(IOC)도 종합순위를 공식적으로 표기하지 않고 단지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 메달집계를 한다고 공식적으로 밝히고 있다.
새벽시간 국민 모두를 TV 앞으로 불러모은 김연아는 자신의 마지막 무대를 완벽하게 장식하며 그 무엇보다 가치 있는 은메달을 획득했다. 그녀는 금메달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대회를 준비하는 과정이 더 중요했다고 말했고, 이는 은퇴 후에도 자신이 살아가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성숙한 자세를 보여줬다.
여자 크로스컨트리의 간판 이채원은 여자 30㎞ 단체출발 경기에서 36위에 올라 개인 역대 최고 성적을 냈고, 봅슬레이 4인승 남자팀은 1~3차 시기 합계 2분 48초 34로 20위를 기록하며 올림픽 2회 연속 결선 진출에 성공했다. 올림픽 첫 출전권을 따낸 여자컬링 대표팀은 제대로 된 연습장과 장비가 부족한 상황 속에서도 3승이라는 기적을 일궈냈다. 비록 우리가 다음대회 동계올림픽 주최국이긴 하지만 현실적인 여건을 감안할 때 여전히 올림픽에 출전하는 것만으로도 박수 받을 일이다. 대회는 이제 모두 끝났다. 그리고 선수들에게 말해주고 싶다. 그대들 모두 승자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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