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팔 하늘에 울려퍼진 우리의 소리
네팔 하늘에 울려퍼진 우리의 소리
  • 경남일보
  • 승인 2014.02.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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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수근 (양산남부고등학교 교사)
네팔이라는 나라를 떠올리면 ‘히말라야 산맥, 에베레스트, 가난한 나라’라는 말들이 먼저 생각난다. 그래서인지 네팔에 가는 사람들은 대부분 트레킹을 위한 관광객, 불교 성지순례자, 자원봉사자들이다. 경상남도 교육청 국제교류지원단 소속으로, 나 역시 현지의 특수교사들에게 우리나라의 선진 특수교육을 연수하기 위한 일종의 봉사자라는 생각을 가진 채 네팔로 향했던 것 같다.

첫 만남이었던 오픈마인드(open-mind) 시간에 네팔 선생님들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연수에 참여하게 된 이유를 들을 수 있었다. 시각장애 학생들에게 색깔에 대해서 교육하고 싶은데 방법을 듣고 싶다, 수화를 사용하는 학생들에게 글을 가르쳐 주고 싶다, 청각장애 학생들에게 효과적인 체육교육 방법을 알고 싶다. 그래서 2~3일을 걸어서, 앞도 못 보는 시각장애 선생님들이 서로를 의지하면서, 아무것도 들리지 않아도 다리를 절면서 그렇게 연수원에 온 것이다. 그리고 그 선생님들의 배움의 열정 속에는 학생들에 대한 큰 사랑이 자리하고 있었다.

비행기 안에서조차 내려다볼 수 없는 거대하고 웅장한 히말라야, 대자연 앞에서만큼은 겸손해지는 것이 사람이라지만 고개 숙이게 만든 것은 나보다 한참이나 키가 작거나 보지도 듣지도 못하는 네팔의 특수교사들이었다. 긴 교직생활도 아니지만 어느덧 예비교사, 초임교사 시절의 열정과 학생에 대한 사랑이 경험과 경력이라는 허울 좋은 변명 속에서 익숙함으로 변해버린 내게 그들은 초심으로 돌아갈 수 있는 하나의 계기를 만들어 주었다. 도움을 주고자 이곳에 온 내가 도움을 받은 것이다.

우리 국제교류지원단 교사들은 네팔로 떠나기 전 자신이 맡은 강의영역에 대한 준비에 만전을 기하면서도 틈틈이 우리의 전통문화를 알리기 위해 사물놀이와 아리랑의 전통장단과 현대의 4박자가 접목된 밀양아리랑 플래시몹을 연습하였다. 어릴 때부터 멀리서만 지켜보았던 사물놀이, 특히 꽹과리를 맡아 부담스러웠지만 연습하면 할수록 신나고 재미가 있었다. 일과 후 연습 때 많은 네팔 선생님들이 지켜보고 사진도 찍으며 관심을 보였다. 한 선생님은 사물놀이와 비슷한 네팔의 전통악기 연주 영상을 보여주며 두 가지가 비슷하다며 신기해 하였다. 상대적으로 완성도가 부족했던 밀양아리랑 플래시몹 연습은 네팔 현지 숙소에서 밤늦게까지 계속되었고, 수료식 때 모두가 함께 즐길 수 있도록 일과 중 쉬는 시간에도 연습했다.

정과 흥이 넘치는 네팔 교사들은 너무나 재미있어 하며 흔쾌히 우리와 함께 노래하고 춤췄다. 그리고 아리랑이 끝나면 어김없이 네팔의 민요인 레썸삐리리(Resham firiri·바람결에 휘날리는 비단처럼)가 흘러 나왔다. 노래는 반복적이고 중독성이 있으며 춤은 형식없이 자유롭게 흥을 표현하면 되었다. 아리랑이 우리민족의 ‘한’을 노래했다면 레썸삐리리는 이들의 ‘흥’을 노래하는 것 같았다. 생김새, 언어, 문화가 달라도 함께 노래하고 춤을 추면서 하나가 될 수 있었던 시간들이었다.

양국 교사들의 열정과 노력이 이번 연수를 더욱 가치 있게 만들었다면 서로의 문화를 이해하고 체험한 그 시간들은 서로 마음을 열고 서로에게 한 발짝 더 다가가 연수를 더욱 풍요롭게 만들었다. 연수가 끝나고 수료식이 있던 날, 우리 교사들이 열심히 준비한 사물놀이에 모든 선생님들이 박수를 치며 흥겨워했고, 아리랑과 레썸삐리리를 함께 노래하며 춤추는 동안 네팔의 작은 마을에서는 우리의 소리가 유난히 따뜻했던 그곳의 겨울 하늘에 퍼져 나갔다.

겸손과 열정, 평등과 하나됨을 배우고 돌아온 지금, 더 많은 네팔과 한국의 교사들이 아리랑과 레썸삐리리를 함께 노래하고 춤출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고, 이를 통해 양국의 교사가 더욱 발전하고 학생들에 대한 사랑이 실천 될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본다.
권수근 (양산남부고등학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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