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흘들여 심은 나무 촉촉한 봄비에 반색
사흘들여 심은 나무 촉촉한 봄비에 반색
  • 경남일보
  • 승인 2014.03.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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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보농사꾼의 귀농일지> 매실나무 심기
아침에도 기온이 영하로 떨어지지 않는 포근한 날씨가 며칠 이어졌다. 한 주 동안 많은 양은 아니었지만 비도 두어 차례 내렸다. 매화꽃이 하나둘씩 터지는 것을 보면 봄이 찾아 온 것 같다. 물이 고인 웅덩이가 요란해 들어다보니 겨울잠에서 깨어난 두꺼비가 짝짓기에 한창이다. 우수 경칩이면 개구리도 겨울잠에서 깨어난다고 했는데 부지런한 두꺼비가 먼저 나타났다.

날씨가 풀리자 나무시장이 바빠졌다. 오일장이 열리는 곳이면 어김없이 묘목을 파는 상인이 한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유실수는 물론이고 목련과 동백을 비롯한 온갖 나무를 전시해 놓고 팔고 있다. 주렁주렁 이름을 매단 품종을 보는 것만으로도 즐겁다. 새삼 느끼는 것이지만 나무의 종류와 품종이 많은 것을 보면서 놀라곤 한다.

시장에 나무가 나타나는 것을 보고 나무 심을 때가 되었음을 알았다. 마침 지난해 접순을 따 주고 매실묘목을 길러 달라고 부탁했던 농가로부터 나무를 가져가라는 연락이 왔다. 당초 부탁했던 양에는 턱없이 모자라 일부 회원만 나눠 심기로 하고 배정을 해 두었다. 나에게 배정된 600그루와 수분수 60그루를 실어 왔다.

나무는 뽑은 후 가식을 하는 것보다 하루 이틀 사이 심어야 활착이 잘 된다고 했다. 나무 심을 구덩이는 지난 가을과 겨울에 굴삭기로 파고 퇴비까지 넣어 두었다. 나무를 가져와 먼저 할 일은 나무를 심을 수 있도록 다듬는 것이었다. 접을 붙일 때 감았던 비닐을 제거하는 것이 제일 먼저다. 대부분 칼로 자르면 쉽게 벗겨졌지만 어떤 나무는 부름켜 속에 깊이 박혀 비닐을 제거하는 데 애를 먹기도 했다. 비닐을 그대로 두면 비닐이 감긴 곳은 나무가 자라지 못해 부러지거나 죽는다.

다음은 적당한 길이만 남겨두고 전정가위로 나무를 잘랐다. 접한 자리로부터 두 뼘 정도 남도록 자르고 마르지 않도록 절단 부위에 페인트를 칠했다. 뿌리도 너무 길거나 팔 때 상처가 난 곳은 전정가위로 일일이 자르고 다듬었다. 이렇게 자르고 다듬는 사이 하루해가 저물었다. 밤새 마르거나 추위에 얼지 않도록 밭에 깔고 부직포로 덮어 두었다.

다음날 날이 밝음과 동시에 나무를 심기 시작했다. 뿌리가 직접 퇴비에 닫지 않도록 조심하며 한그루 한그루 심어 갔다. 한 낮에는 햇볕에 뿌리가 마르지 않도록 부직포로 덮어두고 작업을 계속해야 했다. 구덩이를 파고 나무를 심은 후 마무리는 접한 부위가 드러나지 않도록 충분히 흙으로 복토를 해 두었다.

나무 심는 일은 사흘에 걸쳐 계속됐다. 아무리 서둘러도 빨리 끝낼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 수분수가 한 곳에 몰리지 않도록 먼저 수분수를 심고 빈구덩이를 채워가는 것으로 나무를 심었다. 수분수는 말 그대로 매실이 잘 열리도록 꽃가루받이를 위해 심는 나무다. 적당한 거리에 있어야 제 역할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나무 심기가 끝내고 물을 한 차례 주었다. 몇 그루 안 되면 물을 주어가며 심어도 되지만 심을 나무가 많아 그렇게 할 수 없었다. 물은 농약을 뿌리는 분무기에 물을 싣고 운전을 해가며 주었다. 충분한 양을 주는 것 보다는 뿌리와 흙이 밀착이 되도록 하는 정도에 그쳤다. 다행이 주 중에 충분한 양은 아니었지만 봄비가 내려 활착에 큰 도움이 될 것 같다.

매실을 심어 놓은 것을 보고 지나가는 사람들이 이것저것 주문을 해왔다. 매실 식재 거리가 좁다는 것을 비롯해 남겨 둔 나무 길이가 너무 길다는 등 나름대로 걱정을 해 주었다. 매실을 심기 전 구덩이는 너비 7m에 폭이 3m 거리로 파 두었다. 이 간격은 여러 사람의 조언을 받아 결정한 것이었다.

올해 매실나무 심기는 끝이 났다. 이제 남은 것은 새순을 지키는 것이 가장 큰 숙제다. 매실나무 잎과 순은 고라니가 즐겨 먹는 먹이다. 최근 고라니 개체수가 증가하여 농작물에 큰 피해를 남긴다. 특히 매실나무와 뽕나무에 큰 피해를 입혀 그동안 골머리를 앓아왔다. 좁은 면적이면 울타리를 칠 수 있다지만 면적이 넓고 여기저기 흩어져 있다 보니 다른 방법을 찾아봐야 될 것 같다.

/정찬효 시민기자

매실심기
초보농사꾼이 매실나무를 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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