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생화 찾아 나서기
야생화 찾아 나서기
  • 경남일보
  • 승인 2014.03.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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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재현 (경남과학기술대학교 교수)
꽃이란 무엇인가? 사전적 의미로 꽃이란 ‘꽃식물의 유성 생식기관, 모양과 빛이 여러 가지이며, 대개 암술, 수술, 꽃잎, 꽃받침의 네 부분으로 되었음’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그 중에는 이런 해석도 있다. ‘아름답고 화려한 것의 비유’가 그것이다. 꽃이 ‘빛’과 ‘아름다움’의 상징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꽃은 무엇인가? 식물의 드러낸 얼굴이다. 꽃이 아름답다는 것은 그 얼굴이 어여쁘고 아름답다는 말이다. 보는 사람의 시각에 따라서는 그것의 자태, 희귀성, 색, 또는 여러 의미로서의 이유가 있겠으나 대체로 공통적으로 나타내는 의미는 바로 색과 드러나는 얼굴의 모양이다. 사람이 어여쁘다. 아름답다고 하는 것은 그 자태도 물론이거니와 대체로 얼굴이 잘 생기고 어여쁘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 그것도 여성성으로서 말이다. 꽃을 이야기할 때 어여쁘다고 하는 것은 사람으로 본다고 했을 때 대체로 여성으로 바라보는 시각이 전제하고 있다는 것일 게다. 즉, 여성으로서 아름답다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는 것이다.

대부분의 학자들이나 사람들은 꽃을 식물의 생식기에 비유하고 또 그것을 여성에 빗대어 표현하기도 한다. 조지아 오키프는 꽃을 화면 가득 크게 차지하게 해 꽃이 이렇게 클 수가, 생식기로서의 꽃을 적나라하게 드러낼 수 있다니, 여성의 생식기를 이렇게 아름답게 표현할 수 있다니 등등 관객들의 호기심을 적극 자극하면서 세간에 알려진 유명작가가 되었듯, 꽃은 인류가 태어난 어머니의 자궁과도 같은 존재이다. 그것이 과학적으로 식물의 한계성 속에서의 한계를 벗어나서 말이다.

꽃 중에서도 가장 아름답게 보이는 꽃이 날꽃이다. 날꽃이라고? 날것의 꽃, 야생화를 이름하는 것이다. 야생화, 말 그대로 들판에 핀 꽃이다. 그 꽃은 언제보아도 아름답고 싱싱하고 상큼하고 상쾌하지만 봄이 오고 있는 시기에 피어난 꽃이 그래도 가장 가슴 설레게 한다. 복수초, 얼레지, 노루귀, 처녀치마 등. 산길에서 우연히 마주한 야생화는 ‘앗!’ 감탄사를 불러일으킨다. 아주 기분 좋은 감탄사 말이다. 보는 순간 눈이 환해지고 기분이 좋아지고 젊어진다는 생각을 하게 한다. 산과 들에서 말이다. 겨우내 얼어 있었던 땅을 뚫고 나오는 꽃은 어느 꽃이나 아름답겠으나, 특히 인공적으로 가꾸지 않고 자연미가 그대로 드러나 날것의 아름다움을 지니고 있다. 그것을 일부러 찾지 않아도 우연히 산길에서 만난다는 것, 얼마나 아름다운 조우인가. 산에서는 봄을 그렇게 표현한다. 꽃이 봄의 전령사라는 말이 그래서 나온 말일 것이다.

경제가 어렵고 생활이 답답할 때 촉촉한 비가 내리고 난 후 근처의 산을 천천히 산보해 보면 예기치 않았던 행운을 맞을 수 있다. 그것이 지난 낙엽 사이로 함초롬히 피어난 야생화다. 특별히 야생화 이름을 모르고 있다고 해도 그저 그 꽃의 색과 싱그러움을 즐기고 만끽하면 된다. 춥고 힘겨웠던 시간을 한꺼번에 날려주는 활력소가 될 것이다. 놀라운 반응도 나타날 것이다. ‘어!’ 하는 작은 기쁨과 놀라움의 감탄사가 가슴을 조금은 후련하게 쓸어줄 것이다. 일부러 야생화를 찾는 것도 필요할 것이다. 힘들지 않은 산길을 산보하며 생각도 하고 건강도 챙기고 거기다 우연히 찾아온 야생화라는 행운도 만끽하는 것이다. 초록 바탕에 노랗고 보랏빛 색깔로 어여쁘게 다가온 야생화가 얼마나 앳되고 어여쁜지, 가만히 보고 있으면 젊어지는 활력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꽃을 싫어하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집안의 화분에서 꽃이 피어도 기쁠 판인데 산과 들에서 우연히 발견하는 컬러풀한 야생화는 얼마나 더 예쁠 것인가. 그런 야생화를 찾아나서 보면 생강나무며 산수유며 호랑버들 등 나무에서 피어나는 봄꽃들도 만나게 된다. 이건 덤이고 호사임에 틀림없다. 자연이 우리에게 내미는 꽃선물이다. 봄이 주는 환영인사이기도 하다. 그것이 산과 들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이다. 기쁨의 향연이다. 전혀 예상치 못했던 야생화와의 만남, 그 행운은 산과 들에서 쉬이 찾을 수 있다. 높고 힘든 산이 아니라 쉽고 가벼운 산과 들에서 만나는 야생화와의 만남, 그것은 어머니의 자궁으로 돌아가는 안락함과도 같은 것이다.
박재현 (경남과학기술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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