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회록
참회록
  • 경남일보
  • 승인 2014.03.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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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옥윤 (객원논설위원)
‘파란 녹이 낀 구리거울에/내 얼굴이 남아 있는 것은/어느 왕조의 유물이기에/이다지도 욕될까.(중략) 만 이십사년 일개월/무슨 기쁨을 바라/살아 왔던가.’ 서시로 널리 알려진 윤동주 시인의 참회록이다. 죽을 때까지 하늘 우러러 한점 부끄럼 없기를 기원했던 그도 빼앗긴 조국을 위해 할 수 없었던 자신을 참회했던 것이다.

▶세계 4대 성자로 일컫는 성 어거스틴은 주교가 된 뒤 3년에 걸쳐 참회록을 집필했다. 젊은 시절 쾌락주의에 빠져 방황했던 부끄러운 자신을 진솔하게 드러냄으로써 남은 삶을 새롭게 살아 성자의 반열에 오를 수 있었던 것이다. 톨스토이도 참회록을 썼다. 지나온 과거를 뒤돌아보고 인생의 궁극적 목표가 무엇인지를 성찰했다. 인생은 운명에따라 이뤄지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개척하는 것이라는 교훈도 남겼다.

▶우리의 정치가 중에서도 자신의 과거 행적을 참회한 사람이 있다. 박찬종 변호사는 당시 절대권력인 민주공화당이 제 길을 가지 못한데 힘을 합친 자신을 ‘부끄러운 이야기들’이라는 저서를 통해 참회했다. 그는 이 책을 출판한 후 공화당 내에서 정풍운동을 주도했다. 사람들이 그를 ‘무균질’이라 부르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지방선거를 겨냥한 출판기념회가 오늘까지 허용된다. 그동안 많은 출마 예상자들이 출판기념회를 열어 출판러시를 이뤘다. 그러나 눈을 닦고 봐도 윤동주의 고뇌에 찬 참회록이나 어거스틴과 톨스토이를 닮은 참회의 글은 없었다. 천편일률적인 자기자랑이었다. 민심은 참회할 줄 아는 사람에게 쏠린다는 사실을 모르는 모양이다.

변옥윤 (객원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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