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장. 3. 비차, 나는 수레
사실 조운 자신도 많이 배우지는 못했다. 그렇지만 어쩌다 양반집 자제들이나 돈 많은 지주의 자식들이 글을 읽거나 학문에 관해 서로 이야기를 나눌 때 귀동냥한 것도 있었다. 특히 아버지 술명과 친분이 있는 서당 훈장이 집에 들를 때면 이것저것 물어보곤 했었고, 그때마다 학동들이 그가 없는 데서 코주부라고 놀려먹는 대춧빛 얼굴의 그 문훈장은 대견하다며 조운에게 한 자라도 더 가르쳐 주려고 했었다.
“내 생각에는…….”
조운은 상돌에게 미안한 마음에 말이 목구멍으로 기어들어갔다. 하지만 상돌은 금세 자존심 따윈 잊은 사람처럼 그 뜻을 말해 달라고 재촉했다. 조운이 고향 땅 가마못처럼 깊은 생각에 잠긴 눈빛으로 말했다.
“나도 잘은 모르겠는데, 날 비 자에다 수레 거, 혹은 수레 차, 그렇게 쓰는 비차가 아닐까 싶어.”
상돌이 큰소리로 복창하듯 했다.
“나는 수레!”
조운 역시 자신도 모르게 소리를 질렀다.
“비차! 나는 수레!”
상돌이 감격에 찬 얼굴로 말했다.
“그것의 이름을 안 것만도 어디예요?”
“그래, 그것도 굉장히 중요한 사실이지.”
조운은 금방 하늘을 날 사람 같아 보였다. 그것을 비차라고 부르는구나. 비차. 특히 조운이 가슴 벅찬 것은, 그가 이전부터 자신이 꿈꾸는 비행기구를 두고 비록 ‘비차’라는 한자말은 아니지만 ‘나는 수레’라고 하는 조선말을 생각했었다는 사실이었다.
“배를 두드리라고 그랬지?”
조운은 두 손으로 자기 배를 두드렸다. 아니 할 말로, 너무 심하게 두드려대다가 배가 터져 죽을지언정 그 짓을 멈추고 싶지 않았다. 상돌도 제 배를 힘껏 두드리며,
“그러면 바람이 일어 띄워 올릴 수가 있다고 그랬어요!”
조운은 그 자리에 못 박힌 듯 서서 마음에 새기듯 되뇌었다.
“비차의 배를 두드리면 바람이 일어나서 띄워 올릴 수가 있을 것이다…….”
그 소리는 맞은편 드넓은 벌판에서 불어온 바람에 실려 허공으로 날아올랐다. 눈에 보였다. 하늘을 훨훨 날고 있는 비차의 모습이. 거기 타고 있는 그 자신의 모습이.
‘아아, 어서 고향에 가서 한번 시험해 보고 싶구나. 이 일을 아시면 부모님께서 얼마나 기뻐하실까? 둘님이도 다시 예전 모습으로 돌아올 수 있을 거야.’
벅찬 생각에 잠기는 조운 옆에서 상돌이 환호성을 올리며,
“두 가지나 알았으니 이번 길이 헛된 길은 아니에요, 형님!”
무명천으로 만든 것 같은 낮달이 저 높은 허공에서 지상의 그들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그 달은 두 사람이 가고 있는 그들의 고향 쪽 하늘로 부지런히 발걸음을 옮겨놓으면서 그들더러 빨리 가자고 재촉하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그런데 뒤미처 왜 무엇이 안 좋으려고 그런 불길하고 방정맞은 환각에 빠져들기 시작한 것일까? 어쩌면 저 낮달은 그가 잘 만드는 방패연의 이마에 오려 붙인 달이 떨어져 나와 버린 게 아닌가 싶어지는 조운이었다. 아니면, 제대로 날지 못하고 땅바닥에 거꾸로 처박히기 일쑤인 비차에서 떨어져 나온 날개나 바퀴의 잔해와도 같은.
“내 생각에는…….”
조운은 상돌에게 미안한 마음에 말이 목구멍으로 기어들어갔다. 하지만 상돌은 금세 자존심 따윈 잊은 사람처럼 그 뜻을 말해 달라고 재촉했다. 조운이 고향 땅 가마못처럼 깊은 생각에 잠긴 눈빛으로 말했다.
“나도 잘은 모르겠는데, 날 비 자에다 수레 거, 혹은 수레 차, 그렇게 쓰는 비차가 아닐까 싶어.”
상돌이 큰소리로 복창하듯 했다.
“나는 수레!”
조운 역시 자신도 모르게 소리를 질렀다.
“비차! 나는 수레!”
상돌이 감격에 찬 얼굴로 말했다.
“그것의 이름을 안 것만도 어디예요?”
“그래, 그것도 굉장히 중요한 사실이지.”
조운은 금방 하늘을 날 사람 같아 보였다. 그것을 비차라고 부르는구나. 비차. 특히 조운이 가슴 벅찬 것은, 그가 이전부터 자신이 꿈꾸는 비행기구를 두고 비록 ‘비차’라는 한자말은 아니지만 ‘나는 수레’라고 하는 조선말을 생각했었다는 사실이었다.
“배를 두드리라고 그랬지?”
조운은 두 손으로 자기 배를 두드렸다. 아니 할 말로, 너무 심하게 두드려대다가 배가 터져 죽을지언정 그 짓을 멈추고 싶지 않았다. 상돌도 제 배를 힘껏 두드리며,
“그러면 바람이 일어 띄워 올릴 수가 있다고 그랬어요!”
조운은 그 자리에 못 박힌 듯 서서 마음에 새기듯 되뇌었다.
“비차의 배를 두드리면 바람이 일어나서 띄워 올릴 수가 있을 것이다…….”
그 소리는 맞은편 드넓은 벌판에서 불어온 바람에 실려 허공으로 날아올랐다. 눈에 보였다. 하늘을 훨훨 날고 있는 비차의 모습이. 거기 타고 있는 그 자신의 모습이.
‘아아, 어서 고향에 가서 한번 시험해 보고 싶구나. 이 일을 아시면 부모님께서 얼마나 기뻐하실까? 둘님이도 다시 예전 모습으로 돌아올 수 있을 거야.’
벅찬 생각에 잠기는 조운 옆에서 상돌이 환호성을 올리며,
“두 가지나 알았으니 이번 길이 헛된 길은 아니에요, 형님!”
무명천으로 만든 것 같은 낮달이 저 높은 허공에서 지상의 그들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그 달은 두 사람이 가고 있는 그들의 고향 쪽 하늘로 부지런히 발걸음을 옮겨놓으면서 그들더러 빨리 가자고 재촉하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그런데 뒤미처 왜 무엇이 안 좋으려고 그런 불길하고 방정맞은 환각에 빠져들기 시작한 것일까? 어쩌면 저 낮달은 그가 잘 만드는 방패연의 이마에 오려 붙인 달이 떨어져 나와 버린 게 아닌가 싶어지는 조운이었다. 아니면, 제대로 날지 못하고 땅바닥에 거꾸로 처박히기 일쑤인 비차에서 떨어져 나온 날개나 바퀴의 잔해와도 같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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