든든한 감 수확 바라며 퇴비 나르기에 열심
든든한 감 수확 바라며 퇴비 나르기에 열심
  • 경남일보
  • 승인 2014.03.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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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보농사꾼의 귀농일지> 과수원 퇴비 작업
개구리가 겨울잠에서 깨어난다는 경칩(驚蟄)이 지나갔다. 경칩은 24절기 중 입춘 우수에 이어 3번째 맞이하는 절기로 ‘첫 천둥소리에 잠자던 벌레가 놀란다’는 뜻이라고 한다. 만물이 생동하는 시기로 조선시대 왕실에서는 경칩이후 갓 자란 풀과 잠에서 깨어난 벌레가 상하지 않도록 불을 놓지 못하게 했다고 한다. 음력 이월에는 바람이 강하고 건조한 시기라 산불방지를 위하여 불을 조심해야 하는 때이기도 하다. 이제부터 본격적인 농사일을 준비하는 시기다.

한껏 부풀었던 매화가 양지부터 피기 시작했다. 품종에 따라 꽃피는 시기가 조금씩 달라 같은 밭에 자라면서도 시차를 두고 핀다. 꽃가루받이가 제대로 안 되어 낙과 피해를 입는 경우 수분수를 심어 예방을 하고자할 때 개화시기가 서로 맞는 품종을 선택해야 한다고 했다. 매화 꽃피는 것을 보니 쉽게 이해가 되는 말이다.

경칩을 전후하여 찾아 온 꽃샘추위가 개화시기를 늦추고 있다. 지난해에는 개화기에 닥친 한파로 결실이 안 되어 수확량이 급감하여 큰 피해를 입었다. 해마다 피해가 커지는 꽃샘추위와 같은 자연재해를 피할 수 있는 농법이라도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매실은 개화기와 생장을 위한 수액의 흐름도 빨라 다른 유실수보다 모든 작업을 서둘러야 했다. 밑거름도 가을에 넣고 가지치기도 잎이 지고 난 후 바로 시작해서 마쳤다. 빈 밭에 매실나무 심는 일도 지난주에 서둘러 끝냈다. 일하는 순서를 정할 때 다른 작목보다 앞서 마칠 수 있도록 계획했다. 퇴비 주문도 다른 작목은 그해 필요한 양을 주문해서 사용해도 되지만 매실은 가능하면 늦가을에 사용할 수 있도록 미리 준비해 두는 것이 좋다고 한다.

며칠 전부터 나물을 캐는 사람들이 부쩍 늘었다. 우리 동네 분들이 아니라 다른 마을과 시내에서 원정을 온 사람들이다. 과수원에 일하러 나가보면 일하는 동네 사람들보다 더 많은 사람들이 웅크리고 앉아 나물을 캐고 있다. 과수원은 풀 관리가 잘되 덤불이 없어 냉이와 쑥 등 새싹이 돋는 것을 쉽게 찾을 수 있고 거름기가 많아 잘 자라기 때문일 것이다.

마을에서는 이런 외부인들이 드나드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과수원에는 농사에 필요한 농작업과 농자재를 보관하기 위하여 창고나 농막을 지어서 사용하고 있다. 그런데 몇 해 전부터 창고에 보관하고 있던 농기계에서 기름을 뽑아가는 일이 발생하곤 했다. 농로가 여기저기로 뚫리면서 외부인의 접근이 잦아지면서 생기게 된 일이다. 급기야 얼마 전에는 창고에 보관하고 있던 고가의 농기구와 가전제품이 털리는 일이 일어났다. 이런 일이 발생하다보니 마을을 출입하는 낮선 사람들에 대한 불신과 경계심이 높아지면서 더욱 싫어하게 되었다. 과수원에 낮선 사람들이 드나드는 것은 피해만 남기지 전혀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이기도 하다. 마을에서는 도난을 방지하기 위하여 CCTV라도 설치해야 되는 것이 아니냐는 의견이 분분하다.

금년에 사용할 퇴비가 지난주에 도착했다. 이번에 실어온 퇴비는 그동안 미뤄왔던 감 과수원에 뿌리기로 했다. 과수원까지는 길이 좁아 큰 차가 들어갈 수 없어 다소 먼 곳에 빈터를 골라 쌓아두었기에 농기계로 실어 나르며 뿌리자니 시간이 많이 걸렸다. 그렇다고 냄새가 나는 퇴비를 가깝다고 마을 한 가운데 쌓아두기는 곤란한 일이었기 때문이다.

감 과수원을 만들 때 여기저기 흩어져 있는 밭을 비워둘 수 없어 이것저것 닥치는 심다보니 종류도 많고 품종도 다양하다. 아버지께서는 품종을 선택할 때 수익보다는 일손이 적게 드는 것을 골랐다고 한다. 수지가 맞지 않다고 바로 베어 버릴 수도 없는 형편이라 예전에 관리해 오던 대로 몇 해 더 지어보면서 방법을 찾아보기로 했다.

거름을 주다보니 아버지께서는 올해도 언제 심었는지 나무가 죽어 비어 있는 땅에 보식을 해놓았다. 단감 밭과 대봉 밭 할 것 없이 모두 심어둔 것을 보면 나무 값도 상당히 들인 것 같다. 단감 수분수가 많다고 하셨는데 옆에 심어둔 것을 보면 자라면 골라 베어버리라는 뜻인 것 같다. 아직도 농사를 짓겠다고 나선 자식이 못 미더워 말없이 빈곳을 채워주고 있는 것이다. 오늘도 퇴비 뿌린 밭을 찾아 괭이를 들고 말없이 뭉친 거름을 펴고 있다.

/정찬효 시민기자

과수원퇴비넣기
초보농사꾼이 과수원에 퇴비를 뿌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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