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도날드에서 쫓겨난 노인들
맥도날드에서 쫓겨난 노인들
  • 경남일보
  • 승인 2014.03.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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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원규 (객원논설위원, 한국국제대학교 교수)
얼마 전 뉴욕의 맥도날드 매장에서 한인 교포 노인들이 장시간 자리에 앉아 환담을 나누다가 쫓겨난 일이 있었다. 이 사건은 매장 내 테이블에서 20분 이상 머무를 수 없다는 규정을 들어 이를 노인들이 받아들이지 않자 경찰에 신고하였다. 이 내용은 뉴욕 타임즈에 즉시 보도되었고 교포사회뿐 아니라 우리의 주목도 함께 받았다. 보도 내용은 한인단체가 노인 차별을 행한 맥도날드에 대해 불매운동을 선언했다는 것이다. 이 사건을 다룬 보도는 경로사상을 중시여기는 한인 사회와 경영논리를 앞세운 맥도날드의 충돌로 보고 있다. 하지만 그 이면을 면밀히 살펴보면 미국사회에서 살아가는 이민 노인들이 겪고 있는 문화적 소외의 문제가 깔려 있다.


노인공경이라고는 없는 미국사회에서 배워서야

새로운 삶을 찾아 모국을 떠난 우리 동포가 받는 서러움으로 여겨져 안타까운 일이다. 이러한 뉴스를 노인공경이라고는 없는 사회 속에서 이민 1세대가 당연히 겪어야 할 한 가지 고난 즈음으로 받아들여야 하는가. 진정 그들이 이민문화에 적응해 수용해야 할 문화동화 과정의 일부로 받아들여야 하는가. 하지만 좀 더 냉엄하게 우리가 바라봐야 할 시선은 이민 노인들의 문화적 소외가 이민 당사국인 미국에 해당하는 문제만이 아니라는 데 있다. 그러한 문제는 미국의 노인 공경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생활에도 어느 사이엔가 깊숙이 들어와 당연시되는 일상의 일이 아닌가 생각해 볼 일이다.

한 인류학자는 현대 미국사회에서 노인의 지위가 크게 떨어진 데는 세 가지 이유가 있다고 했다. 첫째는 미국사회가 강조하고 있는 노동윤리 때문이라는 견해이다. 노동을 삶의 중심으로 여기는 막스베버의 견해는 상대적으로 은퇴해서 일 못하는 노인들은 사회적 지위까지 상실할 수밖에 없다는 가치관을 만들었다. 그런 노인은 결국 쓸모없는 폐기된 인생을 연명해 갈 수밖에 없다.

사생활을 강조하는 개인주의적 가치관도 노인의 지위를 떨어뜨리는데 일조했다. 그러다 보니 자립하지 못하는 노인, 자신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하는 노인, 남에게 의존하는 노인들을 천덕꾸러기로 전락시켰다. 그는 유난히도 젊음을 강조하고 예찬하는 미국사회의 가치관도 노인에 대한 편견을 만들어 냈다고 지적한다. 복잡한 기술이 급격히 변화하는 세계에서 젊은 세대가 새로운 교육을 받아 첨단지식으로 무장함으로써 일자리나 일상의 중요한 일에 능숙하게 대처하는 주인공으로 생존해야 하며 주인공이라고 젊음을 예찬한다. 노인은 흘러간 청춘을 찬미하고 부러워하면서 늙음을 한탄하는 처지가 되었다.


우리에게는 공경과 존경의 문화가 있다

노인을 응대하는 기준이 사회마다 현격히 다른 이유를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나라마다 물질적인 환경이 달라 사회를 위한 유용성의 측면에서 노인의 위치가 달라지고, 노인을 부양할 젊은 사람이 얼마나 있느냐에 따라 노인의 대우도 달라진다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그 사회가 소중하게 여기는 문화적 가치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런 점에서 우리에게는 부모는 자식을 위해 희생하며 최선을 다해 살아왔고, 자식들은 자신을 키워 준 부모를을 존중하고 고맙게 생각하는 전통사회로부터 물려받은 좋은 문화가 있다. 물론 양로원이나 노인병원과 같은 치료시설과 요양시설을 개선하는 노인정책은 지속적으로 확장시켜 나가야 한다. 하지만 감당하지도 못할 사회적 비용에만 의존해서 노후 행복은 오지 않을 것 같다.

한국사회에서는 맥도날드에 들어가 한담을 나누는 노인을 좀체 보기 어렵다. 그 이유는 뭘까. 우리사회는 미국 사회와 다르기 때문이다. 우리 사회에서는 금전적으로 여유 있는 노인이라 해도 손자에게 햄버거 사주러 들르기는 해도 자신이 사먹기 위해 가지는 않는다. 그런 어른들의 자식사랑이나 손자사랑을 내리사랑이라 했던가. 내리사랑은 그대로인데 노인공경은 사라지고 있지 않은 지. 그런 점에서 복지정책 당국은 우리의 좋은 문화적 가치를 소흘히 생각하지 말아야 하며, 좋은 점은 정책에 반영해야 한다고 생각된다. 우선 손자와 노인들이 함께 정겹게 살아가도록 삼대 가족들에게 복지지원을 대폭 늘여 보면 어떨까.

 

고원규 (객원논설위원, 한국국제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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