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세먼지 예보와 대기질
미세먼지 예보와 대기질
  • 경남일보
  • 승인 2014.03.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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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연만 (환경부 차관)
지난 2월 22일부터 한반도를 강타한 미세먼지 공습은 7일 간이나 계속됐다. 그나마 북쪽에서 내려온 바람이 한반도의 미세먼지를 밀어내 겨우 끝이 났다. 이는 미세먼지 예보제를 시작한 이래 최장시간 지속된 사례이며, 피해지역도 수도권부터 강원권, 중부권, 호남권 그리고 영남권에 이르기까지 전국적이었다. 이 기간 중 시간당 최고농도는 333㎍/㎥까지 나타나 우리나라 일일 기준치 100㎍/㎥의 3배가 넘는 수치였다.

이번 사태는 서풍계열의 바람을 타고 중국에서 유입된 미세먼지와 국내에서 배출된 오염물질이 한반도를 중심으로 형성된 대기정체로 인해 확산되지 못해 발생했다. 중국 오염원, 편서풍, 국내 배출원 그리고 대기정체현상이 서로 실타래처럼 얽혀 고농도 사례 발생에 직·간접적으로 기여한 것이다.

이처럼 다양한 요소가 만들어내는 고농도 미세먼지 발생상황을 정확히 예측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그 자체로도 복잡한 기상 예측자료는 대기질 예측을 위한 초기의 입력자료부터 시작해 오염물질량 간의 화학반응도 복합적으로 고려해야 하기 때문이다. 아무리 과학기술이 발달한다 해도 항상 불확실성의 영역이 존재하기에 인간이 미래를 예측한다는 것은 아직까지 큰 도전이다. 또한 미세먼지 농도는 국지적 바람이나 배출, 지형 등에 큰 영향을 받기 때문에 지역별 현황에 대한 지식이나 경험이 매우 중요하다. 삼국지의 적벽대전에서 제갈공명이 조조군을 물리칠 때 사용했던 화공법도 바람의 세기나 방향 등 지역의 지리적 특성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지난 2월 기상청과 국립환경과학원이 통합예보실을 만들어 공동운영하게 된 것도 이와 같이 기상자료와 미세먼지 자료를 함께 활용해 기상청이 가지고 있는 그간의 예보 전반에 대한 경험을 공유하기 위함이었다. 이는 공공부문에서의 대표적인 소통·협력의 사례로 그간에 기상청과 환경과학원이 각각 기상과 대기오염 분야의 전문성을 쌓아왔는데 집중했다면, 앞으로는 양자의 융합에 보다 집중하여 예보의 시너지를 높일 것으로 기대한다.

또 하나 예보 적중률을 높이기 위해서는 중국의 오염물질 배출현황이나 농도에 관한 자료를 공유하는 것이 중요하다. 중국에서 발생한 오염물질이 편서풍을 타고 빠르면 15시간 전후로 한반도에 유입되기 때문에 이에 대한 정보공유가 필수적이다. 다행히 최근 들어 한·중 관계가 그 어느 때보다 우호적이다. 지난해 폴란드 바르샤바에서 개최된 한·중 장관회의에서 환경협력을 강화하기로 약속했고, 후속조치로 국장급 회의에서 배출량 자료 등을 공유하기로 원칙적 합의를 했다. 3월 11일에는 필자가 참석한 양국 환경차관회의에서 이를 더욱 구체화시켜 나가기로 했다. 미세먼지 문제해결을 위해 양국이 한걸음 한걸음 함께 나아가기 시작한 셈이다.

앞으로 3월 20일에 예정되어 있는 한·중·일 간 대기분야 정책협의와 4월 28일 대구에서 열리는 환경장관회의에서 보다 실효적인 협력방안이 논의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아울러 외교적 대화채널을 이용해 중국과 추가적인 협의를 강화해 나갈 예정이다. 중국도 오염개선을 위해 변화를 보이고 있다. 대표적인 오염물질 배출원인 낡은 자동차와 석탄보일러 시설을 도태시키겠다고 발표했으며, 지난 3일 개막된 중국 최대 정치행사인 양회(兩會)에서는 스모그와의 전쟁을 선포하는 한편 내년 말까지 대기오염 개선에 434조를 투입하기로 했다.

중국의 변화와는 별개로 우리가 할 수 있는 대책을 찾아서 추진하는 것도 중요하다. 예보시스템을 더 정밀하게 구축하기 위해 노력하고 지자체의 미세먼지 대책을 점검하며, 내년부터 시행되는 경보체제 운영에 필요한 시스템 구축도 강화해 나가고자 한다. 아울러 에너지 사용을 줄이고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등 생활 속에서 오염물질을 줄이는 국민들의 노력도 필요하다. 그동안 우리는 당연하게 숨 쉬고 있는 공기의 소중함을 잊고 살아왔다. 이번 미세먼지 공습을 통해 정부·산업계·국민이 너나 할 것 없이 각자의 위치에서 대기오염 물질을 줄이는 실천에 동참하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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