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산 가로막는 사회
출산 가로막는 사회
  • 곽동민
  • 승인 2014.03.18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곽동민 기자
“대한민국만큼 살기 좋은 나라는 없다.” 해외 거주 경험이 있거나 국외 출장이 잦은 직장인들이 우리나라의 모습을 외국에서 실감하고 돌아와 하나 같이 입을 모아 하는 말이다. 그러나 통계가 보여주는 대한민국은 아직 ‘살기 좋은 나라’가 되기엔 부족한 모습이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최근 내놓은 ‘OECD 웰빙 지표를 통해서 본 양성격차 현황’이라는 보고서에서 우리나라는 남녀 간 취업률 격차 1위에 랭크됐다. 노인 빈곤율 1위, 노인 자살률 1위, 자살률 1위, 흡연율 1위에 이어 다섯번째 불명예다.

보고서는 이처럼 양성 간 취업률 격차가 극심한 주된 이유가 여성의 출산 및 육아로 인한 경력단절을 꼽았다. 최근 인식이 많이 바뀌었다고는 하지만 국내 대부분의 기업이 여전히 채용 시 남성을 더 선호한다. 출산휴가, 육아휴직 등 문제 때문에 여성은 채용 단계에서부터 부담이라는 것. 이같은 기업의 여성채용 기피현상은 결국 여성들로 하여금 출산에 대한 거부감을 갖게 만든다. 출산에 대한 거부감은 결국 결혼마저 꺼리게 한다.

여성들이 출산을 꺼리게 만드는 경우는 또 있다. 우리나라의 대졸 남녀 간 임금 격차는 37.5%포인트. 이 역시 OECD 국가 중 가장 큰 차이를 보였다. 보건사회연구원은 출산과 육아로 경력이 단절된 여성이 다시 직업을 가지기가 어렵고 직장과 가정생활을 병행하기 위해 임시직 혹은 시간제로 일해야 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한국의 양성평등지수는 OECD 34개 회원국 중 31위, 세계경제포럼(WEF)이 밝힌 성 격차 지수는 세계 136개국 중 111위다. G20 정상회의를 개최한 국가라고는 믿기 어려운 부끄러운 기록들이다.

결국 이러한 기록들이 세계 최저 출산율 1.18명이라는 부메랑으로 되돌아왔다. 한국은 OECD 국가 중 13년째 출산율 1.3명을 못 넘기고 있는 유일한 국가다. 이 추세대로라면 현재 5020만명인 대한민국 인구는 2100년엔 1900만명으로 줄어든다. 남녀 차별을 없애고 여성의 경제활동을 늘리는 것은 단순히 여권신장의 문제가 아니라 국가 존속을 위한 과제다.

지금의 한국은 여성의 결혼과 출산을 가로막고 있다. 이미 다양한 관련 정책이 나와 있지만 이것은 정책의 문제가 아닌 사회전체의 인식과 통념이 바뀌어야 해결할 수 있는 문제라는 것을 통감해야 할 때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경상남도 진주시 남강로 1065 경남일보사
  • 대표전화 : 055-751-1000
  • 팩스 : 055-757-1722
  • 법인명 : (주)경남일보
  • 제호 :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 등록번호 : 경남 가 00004
  • 등록일 : 1989-11-17
  • 발행일 : 1989-11-17
  • 발행인 : 고영진
  • 편집인 : 강동현
  • 고충처리인 : 최창민
  • 청소년보호책임자 : 김지원
  • 인터넷신문등록번호 : 경남, 아02576
  • 등록일자 : 2022년 12월13일
  • 발행·편집 : 고영진
  •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gnnews@gnnews.co.kr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