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동민 기자
보고서는 이처럼 양성 간 취업률 격차가 극심한 주된 이유가 여성의 출산 및 육아로 인한 경력단절을 꼽았다. 최근 인식이 많이 바뀌었다고는 하지만 국내 대부분의 기업이 여전히 채용 시 남성을 더 선호한다. 출산휴가, 육아휴직 등 문제 때문에 여성은 채용 단계에서부터 부담이라는 것. 이같은 기업의 여성채용 기피현상은 결국 여성들로 하여금 출산에 대한 거부감을 갖게 만든다. 출산에 대한 거부감은 결국 결혼마저 꺼리게 한다.
여성들이 출산을 꺼리게 만드는 경우는 또 있다. 우리나라의 대졸 남녀 간 임금 격차는 37.5%포인트. 이 역시 OECD 국가 중 가장 큰 차이를 보였다. 보건사회연구원은 출산과 육아로 경력이 단절된 여성이 다시 직업을 가지기가 어렵고 직장과 가정생활을 병행하기 위해 임시직 혹은 시간제로 일해야 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한국의 양성평등지수는 OECD 34개 회원국 중 31위, 세계경제포럼(WEF)이 밝힌 성 격차 지수는 세계 136개국 중 111위다. G20 정상회의를 개최한 국가라고는 믿기 어려운 부끄러운 기록들이다.
결국 이러한 기록들이 세계 최저 출산율 1.18명이라는 부메랑으로 되돌아왔다. 한국은 OECD 국가 중 13년째 출산율 1.3명을 못 넘기고 있는 유일한 국가다. 이 추세대로라면 현재 5020만명인 대한민국 인구는 2100년엔 1900만명으로 줄어든다. 남녀 차별을 없애고 여성의 경제활동을 늘리는 것은 단순히 여권신장의 문제가 아니라 국가 존속을 위한 과제다.
지금의 한국은 여성의 결혼과 출산을 가로막고 있다. 이미 다양한 관련 정책이 나와 있지만 이것은 정책의 문제가 아닌 사회전체의 인식과 통념이 바뀌어야 해결할 수 있는 문제라는 것을 통감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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