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민 연재소설]진주성 비차(83회)
[김동민 연재소설]진주성 비차(83회)
  • 경남일보
  • 승인 2014.03.19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6장. 2. 신풍인가 광풍인가
이듬해인 1592년, 일본 구주 북안의 명호옥.

조선 정벌을 위한 전쟁 지휘 본부가 될 그곳을 둘러보는 왜소한 체격의 사내 눈빛이 살쾡이처럼 번뜩였다. 지난 3월 27일, 3만 명의 휘하 군졸을 거느리고 경도를 떠나 광도와 소창을 거쳐, 한 달 만에 거기 도착한 풍신수길이었다.

오와리국 나카무라의 빈농에서 태어난 천출(賤出)인 그는, 어린 시절 맡겨졌던 절에서 뛰쳐나와 노부나가의 휘하에서 잡용직이 되지만, 신분과 상관없이 능력을 보고 인재를 가려 뽑는 노부나가의 인사철학에 힘입어, 일설에 의하면 무려 38번의 여러 직종을 전전하다가 놀라운 상술로 수직상승을 한 입지적인 인물이다. 그런 그자의 움직임은 그들이 자랑삼는 소위 저 신풍(神風, 가미카제)이라고나 할까?

그러나 그보다 앞서, 그의 지휘를 받는 육군 16개 부대는 이미 그해 2월 중 명호옥에 집결했고, 3월 중순에는 최종적인 부대 편성까지 마쳐놓은 상태였다. 뿐만이 아니었다. 그보다도 더 앞서, 조선 침공의 선봉인 소서행장의 제1부대 1만8700명이 3월 상순 명호옥을 출발하였다.

사카이의 약재상 집안 출신으로 대표적인 천주교도 영주인 소서행장. 노부나가가 죽은 혼노지 변란 이후에 풍신수길의 신임을 얻은 그는, 대동강까지 진격하고 평양성을 함락, 일본군 선봉장으로서 활약을 펼치지만, 나중에 노량해전이 벌어지는 틈을 타서 일본으로 돌아가 덕천가강에게 저항하다가 패전, 천주교리에 따라 할복자살을 거부하고 효수형을 당하게 되니, 조일전쟁의 여파는 오랫동안 일본 본토에까지 넘실거리게 되는 것이다.

어쨌거나 그건 당시 풍신수길의 조선 침략 구상이 얼마나 신속하고 철저한 작전 계획 아래 이뤄졌는가를 잘 보여주는 증거가 아닐 수 없었다. 게다가 그 엄청난 병력 앞에 왜군 스스로도 놀라지 않는 자가 없었다.

“대체 우리 합하(閤下)의 군사는 얼마나 되는 거야?”

“육군이 20만 2000여 명이고, 수군이 9000여 명이라고 하더군. 본영 친위대까지 합치면 수륙군 30만 명을 넘는 대군이 아닌가?”

“4만 명을 동시에 수송할 수 있는 선박을, 조선 남해안의 상륙지대 그리고 쓰시마 섬과 이키 섬 사이에 배치해 놓았대.”

“헉! 4만? 바다가 뒤집힐 일이군.”

“어디 바다만 그렇겠나. 온 세상이 그렇게 될걸?”

“내가 조선인을 얼마나 죽이게 될까? 우리들 중 살아서 돌아갈 사람이 몇이나 될까?”

대마도(對馬島)와 일기도(壹岐島). 조선과 구주(九州) 사이의 대한해협 중간에 있는 대마도는 일본 본토보다 조선 땅에 더 가까운 지역이니 조선의 코앞에 들어온 것이다.

현무암에 둘러싸인 낮고 평평한 대지로 형성된 이키 섬, 일기도. 저 가마쿠라시대에는 몽고군에게 점령되고 해마다 조공을 조선에 보내기도 한 곳이다. 그곳에서 많이 키우고 있는 소들도 일본 수군들이 탄 배를 보았음일까, 별안간 미친 듯이 울어대기도 하고 여러 날 여물을 먹지 않기도 하였다. 거기 밭에서 잘 자라는 고구마며 콩, 잎담배도 그해에는 자취를 감춰버린 듯했다. 예로부터 일본이 국교로 내세운 신도(神道)의 사당인 신사(神社)가 많은 그 섬은, 조선을 정벌하기 위해서는 숱한 피를 부를 수도 있는 일본군 출정을 어떤 눈으로 지켜보았을까?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경상남도 진주시 남강로 1065 경남일보사
  • 대표전화 : 055-751-1000
  • 팩스 : 055-757-1722
  • 법인명 : (주)경남일보
  • 제호 :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 등록번호 : 경남 가 00004
  • 등록일 : 1989-11-17
  • 발행일 : 1989-11-17
  • 발행인 : 고영진
  • 편집인 : 강동현
  • 고충처리인 : 최창민
  • 청소년보호책임자 : 김지원
  • 인터넷신문등록번호 : 경남, 아02576
  • 등록일자 : 2022년 12월13일
  • 발행·편집 : 고영진
  •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gnnews@gnnews.co.kr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