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더의 칠거지악
리더의 칠거지악
  • 경남일보
  • 승인 2014.03.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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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훈 (영산대 광고홍보학과 교수)
꽃샘추위도 가고 이제는 봄인가 했더니 어느새 6·4 지방선거의 분위기가 서서히 피어나고 있다.

어느새 출근길에 얼굴과 이름을 알리려는 지방선량과 공복들이 길목을 차지하고 열심히 머리를 조아리고 허리를 굽힌다. 사회가 첨단 디지털시대로 급변하였지만 민심을 얻으려는 전략은 뭐니뭐니해도 ‘나를 뽑아주면 당신을 잘 섬기겠노라’는 몸짓이 최선인 듯하다. 어제 아침에도 출근하면서 저들의 치열한 몸짓을 보면서 과연 리더의 덕목은 무엇일까를 생각해보았다.

조직의 미래는 리더가 만든다. 현대 경영학의 창시자로 추앙받는 피터 드러커의 탄생 100주년을 기념하여 후학인 윌리엄 A. 코헨이 헌정한 ‘피터 드러커 리더스 윈도우’를 보면 리더의 칠거지악(七去之惡)이 눈길을 끈다. 코헨은 교만, 정욕, 탐욕, 나태, 분노, 시기, 탐닉을 리더의 칠거지악을 꼽았다.

우리는 선거를 통해 선량(選良)과 공복(公僕)을 뽑는다. 선량은 뛰어난 인물을 뽑는다는 의미와 함께 그렇게 뽑힌 인물을 지칭하고 공복은 국가나 사회의 심부름꾼을 의미한다. 선량과 공복의 사전적 의미만을 본다면 앞서 언급한 리더의 칠거지악이 무색하지만 그 동안의 우리의 경험에 의하면 그렇게 적절한 지적도 흔치 않다. 특히 우리의 지방자치의 경험에 비추어 보면 선량과 공복들에 의한 특권과 권력 남용, 부정부패 등이 저들의 가려진 가면 속에 뿌리 깊은 리더의 칠거지악에 연유한 것이다.

우리의 지방자치의 역사는 건국 이후 헌법에 명시되어 1952년부터 1961년까지 시행되다가 그 후 정치적 격동기를 거치고 1995년에 다시 재개되어 올해로 20년을 맞는다. 이제는 단순한 시간의 흐름에서 뿐만 아니라 국민의 민도와 정치 사회 문화 경제의 모든 면에서 성숙하고 생산적인 지방자치가 되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선량과 공복을 자신의 입신양명의 수단으로만 생각하여 물불을 가리지 않고 당선만을 추구하는 몰지각한 인사들과 투표를 그리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고 학연과 지연에 얽매여 정실에 치우치거나 몰관심한 유권자의 합작으로 선량이 아닌 불량(不良), 공복이 아닌 사복(私僕)이 있어 왔음을 부인할 수 없다.

이제는 달라져야 한다. 세계는 점차 국가 경쟁에서 도시 경쟁으로 바뀌고 있다. 이러한 시대에 지역의 선량과 공복을 어떠한 인물이 맡느냐에 따라 그 지역의 명운이 달라진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따라서 이번 지방선거에 입후보 하여 입신양명을 꿈꾸는 인사들과 그들을 선택하는 유권자들 모두 시대적 사명감을 가지고 이번 지방선거에 임해야 할 것이다. 뿌리깊은 지방색과 학연과 지연, 그리고 아직도 어두운 곳에서 뿌리 깊게 자리 잡고 있는 금권에 의한 선거는 이번부터는 반드시 근절되어야 한다.

리더의 칠거지악을 다시 상기해본다. 교만, 정욕, 탐욕, 나태, 분노, 시기, 탐닉. 이는 리더뿐만 아니라 선남선녀(善男善女)나 필부필부(匹夫匹婦)에게도 금기시 되어야 할 금기이다. 하물며 선량과 공복들에게야 더 무슨말이 필요하겠는가.

이제 70여일 남았다. 이 기간 동안 들뜨지 말고 차분하게 유권자들은 우리 지역의 장래를 과연 누구에게 맡길 것인가를 냉정하게 생각하고 입후보자들은 입신양명보다는 진정한 국리민복(國利民福)을 위해 헌신할 각오로 서로 노력해야 할 것이다. 국민소득 2만 달러의 고비에서 너무도 오래 맴돌고 있는 우리, 이제는 도약해야 한다.

그 시작은 우리의 풀뿌리 민주주의의 개혁에서부터 시작하자. 칠거지악에 해당되는 선량과 공복을 이 기회에 발본색원하자.

 

이상훈 (영산대 광고홍보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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