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 골 메우는 지방선거 원년이 되려면…
감정 골 메우는 지방선거 원년이 되려면…
  • 이웅재
  • 승인 2014.04.03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이웅재 (지역자치부 차장)
요즘 거리에 나서면 대한민국의 주인이 국민이라는 말이 실감난다. 주인된 권리를 행사하는 날이 다가오면서 거리에 나선 지역 유력인사들이 일꾼 적임자를 자처하며 직각 인사를 한다. 6월 4일 전국동시 지방선거에 출사표를 던진 인사들의 윤곽을 살펴 보면 새로운 면면도 드물지 않지만 대부분은 익히 알려진 저명인사다. 그동안 살아온 경력이 출마 배경이 됐다면 당선을 위한 경주는 미래를 향한 새로운 도전이고 열정이다.

게임에 지고 기분 좋은 사람은 없을 터. 패배에 익숙한 사람이 오늘날 성공한 위치에 있을 수 없고, 그랬다면 대중의 선택을 구하는 자리에 설 리도 없었을 것이다. 선거에 임한 대부분이 자신감을 갖고 한판 승부에 다걸기 하는 배경이다, 선거를 두고 흔히 말하기를 ‘승자독식 게임’이라고 한다. 승부가 갈리지 않는 게임은 없다. 특히 선거는 어떻게든지 승패를 결정지어야 끝이 나는 제도이다. 승자가 모든 것을 차지하는 제도에서 패자의 몫은 기대할 수 없다. 승패의 결과가 극과 극이니 출전 선수들은 목숨을 건다. 평소라면 생각도 하지 않을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이기고 보겠다’는 과욕을 부리게 되는 것도 목숨 건 게임이기 때문이다.

지방자치제 도입 20년을 지나면서 지방선거에 대한 평가가 엇갈린다. 국민이 주인되는 진정한 민주주의 정착에 크게 기여했다는 성과 못지않게 폐단도 크다는 지적이 나온 지 오래다. 남과 북으로 갈린 대한민국에서 전라도와 경상도로 민심을 나누는 것도 부족해 이제는 논두렁을 쪼갠다는 비아냥이 나온다. 특히 사천시의 경우 논두렁 표밭관리로 표현되는 지역 이기가 심각하다 못해 절대악으로 고질이 됐다. 아전인수라 바짝 마른 제논에 물대겠다는데 남의 타는 논이 눈에 들어올까. 3자가 중재에 나서야 공생의 길을 찾을 수 있다.

민선 5기를 보내고 6기를 맞이하는 즈음에서 사천시민에게 가장 필요한 것이 무엇일까 고민해 본다. 대부분 출마자들이 강조하는 잘 먹고 잘사는 것에 초점이 맞춰진 공약이 놓치고 있는 2%에 사천시민의 진정한 행복이 숨어 있지 않을까 싶다.

삼천포시와 사천군을 합쳐 통합 사천시가 출범한지 20년이 다 됐다.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고 했는데 삼천포와 사천의 경계는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각지에서 초·중·고교를 마치고 외지 대학을 나오는 인맥형성 과정이 변하지 않는 한 진정한 통합의 길은 요원해 보인다. 눈에 보이지 않으면 마음도 멀어진다고 했다. 태어나서 성인이 되는 20년 동안 사천사람과 삼천포사람은 만날 수 없게 벽을 쌓아 놓은 것이 지금 통합 사천시의 구조다.

그런데 후보 누구도 이를 지적하지 않는다. 방법이 어렵기도 하지만 득표를 확신할 수 없는 것도 이유일 터다. 회관이니 센터니 등 구조물을 세워 해결할 정도로 간단치 않은 것이 사천시민의 통합이다. 해온 대로 해서 안되면 틀을 깨는 파격적 조치가 필요하다. 사천과 삼천포 민심을 갈라 고착시키는 현행 학구제도를 바꿔서라도 새로운 변화를 모색하겠다는 의지가 필요하다. 영·호남 학생 교류행사보다 더 필요한 것이 삼·사천 학생간 교류다. 봄에 씨앗을 뿌리지 않고 가을 수확을 기대할 수 없다.

베이비 부머 세대가 익히 경험한 것은 선택과 집중이다. 하루 먹고 살기 빠듯한 가정에서 될성 부른 자식놈을 선택해 집중적으로 키운다. ‘한 놈이라도 잘돼야 다른 놈 먹고 살 길 열리겠지’라는 부모의 간절한 마음이다. 사천시민의 화합은 사천시정이 선택하고 집중해야 할 최우선 과제로 부족함이 없다. 지역감정의 폐단을 간혹 애향심으로 착각하는 기성세대보다는 주변에 쉽게 동화하고 나날이 새로운 것을 찾는 백지상태의 학생들에게서 사천시민 통합의 길을 찾아보자.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가장 빠를 수도 있다. 민선 6기가 출범하는 올해 선거가 사천과 삼천포로 엇갈려 고질이 된 지역감정의 골을 메우는 원년이 되길 간절히 바란다.

 

이웅재 (지역자치부 차장)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경상남도 진주시 남강로 1065 경남일보사
  • 대표전화 : 055-751-1000
  • 팩스 : 055-757-1722
  • 법인명 : (주)경남일보
  • 제호 :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 등록번호 : 경남 가 00004
  • 등록일 : 1989-11-17
  • 발행일 : 1989-11-17
  • 발행인 : 고영진
  • 편집인 : 강동현
  • 고충처리인 : 최창민
  • 청소년보호책임자 : 김지원
  • 인터넷신문등록번호 : 경남, 아02576
  • 등록일자 : 2022년 12월13일
  • 발행·편집 : 고영진
  •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gnnews@gnnews.co.kr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