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거리와 불신사회문화’
‘패거리와 불신사회문화’
  • 경남일보
  • 승인 2014.04.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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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기 (논설고문)
정치란 본래 국민의 고통을 최소화하고 국민이 눈물을 흘리면 닦아달라고 고안해 낸 장치다. 정치의 의미는 ‘나라를 다스리는 일’이다. 정치를 잘못해 국민은 눈물, 정치권은 싸움질이다. 정치가 보이지 않는다는 것은 여야의 정치력이 없다는 의미다. 우리는 패거리와 불신의 시대에 살고 있다. 우선 정치권이 제일 그렇다. 서민들은 먹고사는 문제로 사느냐 죽느냐 하는 시한폭탄을 안고 살아가고 있다. 기업들도 쓰러지지 않으려고 뼈를 깎는 구조조정 등을 통해 살아남기 위해 몸부림을 치고 있다. 한데 가장 앞장서서 서민들과 어려운 기업들의 눈물을 닦아주어야 할 정치현장에서는 탐욕으로 가득 찬 정치꾼들로 인해 소란스럽다. 선거철만 되면 낯익은 얼굴들의 ‘모여’, ‘헤쳐’ 소리가 사방에서 들리면서 이합집산과 자기주장 포장으로 시끄럽다.



국민은 눈물, 정치권는 싸움질

6·4 지방선거를 앞두고 여·야가 ‘거짓말 프레임’ 싸움이 점입가경이다. 대선 때 박근혜 대통령의 ‘기초선거 무공천’ 이행 여부를 둘러싼 여·야의 대결은 치열하다 못해 당의 존폐를 건 사투로 비쳐진다. 아이러니하게도 공약을 어긴 새누리당은 여유로움을 넘어 당당한 반면, 약속을 지키겠다는 새정치민주연합이 더 안달복달이다. 그야말로 ‘공천이 무공천’을 일방적으로 공격하는 ‘비정상’의 정치 현실이 눈앞에 펼쳐지고 있다. 새누리당은 야권의 공약 파기 주장에 대해 ‘공약 파기가 아닌 개선’이라고 오히려 당당히 맞받아치는 판국이다.

안철수 공동대표는 “절대 민주당과의 연대는 없을 것”이라고 한 약속도 어겼다. “연대 이야기 하면 고대 분들이 섭섭해 하세요”, “연대론은 패배주의적 시각”이라고도 했다. 이런 안철수 의원의 행보에 대해 많은 이들이 그가 지향하는 새 정치를 과연 실현할 수 있을까 의혹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 민주당과 안철수 의원 측 새정치연합 간의 통합 신당인 새정치민주연합이 논란 끝에 공식 출범함으로써 외견상 국회 의석 130석의 거대 제1 야당으로 거듭났다. 문제는 출범은 했지만 축배를 들고 마냥 즐거워할 상황이 아니다. 기초선거 공천 포기를 둘러싼 내부 갈등이 ‘발등의 불’이지만 서둘러 봉합하고 재정비하기도 시간이 빠듯하다.

정치인들의 무감각한 말 바꾸기의 저변에는 국민의 암묵적 관용이 한몫했음을 부정할 수 없다. 이런 사태는 염불에는 맘이 없고 잿밥에만 맘이 있기 때문이다. 요즘 정치권은 남의 잘못만 들추기를 좋아하고 자기 잘못은 아예 말하지 않는 세상이 됐다. ‘방귀뀐 놈이 성질낸다’는 속담처럼 ‘똥 묻은 개가 겨 묻은 개를 나무라’는 경우도 많이 봐 왔다.

한국이 주요 7개국(G7)에 접근한 경제 규모나 무역액을 보면 선진국 문턱에 다가섰다. 올림픽, 월드컵도 치렀고 지구촌을 달구는 K-팝도 있다. 하지만 사회불신을 조장한자, 인간관계에서 배신처럼 큰 상처를 남기는 지도자들도 많다. 국가사회 지도자들의 배신행위는 사회적 불신감을 조장하게 된다. 일반대중들은 지도자의 행동을 보고 배우며 따르기 때문에 어느 사회이든 고위공직자와 정치인들에게 높은 도덕심을 요구한다. 서로 헐뜯고 싸우다가도 패거리끼리 공동 이익을 추구할 일이 생기면 목젖까지 드러내고 당이 합창한다. 정치인이 자기 말에 대해 책임지지 않는 사회는 신뢰가 없는 사회라고 할 수 있다. 여·야의 지도자들은 논어에서 ‘신의가 없으면 백성들이 동요해 떨어져 나간다’는 ‘무신불립(無信不立)’을 깊이 새겨야 한다.



패거리끼리 공동 이익, 당이 합창

현재 국회는 당장 급한 기초연금문제를 비롯한 정쟁으로 팽개친 민생실천, 재벌의 1일 5억 원의 황제노역 판결, 무공천 논쟁, 금고 이상의 형이 아니면 신분이 보장 된 판사, 감찰대상에서 장차관·국회의원·판검사의 힘 있는 인사는 몽땅 빠진 특별감찰관제 등 현안에도 거리를 두는 오불관언(吾不關焉:나는 상관하지 않음)으로 ‘나 하는 대로 따라 오라는 식의 독선’이 강하다. 표를 달라고 호소할 명분조차 없애버린 잘못은 지방선거에서 국민들이 공정하게 심판 할 것이다. 자기편이 하는 것은 무턱대고 옳다하는 ‘온통 패거리와 불신사회 문화’의 청산이 시급하다.

 

이수기 (논설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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