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낙주 교수의 식품이야기
성낙주 교수의 식품이야기
  • 경남일보
  • 승인 2014.04.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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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곤증을 쫓는 산나물 (Ⅱ)
지난 주 춘곤증에 도움이 되는 쑥, 미나리, 부추에 대한 이야기에 이어, 오늘은 씀바귀, 돌나물, 더덕 및 원추리에 대한 영양성분과 생리기능 및 약리작용 등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고자 한다.

‘농가월령가’에 ‘산채는 일렀으니 들나물 캐어 먹세, 고들빼기 씀바귀며 소루장이 물이라’ 라는 구절이 있다. 씀바귀는 맛이 쓰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며, 이른 봄에 나는 연한 잎은 물론 뿌리까지 먹을 수 있는 식욕을 돋우어 주는 대표적인 산채이다. 옛날에는 ‘외갓집 문지방이 높아야 잘 먹을 수 있다’고 할 만큼 귀한 나물이었다. 언뜻 보기엔 고들빼기나 냉이와 닮았다. 뿌리는 춘곤증에 시달리는 직장인, 수험생, 운전기사에게 좋다. 한방에서는 해열, 건위 등에 이용되며, 특히 소화불량, 간염, 히스테리 증상에 효험이 있다. 생즙을 먹을 경우 쓴맛이 강하므로 사과, 당근, 시금치, 샐러리 등과 섞은 즙을 함께 마시는 것이 좋다.

돌나물은 봄이 되면 들판이나 산기슭, 논, 밭에서 쉽게 발견할 수 있으며, 또 산의 바위틈이나 돌 위에 자라는 경우도 많다. 그래서 돌 위에 자라는 채로라는 의미로 석상채(石上菜)라고 부르기도 하고, 지역에 따라 돈나물, 돗나물, 석지갑 등의 별명도 있다. 동의보감에는 ‘말린 돌나물은 해열, 해독, 간 질환에 좋은 채소’로 분류하고 있으며, 실제로 생즙은 피로를 풀어주는 효능이 있다. 영양성분으로는 칼슘이 풍부하고, 비타민 A와 비타민 C가 많다. 다소 맛은 쓰나 새순을 먹는 것이 좋고, 비빔밥, 죽, 그리고 떡을 만들 때 넣어도 좋다. 생채나 겉절이로 먹거나 데쳐서 숙채로 이용해도 좋다. 봄에 입맛이 떨어질 때는 초무침이나 물김치로 만들어 먹으면 식욕을 돋울 수 있다.

초롱과에 속하는 더덕은 전국적으로 분포하고 있으며, 자연산은 주로 깊은 산속의 덤불속에서 자라며 굵게 살찐 덩이뿌리와 덩굴, 그리고 초록빛의 아름다운 꽃으로 이루어져 있다. 더덕은 암·수로 구분되는데, 암놈은 사람과 달리 수염(잔털)이 많이 달려있고 통통하며, 숫놈은 수염이 거의 없고 미끈하게 쭉 빠진 놈이 인물이 좋다. 요리 재료로는 암놈보다 숫놈이 더 좋다. 더덕의 외관은 도라지를 닮았으나 도라지보다 연하고 향기가 좋아서 귀한 대접을 받아온 나물이며, 세계에서 유일하게 우리나라 사람만 더덕을 먹는다고 한다. 씹을수록 진한 향이 나는 것이 특징이며 이른 봄에 나는 연한 뿌리는 잘게 찢어 무쳐 먹으면 좋고, 껍질을 벗겼을 때 보풀보풀한 섬유결이 보이는 것을 최고로 친다. 더덕은 다른 말로 사삼이라고 하는 뿌리 부분이 강장식품으로 쓰이며, 이를 잘 말린 것을 달여 먹거나 가루로 복용하면 체력을 튼튼하게 하고, 쌓인 피로를 풀어주며, 열을 내리는 데 효력이 있다. 또 성숙한 잎을 말려 두었다가 차 대용으로 마시면 자양, 강장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또한 뿌리엔 생리활성물질인 사포닌이 함유되어 있어 기관지 천식에 좋고, 섬유소가 많아 변비나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추는 데 이롭다. 영양성분인 무기질은 인, 칼슘 및 철의 함량이 높은 수준이고, 비타민 B1과 B2의 함량이 많아 봄철에 부족하기 쉬운 영양소가 비교적 골고루 함유되어 있다.

씀바귀

 
 
봄에 나는 나물 중에 맛이 가장 좋은 나물이 원추리이며, 산나물 중에 유일하게 단맛이 나는 채소 역시 원추리다. 원추리는 큰 원추리, 애기 원추리, 노랑 원추리 및 각시 원추리 등 그 종류도 비교적 많다. 봄엔 주로 어린 싹을 먹고, 여름엔 꽃을 김치로 담가 먹거나 나물로 무쳐 먹는다. 원추리엔 단백질, 무기질 및 비타민류 등의 영양소가 골고루 함유되어 있어서 겨울에 피로에 지친 몸에 활기를 되찾게 하고, 간 기능 회복에 좋다. 과거 우리 조상들은 봄에 나는 싹을 짚으로 엮어서 처마 밑에 매달아 두었다가 정월 대보름에 국을 끓여 먹으면서 지난해의 근심과 우환을 잊고 덕담을 나누었다고 한다. 그야말로 이름 그대로 근심을 잊게 하는 망우초(忘憂草)다.

결론적으로 가벼운 춘곤증은 누구나 경험하는 당연한 현상이며 충분한 영양소 보충을 통하여 해결할 수 있다. 비타민류와 무기질이 풍부한 과채류, 특히 봄나물이 좋다. 그러나 가능하면 기름기가 많은 식품을 피하는 것이 좋다. 피로 해소와 면역력 증강에 도움이 되고 춘곤증에 좋은 냉이, 두릅, 취나물, 죽순, 달래(2013년 4월 8일 경남일보 보도) 등은 입맛을 돋우는 데 유익하며, 원기를 회복하는 데 매우 효과적이다. 그리고 에너지 생산을 위하여 대사활동에 관여하는 비타민 B군이 많은 통보리, 율무, 현미와 같은 거친 곡류, 무, 콩, 우유, 버섯, 생선, 계란 노른자, 호두 및 잣 등과 같은 견과류도 좋고, 김, 파래, 미역, 다시마, 매생이 등은 무기질의 섭취를 도와 춘곤증을 극복하는 데 유익하다. 그러나 졸음을 쫓기 위해 담배를 많이 피우거나 커피 등 카페인 섭취를 늘리는 것은 오히려 역효과를 낸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경상대학교 식품영양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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