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시각
지금도 그 때를 생각하면 짜증이 난다. 고객들은 그날 오후 몇 시간동안 전화가 왜 안되는지를 이유 조차 모르고 있어야만 했다. 국내 최대의 이동통신 가입자를 가진 SK텔레콤의 통신망이 그날 저녁 장애를 일으켜 수백만 명의 가입자가 거의 6시간 동안 통신이 두절되는 사태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전화 통화가 이루어지지 않는 것은 물론이고, 데이터의 송·수신과 내비게이션 기능이 중단됐고, 이 통신사의 통신망을 통한 교통카드 결제 서비스도 마비됐다. 사실상 이동전화라는 통신수단에 의존하는 모든 작업과 경제활동이 정지됐다. 사고 원인은 가입자를 확인해 주는 장치(HLR)의 부품이 고장을 일으켰기 때문이라고 한다.
물론 다음날 SK텔레콤 하성민 사장은 서울 을지로 본사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급히 시스템 복구에 나섰지만 정상화에 6시간이 걸렸고, 이 과정에서 많은 고객들이 불편을 겪었다”면서 “약관에 연연하지 않고 그 이상의 추가 보상을 하겠다”고 밝혔다. SK텔레콤 약관은 3시간 이상 서비스 장애가 발생하면 기본료와 부가사용의 6배에 해당하는 금액을 배상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SK측은 사태의 엄중함을 감안해, 고객 560만명에게 이보다 많은 10배를 배상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이번 사고와 같은 이동통신 두절 사태를 개별 통신업자의 손해배상이나 자구조치만으로는 미흡하다.
이동통신은 이미 국민 개개인의 일상생활에서 꼭 필요한 요소로 자리잡은지 오래이고, 수많은 경제활동이 이를 기반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또 상당수 정부의 행정업무와 재난대비 시스템, 일부 국가안보제도가 이동통신을 이용한 국민들의 참여를 전제로 운용되고 있다. 이처럼 중요한 이동통신망이 어떤 원인에 의해서든 이동통신의 장애나 두절이 대규모로 장기간 발생한다면, 국가적인 위기나 재앙이 이날 수 없다. 이동통신의 사고는 언제든지 또 발생할 수 있다. 정부와 이동통신사들은 이동통신망의 장애나 두절이 곧 국가적 재난이나 비상사태의 위기라는 인식을 갖고 서둘러 대비책을 강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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