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불예방으로 ‘녹화 성공국’의 모범을 보이자
산불예방으로 ‘녹화 성공국’의 모범을 보이자
  • 경남일보
  • 승인 2014.04.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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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규 (산림청 양산산림항공관리소장)
‘동전의 양면’이라는 말이 있듯이 세상의 모든 일은 항상 양면성이 있다. 물은 생명의 근원이지만 대홍수나 해일 등 사람의 생명과 재산을 앗아가는 위험의 일면을 가지고 있다. 핵분열의 발견은 현대물리학의 발전으로 우주를 향한 인류문명의 비약적 발전을 가져왔으나, 한편으로 인류 내적 갈등과 욕망의 소산이랄 수 있는 핵폭탄으로 인해 두려움의 한 단초가 되기도 한 것이다.

‘불’의 경우를 보자. 인류는 불의 발견으로부터 급격한 문화인류학적 발전을 가져왔고, 고대국가를 거쳐 중세, 근대, 현대에 이르기까지 불이 없었다고 보면 가히 문명의 발전을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다. 한편으로 불은 폐허를 초래하기도 한다. 1세기 네로 황제 시기의 로마 대화재, 17세기 런던 시내의 85% 이상이 잿더미로 변한 런던 대화재 등 역사 속에서 대화재로 힘들게 일군 문명을 한순간에 잿더미로 몰아간 예는 수없이 많다. ‘불’의 고마움의 이면에 ‘모든 것을 앗아갈 수도 있다’는 경각심은 그야말로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고 할 것이다.

산불도 또한 많은 것을 앗아간다. 최근 10년간의 통계를 보면 연평균 333건의 산불이 발생해 한 해에 축구장 834개 면적의 산림 613ha가 사라지고 있다. 그리고 3~4월은 연간 발생 산불의 50%(166건), 피해면적의 84%(516ha)가 집중되고 있기 때문에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 특히 4월의 청명과 한식, 식목일을 전후한 산불발생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지난 예를 보면 우리나라 최대의 산불로 기록된 2000년 동해안 산불의 경우, 4월7일 강원도 고성에서 발생해 강릉, 삼척, 동해, 경북 울진까지 번져 피해면적이 서울시 면적의 40%에 해당하는 2만 4000ha에 달했고, 2005년 4월4일 발생한 양양 산불은 천년 고찰인 낙산사를 집어 삼키고 동종이 녹아내렸던 아픔도 우리 기억에 남아 있다. 또한 2002년 4월5일 식목일에는 전국적으로 63건의 산불이 동시 발생한 초유의 기록도 있다.

청명과 한식은 경건한 마음으로 조상의 산소를 돌보고 선조의 음덕을 기리는 날로써 불을 쓰지 않고 찬 음식을 먹는 풍속이 있는 날이다. 식목일은 조선시대 성종 임금께서 조상께 제사를 올리고 문무백관과 함께 친히 경작을 한 기록과 순종 황제께서 친경제를 거행하고 직접 나무를 심은 연원으로 4월 5일을 나무심는 날로 제정한 유서 깊은 날이다. 금년 들어 3월 28일까지만 해도 전국적으로 벌써 193건의 산불이 발생해 축구장 95개 면적에 해당하는 산림 70ha가 소실되었다. 숲은 산소를 생산하고, 물을 저장하는 녹색 댐의 기능을 한다. 또한 산채며 버섯 등 천연 먹거리의 보고이면서 목재생산을 통해 친환경적 건물축조를 가능하게 해준다.

요즘 세계적으로 중요한 이슈가 지구온난화 등에 따른 환경재앙이다. 대규모 강진과 지진해일뿐 아니라 폭설로 인한 인명과 재산피해에 대한 뉴스를 종종 접하고 있는데, 많은 전문가들은 이러한 전 지구적인 자연재해의 근본 원인 가운데 하나로 복사열을 흡수하고 완충역할을 하는 산림파괴를 들고 있음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18세기 프랑스의 대표적 문필가인 샤토브리앙(Chateaubriand)은 “문명 앞에는 숲이 있고, 문명 뒤에는 사막이 남는다”라는 명언을 남겼는데, 이는 숲의 중요성을 극명하게 지적하는 말이다. 숲은 인류의 의식주를 해결해 주는 원천이자 생활 터전은 물론 맑은 물과 깨끗한 공기, 재해방지와 휴양공간을 제공해 주는 보물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유엔식량농업기구(FAO)가 인정하는 조림녹화 성공국가다. 2차 대전 이후 완전히 황폐해진 산림을 복원에 성공한 유일한 국가임을 잊어서는 안 된다. 일제 강점기와 6·25전쟁을 거치면서 철저히 파괴된 숲을 완벽하게 복구함으로써 세계가 모범으로 삼고 있는 우리 숲을 산불로 인해 한순간에 잿더미로 바꾸는 어리석음을 범해서는 안 되겠다.

 

김형규 (산림청 양산산림항공관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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