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을 느끼기 위해선
행복을 느끼기 위해선
  • 경남일보
  • 승인 2014.04.14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수필가 이석기의 월요단상>
우리의 삶에는 불행도 있고 행복도 있다. 그러나 행복할 때 행복을 분명하게 인식하는 이는 드물지만, 불행할 때 불행만은 분명히 안다. 행복이 우리 가슴속에 스며들어 올 때 우리는 웃음으로 그를 맞이하며 기쁨에 넘치기도 하지만 그러나 행복이 가슴속에 들어와 자리를 잡고 난 뒤에는 그 행복의 존재를 까맣게 잊어버린다. 행복은 이미 자기 가슴속에 들어와 있는데도 그것이 행복인 줄 모른 채 다만 요행이라는 것을 느낄 뿐 자기 생활의 기쁨을 분명히 느끼지 못하고 먼 곳을 방황하기도 한다.

인간들은 대개가 행복에 대한 불감증을 가지고 있는 것일까? 아니 우리의 생리구조 자체가 그렇게 되어 있기 때문에 어리석은 방황을 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불행의 감각은 항상 예민하지만 행복한 경우에는 행복을 잊어버리기 때문에 우리가 느끼지 못하는 행복은 행복이라고 말할 수 없다. 행복은 어디까지나 행복하다고 느끼는 그 감각 자체이므로 느끼지 못하는 행복을 어찌 행복이라고 말할 수 있으랴. 무릇 남들이 자기를 가리켜 아무리 부러워하고 행복하게 보이더라도 자기의 감각이 마비되어 있는 이상 그는 불행도 행복도 아닌 망각의 수면 상태에 머물러 있다고 볼 수밖에 없다.

모름지기 자기 행복의 그 존재를 확인하려면 자기와 다른 색깔 위에 자기 색깔을 놓고 관찰해 보아야 한다. 자기보다 더 행복스런 색깔도 있겠지만 아무리 불행하다 하더라도 자기보다 더 불행한 사람들도 많이 있기 때문이다. 물론 남들의 불행을 아무리 보고 듣고 하더라도 진실한 눈으로 관찰하지 않는 사람에겐 참된 행복의 감각이란 있을 수 없다. 우리의 주변에는 불행한 사람들도 얼마든지 있으므로 그 속에서 우리는 그 의미를 찾아낼 수 있어야 하고, 주변의 불행에 대해서 진심으로 동정하고 자기 아픔으로 느낄 줄 아는 사람은 고귀한 행복의 가치를 불행 속에서도 느낄 것이다.

행복이란 반드시 잘 먹고 잘 입고 남을 지배하며 산다는 외부적인 조건에서 오는 것은 아니다. 그보다 먼저 그 인간 자신의 내적인 정신 자세 여하에서 얻어지고, 또는 그렇게 된다는 사실이다. 그러므로 행복이란 역시 진실한 인간에게 그리고 널리 이 세상을 바라보며 많은 사람들에게 정을 주고 싶어 하는 사람이 소유할 수 있다. 이를테면 그는 생리적으로 항상 많은 사람들을 생각하되, 자기보다 잘난 사람을 부러워하기보다는 자기보다 불행한 사람을 더 많이 생각한다는 점이다.

살아가면서 행복의 불감증이 없는 사람은 그처럼 자기 이웃과 주변을, 그리고 그 속에 담고 있는 조그만 자기를 생각하며 진실하게 살아나가는 사람들이 아닐까 한다. 행복은 불행을 기억할 수 있는 데서 오는 것, 슬픔과 굴욕 그것이 자기 것이든 남의 것이든 그것을 모르고 그저 지나치게 자기만을 생각하며 살아가는 자에겐 행복이란 있을 수 없다. 오직 진실하게 남의 불행을 염려하는 사람에겐 자기 운명에 대한 고마움도 알고 행복과 불행을 서로 대립시킴으로써 과연 인생이란 무엇이며 인간의 행복이 어느 곳에 있는 것인가를, 비로소 행복이 무엇인지를 느끼게 될 것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경상남도 진주시 남강로 1065 경남일보사
  • 대표전화 : 055-751-1000
  • 팩스 : 055-757-1722
  • 법인명 : (주)경남일보
  • 제호 :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 등록번호 : 경남 가 00004
  • 등록일 : 1989-11-17
  • 발행일 : 1989-11-17
  • 발행인 : 고영진
  • 편집인 : 강동현
  • 고충처리인 : 최창민
  • 청소년보호책임자 : 김지원
  • 인터넷신문등록번호 : 경남, 아02576
  • 등록일자 : 2022년 12월13일
  • 발행·편집 : 고영진
  •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gnnews@gnnews.co.kr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