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아이에게 거짓말을 알려준 건 아닐까?
내가 아이에게 거짓말을 알려준 건 아닐까?
  • 경남일보
  • 승인 2014.04.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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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한우 (한국국제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
아이를 양육하면서 항상 내 아이가 반듯하고 올바르게 잘 자라고 있다는 착각을 하고 있을 때쯤이면 아이는 나를 내가 초보엄마라는 현실을 인식시키는 사건을 일으켜 다시금 엄마의 자리를 생각하게 만들어 나를 한 뼘 크게 하고, 아이도 한 뼘 자라게 한다. 내 아이가 잘 자라고 있다고 내가 내 아이를 안 믿는다는 이야기가 아니다. 이 세상의 든든한 후원자인 내가 내 새끼를 안 믿으면 누가 믿겠는가? 하지만 가끔씩 아이를 잘 기르고 있다는, 아니 그렇게 믿고 나도 내 일에만 전념하고 편안하게 살고 싶은 마음에 아이를 내 눈 밖으로 밀어내거나, 내가 잘하고 있다고 자만할 때 나는 내 함정에 빠지는 사건이 항상 일어나는 것 같다. 아이도 아는 것이다. 내가 착각을 하고 있다고, 초보엄마에게 엄마의 역할을 좀 잘 해보라고 새로운 사건을 터트리며 시위를 하는 것이다.

아이에게 항상 ‘엄마가 가장 싫어하는 것이 거짓말’이라고 가르쳐 왔다. 지금까지 적어도 엄마인 나도 아이와 함께 살면서 조금은 힘든 이야기까지 아이가 이해할 수 있을 만큼 이야기하며 솔직함을 넘어 적나라한 소통을 하며 살아온 것 같다. 아이가 나중이라도 혼란을 겪지 않게 해 주고 싶어서, 그리고 나 또한 거짓말과 다른 사람을 비난하는 욕설은 사용하지 않고 살아 왔으니 아이도 그렇게 살아주기를 바라는 마음이 크다. 때문에 아이를 키우면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게 거짓말 안하는 것과 욕하지 않는 것이라고 가르쳐 왔다. 그런데 아이를 키워주는 이모가 아이가 자꾸 거짓말을 하는 것 같아 속상하단다. 그 상황이 어떤 것인지 대충 이해는 갔지만, 내가 직접 겪은 것이 아니다 보니 아이에게 어떻게 말을 꺼내야 하나 고민을 하던 찰나에 아이가 딱하니 내게 거짓말을 하는 상황이 걸리게 되었다.

적어도 엄마들은 공감할 것이다. 아이들이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것을 직감적으로 알게 된다. 정말 그 직감을 어떻게 설명할 수 없지만 딱 그 감이 온다. 하지만 아이의 거짓말에는 분명 이유가 있다. 그러나 아이의 거짓말이 반복될까 걱정도 앞서지만 무엇보다 거짓말로 인해 나와의 관계에서 내가 아이를 못 믿는 일이 생길까 겁이 나서 처음 이 거짓말 사건을 어떻게든 큰일로 만들어 아이에게 각인시켜야겠다고 생각을 했다. 별일도 아니었지만 자기가 해놓고도 자기가 안했다고 뻔한 거짓말에 자꾸 핑계를 대는 아이를 보면서 정말 그 상황을 계속 지켜보니 화가 치밀기 시작했다. 아이에게 솔직하게 말하라는 10번의 기회를 줬는데도 아이가 그 기회를 놓치자 나는 아이를 이모집에 두고 집으로 와 버렸다. 뒤늦게 놀래서 쫓아온 아이를 ‘엄마는 거짓말하는 아이를 계속 키워야하는지 고민 중에 있다’고 말한 뒤 현관에 그대로 30분 동안 세워 놓고 청소 등 내 할 일을 해 버렸다. 30분이 지난 뒤 아이에게 뭘 원하는지 물었더니 집에 들어오고 싶다고 해 들어오게 한 뒤 물으니 그때서야 자기가 했다고 하면서 엄마와 이모한테 혼날까봐 그렇게 말했단다.

엄마나 이모는 거짓말하는 것 다 아는데 기회를 줬을 때 솔직하게 말했으면 지금보다는 조금 혼났을 것이라고 했다. 솔직히 말하고 조금 혼나는 것이 나은지, 혼나지 않고 계속 거짓말하는 아이로 남을지 생각해 보라 했더니, 앞이 나을 것 같단다. 혼날 줄 알면 그 행동을 하지 말아야지 왜 했냐고 했더니 그건 모르겠단다. 다른 사람을 다치게 한 것도 아니고 다른 사람에게 피해 준 것도 아니어서 엄마가 이렇게 화낼 줄도 몰랐단다. 가만히 생각해 보니 혹시라도 아이 앞에서 거짓말을 하지 말라고 하면서도 편의상 쉽게 선의의 거짓말이라는 핑계로 사소하게 한 말이 미숙한 아이의 눈에는 진짜 거짓말처럼 여겨져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으면 거짓말은 괜찮다고 가르친 것은 아니었는지 뜨끔거린다. 나도 기억 못하는 거짓말로 인해 아이가 배웠을지도 모르면서 괜히 아이를 잡았구나 하는 마음이 든다.
이한우 (한국국제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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