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아 돌로로사(Via Dolorosa)
비아 돌로로사(Via Dolorosa)
  • 경남일보
  • 승인 2014.04.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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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선태 (경상대학교 축산학과 교수)
오늘은 이천년 전 예수가 골고다 언덕에서 십자가 처형으로 처참하게 숨진 성금요일이다. 5일 전 예수는 군중들의 환호를 받으며 예루살렘에 입성했다. 사람들은 옷을 벗어 종려나무 가지들과 함께 카펫처럼 길에 깔았다. 하지만 며칠 후 그 길은 피와 눈물로 뒤범벅된 ‘비아 돌로로사’가 된다. Via Dolorosa는 라틴어로 ‘고난의 길’ 또는 ‘슬픔의 길’이라는 뜻이다.

로마 총독인 본디오 빌라도에게 사형을 선고받은 예수는 십자가를 지고 이 비아 돌로로사를 걸어 골고다 언덕까지 올라갔다. 로마 군사들은 가시가 박혀 있는 채찍에 맞아 온몸이 피투성이가 된 채 십자가를 진 예수의 옷을 벗기고 가시관을 씌우며 조롱했다. 예수가 예루살렘에 입성할 때 그렇게 환호했던 사람들도 예수를 향해 갖은 야유를 퍼부었다.

그런데 보통 사람들도 인생을 살다보면 예수처럼 자신만의 비아 돌로로사를 만나게 된다. 특히 오늘날 한국의 정치인들이라면 누구를 막론하고 어김없이 이 비아 돌로로사를 걸어간다. 역대 대통령들조차 이 길을 피하지 못했다. 모두 다 국민들의 환호를 받으며 임기를 시작했지만 임기 말의 레임덕은 물론이고 임기가 끝난 후에도 십자가의 처형을 피하지 못했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검찰은 빌라도 총독처럼 물로 손을 씻고 지난 정권의 십자가 처형을 지시했다. 물론 비아 돌로로사를 걷게 되면 십자가를 대신 져준 시몬이나 물수건을 건넨 베로니카 여인 같은 사람도 만나게 되지만, 세상의 인심은 무섭게 돌아선다. 심지어 자신의 지지자들조차 예수의 제자들처럼 차갑게 등을 돌리고 야유와 조롱을 퍼붓는 데 동참한다. 현실 정치에서 이보다 더 슬픈 일은 없다.

그러므로 이번 6·4 지방선거에 출마하는 후보자들은 자신들이 걸어야 할 비아 돌로로사를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선거에 안 나서는 것이 최선이겠지만(?), 국민의 뜻에 따라 어쩔 수 없이 선거에 나왔다면 비아 돌로로사를 각오해야 한다는 말이다. 온몸이 피투성이가 될 것을 각오해야 하고, 옷이 벗겨지고, 가시관이 씌워지고, 사람들의 조롱과 야유를 받을 각오를 해야 한다는 말이다.

예수는 서른세 살의 나이에 온 인류의 죄를 삐쩍 마른 어깨 위에 걸머지고 묵묵히 비아 돌로로사를 걸어갔다. 그 길 끝에 서 있는 ‘십자가’에 자신의 존재 이유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자신에게 채찍질하고 조롱과 야유를 퍼붓던 인간들을 용서하고 더 낮은 곳으로 임해 그들을 섬길 수 있었다. 예수는 그것이 자신의 사명임을 분명히 인식하고 있었기에 담대히 ‘비아 돌로로사’를 걸어갈 수 있었다는 말이다. 나는 이번 선거에 출마하는 모든 후보자들이 예수의 이런 자세를 본받았으면 좋겠다.

/경상대학교 축산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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