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성이 양심을 가질 때
지성이 양심을 가질 때
  • 경남일보
  • 승인 2014.04.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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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가 이석기의 월요단상>
우리는 알기 위해서 알 뿐만 아니라 행동하기 위해서 알고, 그 무엇을 만들기 위해서도 알아야 한다. 우리가 지니고 있는 지성(知性)도 알고 또 빛이 되기 위해서는 행동적 지성인 동시에 창조적 지성이 되도록 해야 한다. 지성은 인간의 빛이면서도 우리에게 나아갈 방향을 가르쳐 주는 방향(方向)이면서 목적을 달성하는데 필요한 방법(方法)까지 제공해 준다. 이를테면 방향과 방법이 하나로 결합할 때 완전한 지식이 되기도 하지만, 만약 방향만 있고 방법이 없다면 목적 없는 수단과 같을 수밖에 없다.

모름지기 우리가 사회에서 행동할 때 위대한 도구가 되는 것 곧 또한 인간의 지성이기도 하다. 그러나 인간의 위대한 힘이라고 하는 지성도 결코 만능의 힘이라고는 할 수 없다. 지성의 결정적인 기능은 생활 속에 행동과 창조의 도구 노력을 하는데 있기 때문이다. 지성은 사물을 조용히 바라다보고 관상(觀想)하기도 하지만, 과거의 기억과 현재의 분석과 미래의 예견의 능력을 갖기도 한다. 또한 진리(眞理)와 허위(虛僞)를 판단하는 능력으로서 인간의 위대한 힘의 한 원천이기도 하지만 분석하고 비판하고 측정하고 추리하고 기억하고 예견하고 또 사고하고 종합하기도 한다.

지성은 요컨대 인간의 도구라고 할지라도 도구 그 자체에 의미와 가치가 있는 건 아니다. 어떤 목적에 봉사할 때 비로소 가치와 의미를 갖는다. 지성은 지성보다 높은 빛과 가치와 덕에 이끌릴 때에 비로소 진정하고 위대한 빛과 힘을 발휘하는 것이라고 생각된다. 지성보다 더 높고 빛나는 것이 있다면 아마도 그것은 덕성(德性)으로서 양심(良心)이요, 성실이요, 용기요, 정의요, 사랑일 것이다. 지성은 덕성에 이끌릴 때 빛이 나타나기 때문에 우리는 지성의 필요성을 강조하고는 있지만, 덕성의 필요성을 더욱 강조 할 수밖에 없는 건 지성도 위대하지만 덕성이 더 위대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양식인과 지식인을 구별하고자 한다면 지성만 있는 사람을 지식인(知識人)이라고 일컫기도 하고, 지성과 동시에 덕성을 갖춘 사람을 양식인(良識人)이라 칭하기도 한다. 한낱 지식인이 되기는 쉽지만 돈 앞에 양심을 버리고, 말에 대해서 책임을 지지 않고 행동에 확고한 소신이 없다면 덕성을 갖춘 양식인이 되기는 어렵다. 인간 존재의 가장 깊은 곳에서, 가장 높은 곳에서, 가장 맑은 곳에서 들려오는 소리가 양심(良心)의 소리다. 지성은 양심을 가져야 한다. 양심은 인긴 존재의 빛 중에서 가장 맑은 빛이기도 하지만, 인간의 지성소(至聖所)요, 최대의 권위이기도 하다.

성실은 인간의 근본 도덕으로 정신을 재건하는 길이기도 하지만, 지성이 양심을 가질 때 양심의 소리는 성실의 덕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지성과 행동에서 신념과 용기가 필요한 건, 행동의 원동력은 신념으로서 인생의 빛이기 때문이다. 지성이 행동화되려면 신념과 정열과 용기의 덕이 필요하며, 만약 의를 보고 행하지 못하는 건 용기가 없기 때문이기도 하다. 따라서 지성의 비극은 신념의 결여에서 유래하는 경우가 많다. 성실과 용기와 책임, 이것이 우리의 지성이 추구해야 할 덕성(德性)이 아닐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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