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운이 필요하세요?
행운이 필요하세요?
  • 경남일보
  • 승인 2014.04.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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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외남 (사천 축동초등학교 교사)
며칠 전 후배한테 전화가 왔다. “선생님! 행운이 필요하세요?” 참 오랜만에 듣는 반가운 말이었다. 내가 역경에 처했을 때 네잎클로버를 건네주며 용기를 북돋워주던 장면이 떠올랐다. 풀밭을 헤치며 찾아도 보이지 않아서 지금 행운이 필요한 사람이 있어 꼭 찾아야 한다고 기도했더니 한 개가 나타났다며 감동을 주던 기억이 생생하다. 그 사랑이 힘든 고비를 극복하는데 큰 힘이 돼 주었다.

후배를 만났더니 “12년 전 선생님께 드린 이후 처음 만난 네잎클로버예요. 청동기 박물관 잔디밭에서 많은 사람에게 나눠 주고픈 마음으로 찾았더니 무더기로 모여 있는 곳을 발견했어요”라며 사람들에게 행운을 전해준 이야기를 들려 주었다.

“언니가 병원에 있는데 빨리 나았으면 좋겠다.”, “중간고사를 잘 보았으면 좋겠다”라며 소원을 말하는 학생들에게 건네니 마치 소원이 이뤄진 듯 기뻐하는 모습에 보람을 느꼈다고 한다. 세번째 찾아갔더니 햇빛에 시들어 곧 죽을 것 같아 꺾어 왔다며 종이에 곱게 싼 걸 건네주었다. 조심스레 펼쳐보니 가녀린 잎새가 행운이 꼭 필요한 사람에게 자기를 전해주라고 속삭이는 것 같았다. 그때 문득 이 행운을 전해주고 싶은 제자가 생각났다.

그 제자는 8년 전 대학 4학년 1학기까지 공부를 마치고 호주에 어학연수를 갔다. 귀국을 앞두고 바다에 놀러 갔다가 다이빙을 했는데 입수하다가 경추신경에 이상이 생겨 전신이 마비되는 큰 사고를 당했다. 사고 직후에 손가락 하나도 움직일 수 없었다. 그럼에도 병상에 있을 때 붓을 입에 물고 그린 그림의 분위기가 참으로 밝고 희망적이었다. 최악의 상황에서도 웃으며 재활치료를 하는 모습에 뜨거운 감동을 받았다. 끝까지 희망을 버리지 않고 열심히 재활치료를 한 덕분에 신경이 서서히 되살아났다고 한다.

지난 5일, 제자가 경기도에서 진주까지 차를 직접 운전하여 내려왔다. 비록 휠체어를 탔지만 운전을 한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았다. 더구나 장애인 인식개선을 위한 강사로 활동한다는 이야기는 참으로 반가운 소식이었다. 10시간이 넘도록 긴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 해맑은 미소가 떠나지 않던 제자의 얼굴이 지금도 눈에 아른거린다. 감내하기 어려운 역경 속에서도 굴하지 않고 건강을 되찾는다는 일념으로 재활치료의 고통을 이겨낸 제자에게서 극기복례 위인의 참모습을 보았고, 많은 것을 배웠다. 5년 후 휠체어 없이 걷는 모습을 보여 달라는 어려운 당부를 하고 헤어지려니 가슴이 먹먹해졌다. 하지만 머지않아 그 난제를 거뜬히 해결하고 씩씩한 모습으로 내 앞에 나타나리라 확신하니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다.

절망의 늪에 빠질지라도 희망을 품고 자신과의 싸움에서 이긴다면 불가능을 가능케 하는 기적의 주인공이 될 수 있다. 온 국민이 깊은 시름에 잠긴 4월, 수많은 실종자가 무사히 살아서 돌아올 수 있도록 전라남도 진도 인근의 수중에 잠긴 세월호에서 기적의 나팔소리가 울려 퍼지길 간절히 기원하는 바이다.
서외남 (사천 축동초등학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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