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강의 나오시마 기적
남강의 나오시마 기적
  • 경남일보
  • 승인 2014.04.22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최만진 (경상대 EU연구소장, 건축학과 교수)
일본 가가와현에 있는 나오시마섬은 약 백 년 전에 미쓰비시구리제련소가 들어섰던 여의도 크기의 작은 섬이다. 비록 공해 문제가 있기는 했어도 제련소가 보장해 주는 경제 및 복지혜택 덕분에 사람들은 만족하며 살 수 있었다. 하지만 1960년대를 지나면서 경기 후퇴와 산업구조 변화 등으로 제련소는 쇠퇴의 길을 걷게 되었다. 남은 것은 공장에서 흘러나온 유독가스와 산업폐기물로 인한 환경오염 뿐이었다. 사람들은 새로운 터전을 찾아 섬을 떠나갔고, 8000여명에 달했던 인구는 200명으로 감소하여 폐허와 죽음의 섬으로 전락하였다.

이처럼 사람들의 뇌리에서 지워지다시피했던 곳이 최근 다시 주목을 받고 있다. 이는 1990년대부터 일본의 대표적 교육기업인 베네세그룹이 문화와 예술을 통한 지역경제 활성화라는 ‘컬처노믹스’ 개념의 도시재생사업을 시작하면서부터이다. 누구도 생각지 못했던 역발상의 투자는 20년 간의 노력 끝에 열매를 맺기 시작했고, 섬은 건축 및 디자인 예술의 세계적 메카로 부상하여 다시 활기를 띠게 되었다. 이는 ‘나오시마의 기적’으로 불리면서 세간을 술렁이게 하였다.

다카마츠 항에서 배를 타고 도착하면 제일 먼저 눈에 띄는 것은 나오시마 섬의 상징물이 되어버린 쿠사마 야요이의 대형 ‘노란호박’ 조형물이다. 이는 바다, 자연, 예술의 아름다운 동화를 보여주는 전조이며, 섬 곳곳에는 같은 주제를 다룬 다양한 예술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다. 특히 일본의 천재 건축가 다다오 안도의 베네세하우스, 이우환미술관, 지중미술관 등이 건립되어 전 세계의 이목을 이곳에 집중시켰다. 여기에는 세계적 예술가들의 현대미술품이 채워져 그 매력을 더하고 있다. 이뿐 아니라 ‘이에 프로젝트’를 통해 사람들이 떠난 폐가나 신사를 수리하여 예술작품을 설치하거나 공방 등으로 개조하였다. 이 외에도 새로 들어서는 건축물은 자연환경과 어울리면서도 예술성과 심미성을 높이도록 유도했다.

여기에 호응하여 주민들도 예쁜 정원과 예술품 거리를 스스로 조성하기도 했다. 또한 관광객 안내를 위한 봉사를 자원하고 나섰으며 멋진 집짓기, 현관 꽃 장식, 문패 디자인 개선, 길 청소 등을 시행하였다. 이 결과 섬과 마을 전체가 하나의 거대한 예술품으로 변모하였고 전 세계로부터 몰려드는 관광객의 발길이 끊이지 않게 되었다. 이로 인해 죽음의 섬은 세계 최고의 ‘예술의 섬’으로 화려하게 부활하였고 다시 고소득 지역으로 변모하였다. 이익을 본 것은 베네세그룹도 마찬가지여서 회사브랜드 가치의 상승으로 불황에도 불구하고 비약적인 매출 증가를 맛보았다. 이는 매 3년마다 미술, 건축, 음악과 아름다운 자연이 어우러진 첨단 현대예술을 선보이는 ‘세토우치 국제예술제’ 행사 개최라는 시너지효과를 가져 왔고, 이를 통한 컬처노믹스 도시재생의 완성을 위한 가속을 내고 있다.

근대사에서 침체 일로를 걷고 있던 진주도 최근 혁신 및 신도시 건설, 기업유치 등이 잇따르면서 모처럼의 호재를 맞이하고 있다. 또한 금번에는 현 정부의 핵심 건설사업인 도시재생에 상평공단이 선정되는 쾌거를 이루었다. 마침 구도시 구역의 침체를 걱정하고 있던 차여서 지역의 균형발전에 새로운 희망을 가져다 줄 기회임에는 틀림이 없다.

시가 이를 잘 실행하기 위해서는 나오시마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우선 재생의 핵심테마는 친환경, 예술, 문화 등으로 구성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장기적인 안목과 실행력 그리고 민간, 관, 전문가, 기업, 언론, 사회단체 등이 참여하는 공동의 ‘거버넌스’ 구축이 전제되어야 한다. 또한 흉물스러워 보이는 공단의 기존 건축물이나 시설물도 도시 정체성을 위한 훌륭한 재원임을 명심해야만 한다. 마지막으로 기존의 지역 예술 및 문화자원과 막 시작한 전통 목공예·가공 등의 신규 사업 등과의 창의적 연계도 중요하다. 세월호를 지켜보면서 절망의 진도에는 생존자들의 생환의 기적이, 오랜 세월 동안 낙후되었던 진주에는 나오시마의 컬처노믹스 기적이 일어나길 염원한다.
최만진 (경상대 EU연구소장, 건축학과 교수)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경상남도 진주시 남강로 1065 경남일보사
  • 대표전화 : 055-751-1000
  • 팩스 : 055-757-1722
  • 법인명 : (주)경남일보
  • 제호 :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 등록번호 : 경남 가 00004
  • 등록일 : 1989-11-17
  • 발행일 : 1989-11-17
  • 발행인 : 고영진
  • 편집인 : 강동현
  • 고충처리인 : 최창민
  • 청소년보호책임자 : 김지원
  • 인터넷신문등록번호 : 경남, 아02576
  • 등록일자 : 2022년 12월13일
  • 발행·편집 : 고영진
  •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gnnews@gnnews.co.kr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