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를 보며
세월호 참사를 보며
  • 경남일보
  • 승인 2014.04.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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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미야 (시인, 소설가)
기업은 영리를 목적으로 재화나 용역을 생산하고 판매한다. 또한 최소의 비용으로 최대의 효과를 얻는 게 경제원칙이다. 영리를 목적으로 하지 않으면 기업은 존재하지 않는다. 하지만 그런 목적이나 원칙이라 하더라도 사회적 합의, 즉 정해진 규칙과 규범, 도덕, 더 넓게는 모두가 납득할 수 있는 상식을 거스르게 되면 문제가 발생한다. 이번 세월호 침몰사고 역시 사회적 합의를 거스른 결과라 아니할 수 없다.

영리를 목적으로 하고 최소의 비용을 들여야 한다 하더라도 최소한 지켜져야 할 것들이 있는 것이다. 그런데 선령(船齡) 20년이 넘은 낡은 배를 사들여 영업에 나선 것이나, 그것도 모자라 기본설계를 벗어난 무리한 증축이나 무사안일의 운항이며 선장과 승무원들의 무책임한 행동 등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앞으로 더 많은 것들이 밝혀지게 되겠지만, 이 참사는 보면 볼수록 허탈한 심경에 할 말을 잃게 만든다. 다른 무엇보다도 수학여행 길에 나섰던 어린 학생들이 수없이 희생되었다는 것에는 너나없이 비통을 금하지 못하게 만든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건 뭐니뭐니 해도 사람이다. 제 아무리 훌륭하고 아름다운 풍경이라도, 제 아무리 아름다운 꽃이라도 그걸 보아주고 노래해 주는 사람이 없다면 그 존재가치를 잃는다. 그러므로 세상 모든 만물은 사람에 의해 비로소 그 존재가치를 나타낸다. 사람이 아닌 그 어느 생물이, 어느 동물이 아름다움을 노래해줄 수 있겠는가? 그걸 노래하고 존재가치를 부여하는 사람은 그래서 다른 무엇보다도 아름다운 것이다. 그런 사람들 가운데서도 어린 생명들은, 이제 막 피어날 꽃봉오리들은 그 자체만으로도 빛나는 아름다움이다. 맑은 햇살 아래 울려 퍼지는 저들의 웃음소리는 바로 세상이 열리는 소리인 것이다.

그런데 그만 그들이 희생됐다. 그것도 한두 명이 아니라 수백 명에 이른다. 그 책임은 윤리를 저버린 어른들에게 있다. 목적만 생각했지 거기에 따르는 책임은 외면했고, 지켜야 될 최소한의 덕목마저 내팽개쳐 버렸다. 그 결과 전 국민을 울게 하고 가슴에 못을 박았다. TV로 중계되는 구조작업을 지켜보며 제발 살아 돌아오기를, 한 명이라도 더 살아 돌아오기를 간절히 기도했다. 하지만 그저 안타까운 소식만 이어질 뿐이다.

이 돌연한 사고에 어린 학생들을 포함한 많은 희생자들, 그리고 희생자의 유가족들이 앞으로 살아가면서 감당하고 겪어야 될 아픔을 생각하면 그 어떤 말로도 위로가 되지 않을 것이다. 조사(弔辭) 몇 줄로 어찌 저 아픈 영혼들을 달랠 수 있으며, 몇 마디 위문(慰問)으로 어찌 저들의 슬픔을 달랠 수 있겠는가. 다만 기본윤리를 저버린 욕심들로 해서, 끊임없이 되풀이되는 무사안일주의로 해서 이 땅에서 이와 같은 어처구니없는 사고가 더 이상은 일어나지 않기를 기도한다.

전미야 (시인·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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