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이 잘못되었는가?
무엇이 잘못되었는가?
  • 경남일보
  • 승인 2014.04.25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김진관 (한국국제대학교 실내건축학과 교수)
진도 앞바다 여객선 참사로 온 국민이 우울증에 빠질 정도로 나라 분위기가 침체되어 있다. 이번 사건으로 연안 여객선 승객이 감소한 것은 당연시하더라도 노래방의 손님이 끊어지고 봄철 나들이하기 좋은 계절에 주말 나들이객들도 두 자리 숫자로 감소하였다. 이뿐만 아니다. 주말 극장 관객수는 예전보다 약 30% 감소하고 도로에 나다니는 차량 대수도 줄어들었다는 것을 여실히 느낄 수 있다. 온 나라가 패닉상태에 빠진 기분이다. 만나는 사람들의 얼굴에 웃음기를 찾아볼 수 없고 한숨만을 내쉴 뿐이다. 국민들의 얼굴에 웃음이 가득해야 하는데 웃는 자체가 죄가 되는 것 같은 사회 분위기이다. 이뿐만 아니다. 단체로 행하는 수학여행과 대학 축제도 취소되고 6월에 예정된 선거도 연기할 움직임이다.

뒤돌아보면 우리는 그동안 배고픔을 이겨내기 위한 경제발전을 위하여 앞만 보고 달려왔다. 광복 이후 우리나라의 경제발전은 세계에서 유래를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수백%라는 경이로운 기적을 이루었고 원조를 받던 나라 중에서 유일하게 원조를 제공하는 나라로 성장하였다. 하지만 이러한 과정에서 우리가 알고 있는 좋지 않은 많은 일들도 일어났다. 삼풍백화점 붕괴사고, 대구지하철 폭발사고, 성수대교 붕괴사고 등등. 그리고 최근 들어서는 전 세계에서 자살률 1위라는 오명을 약 10년 가까이 유지하고 있는 현상이 보여주듯이 국민들은 삶에 큰 고통을 받으며 살아가고 있다. 이러한 현실에서 출산율은 세계 꼴찌이다. 정신적으로 피폐하고 살기가 어려우니 출산율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 오죽했으면 이번 정권이 들어서면서 ‘국민 행복의 시대’로 가겠다는 캐치프레이즈를 내걸었을까. 이러한 현상들을 볼 때 분명한 것은 우리가 그동안 무엇인가 잘못된 길을 걸어 왔다는 점이다.

그러면 무엇이 문제였으며 앞으로는 어떻게 살아야 할까. 제일 큰 문제점은 잘살아보겠다는 일념에서 모든 가치는 뒤로하고 서로 경쟁하며 빠르게 나아가려는 삶의 자세가 아닐까 한다. 이러한 삶의 방식에서 일어나는 사회적 문제를 줄이려면 가장 우선하여 갖춰야 할 것은 윤리와 도덕성의 회복이다. ‘윤리’와 ‘도덕’은 광복 후 한동안 초등학교와 중학교 교과과정으로 다루었을 정도로 중요시하던 학문이다. 하지만 언제부터인지 교과서에서 두 과목은 없어져 버렸다. 윤리와 도덕성을 갖춘다는 것은 이성적이며 자연의 법칙에 순응하고 보편 객관적인 사고를 가지고 행동을 하려는 삶을 이야기한다. 이러한 삶의 자세는 인간이 출생하면서부터 본능적으로 갖추고 태어나지만 성장하면서 사회적 환경에 적응하다 보면 무뎌지는 경우가 많다.

현대사회에서 윤리와 도덕을 이야기하면 고리타분한 사람으로 낙인 찍히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한 번 더 생각해 보면 현대사회에서 일어나는 대부분의 일들은 윤리와 도덕의 결핍에서 일어난다. 이번 세월호 참사에서 보듯이 선장과 일부 선원들의 행태는 ‘선원법’이라는 하나의 전문영역에서 규정되어진 법을 따지기 전에 윤리와 도덕성의 결핍임을 여실히 알 수 있다. 자기가 몰던 배가 침몰하는데 승객을 두고 도망을 간다는 것은 이성적인 사고와 자연의 법칙, 그리고 보편적이며 객관적인 사고(윤리와 도덕적 사고)에서는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행태이다.

이제 우리 다시 한 번 뒤를 돌아보자. 무엇이 잘못되었는가? 그리고 우리 모두 삶의 자세와 인생의 가치관을 반성하자. 이제 우리는 이번 기회에 국민 모두가 삶의 패러다임(paradigm)을 바꾸는 계기로 삼아서 이번 사건을 경제력이 아닌 국민이 행복한 국가발전으로 나아가는 전화위복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 이번 사건도 세월이 흐르면 그냥 잊혀지는 또 하나의 대형참사로 끝나서는 안된다. 고인들도 그것을 원하지는 않을 것이다. 이번 참사로 인하여 고통 받는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
 
김진관 (한국국제대학교 실내건축학과 교수)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경상남도 진주시 남강로 1065 경남일보사
  • 대표전화 : 055-751-1000
  • 팩스 : 055-757-1722
  • 법인명 : (주)경남일보
  • 제호 :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 등록번호 : 경남 가 00004
  • 등록일 : 1989-11-17
  • 발행일 : 1989-11-17
  • 발행인 : 고영진
  • 편집인 : 강동현
  • 고충처리인 : 최창민
  • 청소년보호책임자 : 김지원
  • 인터넷신문등록번호 : 경남, 아02576
  • 등록일자 : 2022년 12월13일
  • 발행·편집 : 고영진
  •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gnnews@gnnews.co.kr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