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민 연재소설] 진주성 비차(110회)
[김동민 연재소설] 진주성 비차(110회)
  • 강민중
  • 승인 2014.04.25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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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장. 1. 민들레와 삿갓나물
“무슨 일인지 속히 달려가서 알아보도록 하라!”

이일은 평소 행동이 민첩하고 군인정신이 뛰어난 군관 하나에게 명했다. 그런데 그 군관이 주변을 살피며 막 다리 밑을 지날 때였다. 참으로 상상도 하지 못한 끔찍한 일이 눈앞에서 벌어졌다.

“타-앙!”

귀를 찢는 듯한 조총 소리와 함께 그 군관이 픽 쓰러졌다. 왜군들이 자랑삼는 신식 무기였다. 다리 근처 반그늘에 자라고 있던 민들레와 삿갓나물도 기겁을 하고 크게 흔들리는 듯했다.

“악! 저, 저럴 수가……?”

“대, 대체 무슨 일이야?”

군사들이 우왕좌왕했다. 졸지에 당한 기습이었다. 뿐만이 아니었다. 그와 동시에 어디에 숨어 있다가 나타났는지 왜군들 몇이 달려들어 예리한 칼로 쓰러진 군관의 목을 베어 들고는 달아나버렸다. 신출귀몰한 왜군 저격병이었다.

그 무서운 광경을 본 조선군은 싸워보기도 전에 기부터 꺾였다. 역시 소문 듣던 대로 조총은 칼이나 창 같은 기존의 무기와는 비교가 되지 않을 듯했다. 왜군이 두려워하는 조선군의 활이 저 조총을 맞아 얼마나 힘을 발휘할 수 있을지 걱정스러웠다. 왜군 본진이 나타나 조선군을 사방에서 포위한 것은 그 충격이 채 가시기도 전이었다.

“겁먹지 마라! 저들은 형편없는 놈들이다!”

장수들이 군사들 사기를 높이기 위해 안간힘을 다했다.

“우리가 단숨에 제압할 수 있다. 알겠느냐?”

그렇지만 대부분 농민 출신인 이일 군은 불시에 왜군의 대규모 기습공격을 받자 크게 동요하였다. 왜군은 주력무기인 조총을 끝없이 쏘아대면서 돌진해왔다. 이일 군은 활로 응사했다. 하지만 우려했던 대로 역부족이었다.

“도망치지 말라! 나가서 싸워라!”

이일이 독전했으나 싸우는 자보다 달아나는 자가 더 많았다. 한성에서 데려온 군사 60여 명만이 가까이 온 왜군을 맞아 죽기로 싸웠다. 농민들이 아무리 나라를 위하는 마음이 높다고 해도 역시 직업군인들만은 못한 것 같았다.

“이노옴들! 그냥 두지 않을 것이다!”

이일은 말을 타고 단신으로 적진을 향해 과감하게 뛰어들었다. 그는 목숨을 내놓고 격전을 벌였으나 전세는 너무나 불리했다. 전쟁에서 군사 수와 무기의 질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잘 보여주는 일전이었다. 누군가 이일에게 가까이 와서 황급히 말했다.

“일단 피하셔야 합니다, 장군!”

“아니다. 그러기에는 너무 늦었다. 차라리 죽기로 싸우는 것만 못하다.”

이일은 적을 향해 칼을 휘두르면서 악을 썼다. 부하가 다시 말했다.

“산길을 타고 달리면 탈출할 수 있습니다.”

이일은 눈물을 머금고 그의 말을 따를 수밖에 없었다. 이일이 한참 도주하다가 뒤를 돌아보니 따르는 군사는 고작 군관 둘뿐이었다.

“아아, 내가 아끼는 부하들이 모두…….”

“훗날을 기약하셔야 되옵니다.”

“내 이 원수들을 기필코 응징할 것이다.”

문경에 다다른 이일은 패전 사실을 피눈물로 조정에 고했다. 그런 후 조령에 있던 조방장 변기와 함께 충주의 신립 진영으로 내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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