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인지언(傷人之言)
상인지언(傷人之言)
  • 경남일보
  • 승인 2014.04.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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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명서 (진주경찰서 경비교통과장, 경정)
며칠 전 전남 진도 앞바다. 인천에서 제주로 가던 1만 톤급 정기 여객선 세월호가 갑자기 선체가 기울면서 서서히 침몰하는 광경을 온 국민이 멍하니 지켜보고 있었다. 이 배에는 수학여행을 떠나는 안산 단원고등학교 학생과 선생 등 476명이 승선해 있었는데 승무원의 지시에 따라 대부분의 학생들은 구명조끼를 입고 선실에 가만히 기다리라는 말만 믿고 있다가 손 한번 제대로 써보지 못한 채 차갑고 사나운 서해바다의 수마에 할퀴고만 참으로 부끄럽고 참담한 일이 벌건 대낮에 온 국민이 지켜보는 가운데 벌어졌다.

이로 인해 유가족은 말할 것도 없고 온 나라가 비통에 젖어 공황상태에 빠진 참담한 현실 앞에 마음 둘 곳도 기댈 곳도 없다. 모두가 뜻을 모으고 힘을 합쳐 유가족을 보듬고 껴안아 일으켜 세워야 한다. 슬픔은 나누면 반감되고 기쁨은 나누면 배가 된다는 말처럼….

헌데 이는 또 뭐람. 불난 집에 부채질을 하는 것도 유분수지 말도 글도 아닌 것들이 인터넷상의 SNS에 떠돌며 악성 괴담을 낳고 음모론을 제기하는 등 국론을 분열시키고 유가족은 물론 보고 듣는 이의 가슴을 후비고 도려내는 만행을 저지르고 있다.

사람이 가진 다섯가지 기관 가운데서 입이 가장 많은 잘못을 범할 수 있다고 한다. 먹는 것을 절제하거나 조심하지 않으면 병을 유발하는 등 여러 가지 문제를 일으킨다. 그러나 먹는 것으로 인한 문제는 본인에 그치고 말지만 말로인해 발생하는 문제는 다른 사람이나 조직, 사회 나아가서는 국가나 전 인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특히 우리민족은 말에 영검한 힘이 있다고 믿고 있는 언령신앙이 뿌리 깊게 내재하고 있는 민족이 아닌가. 그래서 말을 함부로 해서는 안 되고 필요한 때 필요한 말을 필요한 만큼 하라고 어릴때부터 가르치고 있지 않은가.

진나라 때 학자 부현은 구명(口銘)에서 재앙은 입으로부터 나오고 병은 입으로부터 들어온다. 교묘한 참소, 이간질하는 말, 거짓증언 등으로 사람을 죽일 수 있고, 폭언, 욕설, 모욕적인 말, 가시 돋친 말, 위선적인 말들을 ‘상인지언’이라 하여 사람의 마음을 상하게 한다고 했다.

그래서 순자는 상대방에게 좋은 말을 해주면 베나 명주보다 따뜻하지만 사람을 상하게 하는 말은 창날보다 날카롭다고 했다. 세상은 눈부시게 변해 기계는 사람처럼 변해가고 사람은 기계처럼 변해가는 각박한 세상이지만 하루아침에 날벼락을 맞고 괴롭고 슬퍼하는 유족들의 마음을 헤아려 모두가 언행을 삼가고 위로의 말, 위안의 말을 전하자. 희망과 감동의 언어로 메마른 가슴을 적시게 하자. 말에는 숨이 있고 글에는 혼이 있다고 했다. 그리고 인간답지 않은 것들 지구를 떠나게 하자.

박명서 (진주경찰서 경비교통과장·경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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